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근 목사 선교일기 23] 아내가 병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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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 꿈에서… “걱정하지 말라, 수술하면 된다.”

1998년 6월 16일, 슬로바키아로 떠나기 전

착하고 어진 내 아내에게 문제가 생겼다. 죄인인 나에게 있을 문제가 내 아내에게 떨어진 것 같다. 이런 불행한 일이 과거에는 남의 일처럼만 느껴졌는데(질병이 중한 사람들에게는 사치스런 고민이라고 할 것이지만) 내 아내는 워낙 건강하고 깨끗한 사람이라 건강상 어떤 문제도 없으리라 안심한 내 마음이 여지없이 깨어지고 말았다. 팔과 다리에 힘이 빠져왔다. 밥맛도 없어졌다. 종양이 악성이 아니라 해도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릎을 꿇었다. “하나님, 모든 것은 당신께 달려 있습니다…. 주님께서 얻으실 것을 얻으시옵소서...”

사실은 며칠 전 아들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 아내가 울고 두려워하며 전화할 때 내 속에 뭔가 일말의 불안감이 스치었고, 아내의 깊은 속에 있는 불안감이 나를 더욱 불안하게 하였다. 바로 이것을 예고했던 것 같기도 했다.

“주님, 우리는 죽어 마땅하고 부정한 자이지만 긍휼을 주사 이 땅에서 더욱 그리스도의 일에 힘쓰도록 내 아내와 나를 지켜 주시고 주님 기뻐하시는 자 되게 하여 주옵소서. 이 기회에 우리 가정 모두를 정신 차리게 하여 주옵소서. 모든 어둠의 세력을 우리 가정 구석구석에서 쫓아내 주옵소서. 주님만이 하실 수 있습니다. 주여, 역사해 주옵소서. 우리는 너무나 약하오니 내 아내의 수술과 모든 과정을 주님 손에 맡깁니다. 아멘.”

이 땅에는 아무 소망 둘 것이 없도록 역사하시며 오직 주님만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역하도록 역사하시는 것 같다. 지금 또 나는 일어나 정신을 차리고 슬로바키아로 떠나야 하는데 마음은 당장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가고 싶다. 그러나 아내가 힘을 내 차분하게 하는 말이 나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다. “여보, 일정 다 마치고 돌아와요….”

오늘이 화요일인데 금요일까지가 그렇게 길게 느껴진다. 여기에서는 비행기 시간을 조정할 줄도 잘 모르겠고….

“주님, 내 아내는 너무나 착하고 좋은 성도입니다. 저야 죽어 마땅한 사람입니다. 아내에게 너무나 큰 고통은 싫습니다. 주님, 내 아내(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한)를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6월 17일, 부활을 체험하며

아침에 고린도전서 7장을 읽으면서 사도의 교회에 대한 사랑을 만졌다. 이것이 에베소서 5장의 머리의 몸에 대한 사랑이리라.

“양육하여 보호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보양함과 같이 하나니(cherish and nourish).”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이렇게 인자하고 자상하게 돌보시는 아버지시다. 그러나 나는 어떠한가? 주님의 사랑을 얼마나 믿지 못하고 있었는가?

주 예수님(사실 그는 나의 하나님이시다)이 지상에 계실 때 제자들을 대하신 것을 보라! 요한은 그의 품에 안겼다. 다정하고 깊은 사랑으로 한 사람 한 사람 대하신 주님. 하나님의 사랑은 오늘도 변치 않았다. 나는 오늘 행복하다. 아버지의 사랑을 만진 것이다. “사랑 안에 거하는 자는 하나님 안에 거하고”.

어제 저녁 잘 때는 아내의 일로 마음이 잡히지 않다가 잠을 잘 잘 수 있을까 하면서 누웠는데 그런대로 잤다. 자면서 비몽사몽간에 어떤 사람인지 천사인지 나타나더니 나에게 친구처럼 말했다. “네 아내의 일을 걱정하지 말아라. 수술하면 된다.” 하여간 자세한 말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들으면서 마음이 달콤했다. 위로가 되었다. 꿈이라는 것은 꾸고 나면 허망한 것인데 이번에는 많은 위로감이 마음에 밀려왔다. 그리고 부활 같은 것이 찾아왔다.

어제 하루 슬로바키아를 갔다 오는 7시간은 거의 죽어 지냈다. 그러면서도 차 안에서 까로이(머숀 머겨르바르 인도자) 형제와 정말 유익한 교제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기묘한 부활의 체험 안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맛보는 것이다. 하나님의 자상한 돌봄이 아닐 수 없다.

6월 18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아침에 일어났는데 내가 헝가리에 더 머물러야 하는가에 대한 많은 생각이 일어났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 평안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결정했다. 떠나야 하겠다고. 분명히 오후에 집회가 예정돼 있고 아내도 일정 다 채우고 오라고 했건만 도저히 평안이 없었다. 하루도 못 견딜 일이 있는가? 정말 주님을 따르는 일은 기묘하다. 좌우간 따르고 보자. 순종하고 나니 기쁨이 있었다.

그런데 오면서 카로이 형제와 교제하는데 이러한 교제가 필요함을 느꼈다. 파리의 빌 선교사와 교제하고(전화로) 런던의 죠와 만나기로 했다. 이번 여행은 20여일간인데 다른 때 40-45일보다 더 힘들었다. 나라 수도 적지 않다. 프랑스, 독일, 이태리, 영국, 불가리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헝가리, 오스트리아, 이렇게 9개국을 들렀다.

환경이 얼마나 어렵게 역사하는지 이번에 눈물 꽤나 나왔다. 여기는 오스트리아 비엔나.

카로이 형제와 B형제, A자매와 헤어졌다. B형제의 아들은 비행기를 같이 탈 줄 알았다가 그냥 헤어지게 되자 앙! 하고 울었다. 그래도 울면서 손은 흔들었다. 그 아이는 나에게 꼭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나는 벌써 애기들에게 할아버지가 된 것이다. 그것도 그럴 일이 B형제가 서른 둘이니 그 아이가 날 아저씨라고 부르기가 어려울 것이다.

6월 19일, 런던에서

런던에서 D선교사와 만나 교제를 나누고 청년훈련 시설을 둘러보았다. 하여간 D는 정말 친절한 분이다. 그는 다음에 아내를 데리고 오라고 했다.

이렇게 거의 일년 가량의 해외 사역 여행의 기록을 마친다.

주님께 감사드린다.

7월 21일 화요일, 죄인에게 팔리신 주님을 생각하다

많은 젊은 형제들과 내가 돌보던 사람들, 내가 인도하던 사람들이 나를 버렸고 지금은 나를 대적하고 있다. 많은 중상모략, 악한 말들, 거짓말들이 내게, 나를 향하여 쏟아지고 있다. 그들은 나를 의지하던 사람들을 나에게서 멀어지게 하려고 최대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듯하다.

주님께서 이런 일을 허락하신 듯하다. 그러나 나의 마음엔 잔잔한 고요와 평안이 있다. 더욱 은혜를 주시는 것을 느낀다.

죄인에게 팔리신 주님을 생각해 보았다. 한 면으로 무지하므로 사단에게 속임 당하여 그에게 사용당하는 형제들이 안타깝다. “주여, 그들을 악한 자의 손에서 구하여 내시고 참된 광명을 주시옵소서. 저에게 모든 사람에게 긍휼을 베풀 수 있는 마음도 주시옵소서. 주님의 마음을 따라….”

다음에는 사역지 일기 5(1998. 9. 24-11. 16)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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