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근 목사 선교일기 24] 미얀마와 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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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전도여행을 떠나다

				▲서울-양곤-서울-델리-하이드라바드-잠비아(루사카)-자이레-케냐(나이로비)-아디스아바바-로마-파리-서울
▲서울-양곤-서울-델리-하이드라바드-잠비아(루사카)-자이레-케냐(나이로비)-아디스아바바-로마-파리-서울

사역지 일기 5(1998. 9.24~11.16)

1998년 9월 24일, 양곤을 향하여

미얀마 양곤으로 가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매우 오랜만의 여행이다. 여행 체질인지 집에서 좀처럼 깊이 쉬어지지 않던 몸이 서울-홍콩 3시간 가량 비행 중에 밥 먹을 때만 빼고 줄곧 잤다. 마음은 매우 평안하다.

아내도 나도 많이 변했다. 더욱 깊어지고 서로를 헤아릴 줄 알게 되었다. 부부라는 게 무언지 20여년이 넘은 후에야 그 참된 의미를 깨닫고 있는 것 같다. 여러모로 한 마음이 되어 가고 있다.

진정으로 한 영이 된, 한 마음이 된 가정이야말로 작은 의미에서의 교회이다. 혼자보다는 둘이 낫다. 완전히 동심합의된 남편과 아내의 봉사가 원수를 쉽게 쫓는다. 사람들도 쉽게 도울 수 있다.

이번에 아내와 함께 여러 차례 성도들을 도운 것이라든지 많은 식사 준비, 교회 자매들의 문제를 돕는 일 등을 통해 주님께서 우리에게 가정의 중요성(重要性)을 일깨워 주셨다.

비행기는 홍콩 국제 공항에 내렸다. 태국 비행기는 장사를 잘한다.

9월 25일, 눈병 주의보

양곤 교회에 와서 사랑하는 형제자매들을 만나고 평안을 누리게 됨을 주께 감사드린다. 두 번째라고 조금 더 친밀함을 느낄 수 있어서 부드러운 만남이 됐다. 많은 여행 덕분에 나도 많이 변해 있음을 느꼈다. 옛날 같은 조급함이 많이 사라졌고 형편껏 처하는 것을 많이 배우게 됐다. 주는 음식도 옛날보다는 훨씬 더 잘 받아먹게 되었다.

이곳에 도착하니 H형제가 눈병이 걸려 눈이 퉁퉁 부어 올랐고 또레인이라는 찬송 인도하는 형제도 눈병이 걸려서 나에겐 졸지에 눈병 주의보가 발령됐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내가 눈병 싫어하는 것을 다 안다. 극도로 싫어하는 것 말이다. 그런데 하필 그놈의 눈병을 나와 항상 같이 동역해야 할 H가 걸려 있을 줄이야! 공항에서는 H형제가 악수를 하지 않으면서 “제가 눈병이 걸려서요” 하더니 그 다음부터는 가방도 들겠다, 이것저것 만지면서 내 말을 들으려고 바짝 얼굴을 갖다대곤 하였다.

이국만리까지 와서 야박하게 할 수도 없고 또 주님의 종의 신분도 있으니 참 어렵고 또 어려웠다. 속으로 몇 번이고 “야, 이것저것 제발 만지지 좀 마라”고 말이 나왔다. 그런데 점심 때 내 방에서 나가면서 또 문고리를 아무 생각 없이 열고 나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H형제는 미얀마 형제자매들과 그저 즐겁게 악수를 나누고 있었다. 이윽고 내 입에서 한 마디 나왔다. “어이, 이 사람아! 제발 사람들하고 악수 좀 하지 말게” “아, 참! 알았습니다” 했다.

이렇게 야곱같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그래도 옛날보다 굉장히 느긋해진 거라고 느껴졌다. 옛날엔 서울에서 눈병 보고 부산으로 도망갔으니까! 지금은 그래도 슬슬 피해가면서도 모르는 척 넘어간다.

또레인은 눈이 너무 부어서 오전에 못 나왔다. 또레인은 귀엽게 생긴 형제인데 재주꾼이다. 컴퓨터, 기타, 워드프로세서 등을 잘 다룬다. 그전에는 기도가 “주여, 부자 되게 해 주옵소서” 하는 실질적인 기도였는데 요즘은 영적으로 많이 바뀌었단다. 어떤 때는 밤새 기도하기도 한단다.

지난 주에는 Bill Clinton 얘기를 하면서 공개적으로 죄를 자백했다는데 그 얘긴즉 그들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절대 TV를 안 본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여동생이 TV를 다른 집에서 시청했다는 것을 알고 회초리로 동생의 온 몸을 두들겼는데 집회에서 성령의 감동으로 또레인은 동생과 함께 일어나 눈물로 동생을 심하게 때린 죄를 자백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의로움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교회생활은 어느 누구도 절대적인 것을 가르쳐 주지 않았을 것 같은데 TV 보는 조그만 일을 세상을 크게 접하는 것으로 느끼고 있었다.

우리 한국의 교회생활, 우리는 이들에 비해 많이 타락한 것을 느끼며 속으로 많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9월 26일, ‘Genuine Christian’에 관하여

눈병은 성도들 사이에 창궐하고 있었다. 눈병이 심한 또레인 형제도 오늘 집회에 나왔는데 반갑다고 덥석 내 손을 잡는 게 아닌가!

말씀 전하면서도 눈알이 근질근질한 느낌이 있었다. 그래도 형제자매들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어제와 오늘 100여 명은 되는 것 같았다.

오전 두 메시지, 저녁 한 메시지, 3일 동안 9번을 전하게 돼 있었다. 이번 주제는 ‘Genuine Christian(1998년 10월 출간)’으로서 성경에 있고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그리스도인은 어떤 사람들인가를 보는 것이었다. 성도들은 노트하면서 잘 듣고 있었다.

통역하는 형제는 성경을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는지 ‘요한일서’ 하면 성경책 앞 목록에서 페이지를 찾느라고 열심이었다. 그리고 앞뒤로 넘기면서 야단이었다. 누가 올라와서 도와주면 좋으련만 그냥 두었다. 여간 인내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어제는 하나님의 계획과 아들의 성취, 오늘은 주로 성령에 대해 두번 메시지를 전했다.

9일 27일, 양곤 교회를 축복하소서!

8번의 메시지를 다 전했다. 전할 때마다 주님 앞에서 잘 전했다는 느낌이 없다. 왜 이렇게 나는 잘 못 전하는지 모른다. 오늘 오전은 십자가와 성령을 전하고 이어 그리스도의 몸에 대해 교제했다. 십자가와 성령은 그런대로 주님의 기름부음과 빛 비춤도 느껴졌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몸에 대한 부분에 와서 매우 힘들게 느껴졌다. 오늘 저녁에 한 번 동역자들 20여 명과 집회를 갖고 내일 새벽 5시에 이 Guest Inn을 떠나게 된다.

세인띠안 형제는 매우 기뻐했다. 통역은 지난 5월에 했던 68세 할머니가 또 해주셨다. 단어가 많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주여, 양곤 교회를 축복해 주옵소서.”
통역하는 할머니는 의사 출신이다. 내가 눈병을 조심하는 줄 알고 나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손을 직접 눈에만 갖다 대지 말라고 했다(나는 조금 부끄러웠다).

웬 주님의 종이 겁이 이렇게 많으냐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무튼 십자가를 깊이 생각해야겠다. 거기밖에 소망이 없다. 오늘은 인수가 150명은 족히 되었다. 이들 가운데 성령의 역사가 있다!

유동근 목사는

대전고와 충남대·대학원을 졸업하고 캘리포니아 유니온 대학에서 M.Div, 퍼시픽 신학대학에서 Th.M 과정을 이수했다. 현재 서울선교교회 담임목사, 벧엘서원 발행인, 미국 퍼시픽 신학대학 교수, 칼빈성서신학연구원장, 국제선교신학원(IMC) 대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연합총회 총회장 등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모세오경·바울서신 강해서(총 20권) 등이 있다.

저자는 1991년부터 몇몇 동역자들과 함께 몽골,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 네팔, 미얀마, 에디오피아, 잠비아, 이태리, 헝가리, 불가리아, 핀란드, 프랑스, 독일 등 해외 선교를 주로 해온 선교사이며 복음전도자다. 위에서 소개되는 선교일기는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다. 지금도 매년 저자와 그 일행은 일년에 한 번 이상 세워진 교회들을 순방하며 진리의 말씀을 공급하고, 교회들을 굳게 세우며 전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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