SBS, 영지주의 시각에서 역사적 예수의 신성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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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5] 김영한 교수(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장)

				▲김영한 교수(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장).
▲김영한 교수(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장).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장인 김영한 교수님께서는 얼마 전 기독교 근본교리에 대한 문제제기로 교계의 지탄을 받았던 SBS의 기획특집 ‘신의 길, 인간의 길’과 관련, 지속적인 기고를 통해 SBS 방송에 대해 정통 신학적 입장에서 고찰을 해주셨습니다. 김영한 교수님의 비평은 지금까지 사전 비평문의 성격이었던 「‘예수는 신화’란 역사적 예수에 대한 진실왜곡」, 2부에 대한 비평이었던 「SBS, 이슬람교 시각에서 역사적 예수 왜곡」, 3부에 대한 비평 「선교지 토착종교의 시각에서 전통 기독교 신앙 왜곡」, 4부에 대한 비평 「SBS, 종교다원주의 시각에서 기독교 교리 왜곡」이 게재됐습니다.

이같은 비평에 이어 이번에는 바로 내보내지 못했던 1부에 대한 비평문 「영지주의 시각에서 역사적 예수의 신성 왜곡」을 게재합니다. 다음 주에는 이번 방송에 대한 종합 비판 성격의 최종 비평문이 게재될 예정입니다.(편집자 주)


SBS ‘신의 길, 인간의 길’ 제1부, “예수는 신의 아들인가”라는 제목의 방송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인 예수가 하나님 아들 되심을 부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자료적 접근이라기보다는 『예수는 신화다』(The Jesus Mysteries)의 저자 피터 갠디(Peter Gandy)와 티모시 프리크(Demothy Freke)의 입장인 영지주의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예수는 신화”라는 결론을 이미 내리고 거기에 여러 사실들을 짜맞추고 있다.

1. 영지주의 시각에서 역사적 예수를 역사적 인물이 아니라 신화적 허구적 인물로 왜곡한다.

SBS PD는 『예수는 신화다』의 저자 티모시 프리크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프리크는 오시리스, 미트라스, 디오니소스 등 신인(神人)의 신화가 이미 기독교 이전에 있었는데 기독교가 이것들을 유대교적으로 각색하여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신화를 만들어 내었다는 것이다. 이들 신화에는 12명의 제자들, 세례, 결혼식에서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기적, 부활과 영생에 관한 일화 등이 있는데 이것들이 그대로 기독교의 예수 이야기에 각색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독교의 예수란 여러 종교적인 영웅들의 이야기를 연결시켜 짜집기하여 만들어 낸 허구적인 존재요, 인공적인 허구물이라는 것이다.

프리크가 역사적 예수를 해석하는 주요자료들은 1946년 나그 함마디(Nag Hammadi)에서 발굴된 도마의 복음서 등 3세기 영지주의 문서들이다. 영지주의는 이미 초대교회에 있었고, 이들은 이미 이레네우스, 오리게네스 등에 의하여 이단으로 정죄되었다. 그 영지주의가 오늘날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영지주의자들은 3세기의 한 부적의 그림을 근거로 하여 “십자가에 못박힌 사람은 예수로 착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이교도 신인인 오시리스 디오니소스였다” “최초의 십자가에 나타난 예수는 오르페우스였다”고 말함으로써 예수가 십자가에 지셨음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부적은 3세기의 것으로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메시지는 1세기에 있었던 것으로 시기적으로 2세기나 앞선다. 그렇다면 오르페우스 신화가 복음서를 모방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SBS 방영의 자료들은 이미 종교학적으로 신학적으로는 정통 기독교의 입장과는 신빙성이 의심스러운 종교학자들의 견해에 근거하고 있다.

예수는 역사적 실재가 아니라 신화에 불과하다는 주장은 영지주의적 입장을 지닌 종교학자나 유대교 랍비나 자유주의 신학자들의 인터뷰에 기반하고 있다. PD가 인터뷰한 학자들, 로버트 프라이스, 존 도미닉 크로산 등은 신학자가 아니라 종교학자 내지 유대교학자로서 기독교에 대하여 신앙적 접근 없이 하나의 일반 종교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따라서 신빙성이 없다. 옥스퍼드의 유대인 교수 게자 버메스는 예수를 현자 내지 치료사로 본다. 그는 예수가 하나님 아들이라는 사실을 놓치고 있다. 후대에 생겨난 이방신화들은 앞서 나온 복음서의 내용을 모방하고 있다. 예컨데, 예수는 탄생일이 태양의 신인 미트라스 탄생신화와 같은 12월 25일이며, 처녀에서 태어나며, 요단강에서 세례 받으며(미트라스 신화 예식). 물을 포도주로 바꾸고, 병자를 고치는 기적을 일으키고, 세례를 받으면 죄사함을 받는다 등이다. 그래서 2세기의 교부인 저스틴(Justin)은 이러한 이방신화를 “사단의 모방술”이라고 말했다.

3. 성경에 대한 문자적인 해석은 인정하지 않고 은유적으로만 해석하고자 한다.

SBS는 종교학자들의 해석을 인용하면서 “역사적인 예수가 동정녀에서 났다는 것은 역사적인 사실이라기 보다는 은유”라고 해석한다. 예수가 “신의 아들”이라는 칭호는 당시 로마 황제에게 부쳐진 칭호인데 예수에게 황제에게 부치는 칭호를 붙인 것이지 예수가 실제로 하나님의 아들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신의 아들” 내지 “신”이란 단어는 1세기의 언어로서 은유적인 표현이었지, 사실을 나타내는 언어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칭호는 단지 1세기의 은유적 언어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독교와 신학자들은 성경을 기독교의 표준적인 경전으로 믿으며, 예수님의 칭호는 예수님 당시 1세기에 부쳐진 칭호였을 뿐 아니라 사실의 언어라고 받아들인다. 예수님의 칭호는 상징이나 은유의 언어가 아니다. 마가복음은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막 1:1)로 시작한다. 여기서 마가는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임을 말하고 있다. 이것은 사실적 언어이다. 마태복음도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세계라”(마1;1)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마태 역시 예수가 그리스도이며, 아브라함과 다윗의 후손임을 사실적으로 말하고 있다. 은유가 아니다. 요한복음은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요 1:1)는 명제로 시작한다. 여기서 요한은 예수가 태초에 계신 말씀이며, 이 말씀은 하나님이라고 증언한다. 이것은 은유적 언어가 아니라 사실적 언어이다.

4. SBS 방송은 유대교의 세속화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SBS 방송은 예수의 속죄 의미를 유대주의적으로 세속화시키고 있다. SBS는 오늘날 유대인들이 자기 죄의 속죄를 위하여 닭을 죽이고 그 죽은 닭을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주어야 효과가 있다는 것으로 방영한다. 닭을 죽이고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주는 것은 베푸는 사람의 요식(要式)행위로써 이것을 행할 때 자신의 이름이 생명책에 기록된다고 본다. 세속화된 유대인들에게 속죄란 종교적인 의미보다는 죽인 닭을 불쌍한 사람들에게 끼니로 준다는 자선이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여기서 구약성경이 말해주는 속죄의 의미는 퇴색되어 오늘날 세속적 유대인들에게는 하나의 세속적인 자선행위로 변질되고 있다. 본래 구약적 의미는 제물을 드리는 자가 지은 죄를 속죄제물에게 인계하고, 죄를 속죄받는 것이다. 이것은 매해 반복되는 것이었다, 신약에서는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제물이 되심으로 대리적 속죄를 이루셨다. 이 예수의 속죄 행위는 유일회적-결정적인 것이다.

5. SBS 방영은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교리 중 하나인 천국을 부정하고 있다.

유대인들은 천국이란 죽어 들어가는 곳이 아니라 세관원, 매매춘자, 질병 앓는 자 등 소외된 자들이 경험하는 치유공동체라고 보고 있다. 천국은 밖에 있지 않고 내 안에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천국개념은 영지주의의 개념과 내용적으로 일치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예수님이 전한 복음과 다르다. 예수님은 ‘천국이 여기 있다 저기 있는 것이 아니라 너희 안에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것은 복음을 받아들인 신자의 마음 속에 천국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씀한 것이다. 신자 마음 속의 천국은 밖에 있는 하나님의 통치 영역인 객관적인 실재인 천국에 기인하고 있다. 예수님은 신자들을 위하여 너희를 위하여 처소를 예비하러 간다고 말씀하셨다. 이 처소는 인간 밖에 있는 객관적인 하나님 통치의 영역이다. 이것은 단지 심리적인 영역이 아니라 장소적 의미를 갖는다.

6. SBS 방송은 역사적 예수가 본래 신화적 인물이었다는 증거로 성베드로 예배당이나 클레멘트 성전의 지하에는 본래는 미트라스 신전이 있었다는 것을 내세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터키 안티키아에 위치한 베드로 성당은 기독교인들이 절벽동굴에 피신한 곳이다. 여기에 베드로 예배당이 세워졌는데 그 지하에는 본래 태양을 섬긴 미트라스(Mithras) 신전이 있었다. SBS는 이것이 기독교가 미트라스종교에서 나온 것이라는 고고학적 증거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본래 처소가 이방성전이었다는 사실이 곧바로 기독교의 기원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에도 프랑스 남부 세비야와 그라나다 등에는 이슬람이 중세에 이곳을 정복하여 교회당을 부수고 이슬람 모스크 건축을 한 예를 찾아 볼 수 있다. 얼마든지 종교간의 이합집산은 가능한 것이다. 우리는 오늘날 이곳에서 기독교 성당 안에 모스크의 아름다운 벽화를 찾아 볼 수 있다. 여기서는 이슬람 문화와 기독교 문화가 건축문화적으로 융합을 이루고 있다. 한국에서도 저동의 영락교회가 일본의 천리교 보급소를 무너뜨리고 건축한 것이라든지, 옛 충무로의 충현교회는 극장을 무너뜨리고 지어진 것이다. 따라서 이교성전을 무너뜨리고 그 위에 교회가 세원 진 것을 가지고 기독교가 신화적인 유래를 가진다고 말할 수는 없다.

7. 예수의 하나님 아들이라는 교리는 콘스탄틴의 제도적 기독교가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콘스탄틴이 이미 있는 기독교에서 신앙을 체험하였고 기독교로 개종한 것이다.

SBS는 콘스탄틴 황제가 ‘한 나라-한 황제’ 공식에 맞추어 효율적 통치를 하기 위하여 하나의 기독교를 승인하였다고 왜곡한다. 그러나 콘스탄틴 황제가 기독교를 만든 것이 아니다. 그의 기독교 공인이란 그가 기독교 신앙에 귀의한 것에서 유래된다. 기독교인들은 이미 수세 기에 걸쳐 카타콤에서 순교적인 신앙을 가지고 로마 황제숭배를 거부하고 죽음을 감수하였다. 콘스탄틴의 기독교 공인에는 정치적인 전략이 아니라 콘스탄틴 개인의 신앙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로마를 통일하는 전쟁의 날, 기도하는 가운데 십자가를 보았다. 그는 신앙 안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기독교 역사가들은 이 사실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그는 정오쯤 되어 날이 이미 기울기 시작하고 있었을 때, 태양 위에 빛으로 만들어진 십자가 형상이 있었고 거기에는 이것으로 정복하라(In Hoc Signo)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 것을 그의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Hugh T. Kerr & John M. Mulder, Confession, 1983, Grand Rapids: Eerdmans, 김영봉 역, 위대한 회심자들, 생명의 말씀사, 33쪽). 콘스탄틴은 개인적으로 기독교로 개종했으며.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하기에 이른다. 여기에는 어떤 종교적인 토론이나 정책적인 대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가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의 아들로 고백하였다는 사실이다.

정통기독교는 영지주의 이단과 다음과 같이 전혀 다르다. 영지주의 이단은 나그 함마디 신비문서들에 근거하고, 플라톤의 이원론 철학에 근거하고 영지(gnosis, 靈知)를 주장하고, 2세기 마르시온(Marcion)에 의하여 대표되었고, 예수의 인성을 거부하고, 육체를 감옥으로 간주하고 영의 부활을 주장하고 예수가 십자가에 달리심을 부인한 이단종파이다. 이에 반하여 정통기독교는 신구약성경에 근거하고 모세오경과 복음서의 삼위일체적 유일신론에 근거하고, 지혜의 말씀(logoi sophon)에 근거하고, 하나님의 아들이신 1세기 나사렛 예수(Jesus of Nazareth)에 근거하며 예수의 신성과 인성을 믿고, 육체를 하나님의 성전으로 인정하고, 예수가 십자가에 달리시고 몸의 부활을 믿으며, 오늘날 정통교회를 형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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