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근 목사 선교일기 25] 인도에서 만난 영적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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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을 따르다 겪는 고생에 감사하며…

1998년 9월 28일, 방콕 국제 공항에서

이렇게 여행을 많이 해도 새벽에 일어나려면(5시 기상) 2시 경부터 잠을 자지 못한다. 많이 피곤하다.

양곤 공항에 H형제와 쎄인띠안이 나왔다. 많은 말로 교회의 길을 가도록 권면했다.

“분열과 조직의 길은 목적이 없고 목표가 없다. 하나님은 영원 전에 그리스도의 몸을 얻는 계획을 미리 세워 놓으셨다. 이것이 그 분의 갈망이다. 오늘 이 갈망을 만지지 못한 사람들은 목적이 없거나 어긋나 있는 것이다. 다만 단체적으로 그리스도의 몸을 건축한다는 열심만으로 부족하고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에 대한 하나님의 이상과 갈망을 보아야 한다. 종파적이며 분열의 길은 하나님의 목적에 이르지 못함을 보아야 한다. 그 안에서 그 길을 간다면 자연히 개인주의적이며 자신을 위한 목적이 나오게 되어 있다.”

분열적인 길을 가는 자들에게는 생명의 교제를 줄 때 받아 가지려고 하지 않고 귀히 여기지도 않으며 다 새 버린다. 그러나 한 몸을 위한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영적인 갈망이 끝이 없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의 몸의 건축은 그리스도의 충만한 신장의 분량에까지 이르러야 하고 그분의 신부로서 그분의 마음을 완전히 만족케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 갈 길은 멀다. 그리고 우리는 너무나 어리고 부족하다. “하나님이여! 진정으로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시고 큰 긍휼로 붙잡아 주시옵소서.”

비행기는 방콕에서 서울로 직접가지 않고 또 홍콩을 거친다.

인도에서

10월 15일, 밤늦도록 교제


어젯밤 델리 교회 모임 장소에 도착하여 10여명의 형제 자매와 함께 교제할 기회를 가졌다. 시간은 밤 12시(한국시각 새벽 3시 반)였고, 1시 반이나 되어 돌아갔다. 새벽 비행기니(6시 15분) 4시 30분에는 일어나야 한다.

믿음, 사랑, 소망에 대해서 교제했다. 거기엔 미얀마에서 온 코코 형제 부부도 있었는데 매우 기뻐하였다. 모두 다 사랑스런 자녀들이다.

10월 20일, 인도의 영적 인물 ‘박싱’을 만나다

하이드라바드에서 4박 5일간 11번 메시지를 전했다. 그곳은 96세 박싱이 사역하는 Hebron이라는 모임 장소의 이름을 가진 곳이었다.

박싱은 인도의 영적인 인물이다. 주님을 절대적으로 순종하는 사람이다. 매우 인상적인 나날들이었다. 전 일생을 드리는 자매님들 한 무리가 인상적이고, 우리를 접대하는 Abraham 형제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 형제는 섬기는 것을 핍박하듯이 하는 사람이었다.

이곳은 벵갈로 Z형제, S자매가 사는 곳. 모처럼 한가하게 쉬고 있다. 어제까지 완전 강행군이었다. 몸살 직전까지 갔다.

내일은 이곳에서 교제가 있고 저녁엔 봄베이, 이튿날에는 아프리카로 가야 한다.

10월 21일, 에디오피아 아디스아바바를 거쳐 잠비아 루사카로 가기 위해 봄베이 공항에서 대기하면서…

어젯밤 벵갈로에서 비행기가 1시간 30분 이상 연착하더니 밤 12시 10분이나 되어서야 봄베이에 도착하였는데 막상 내려서 갈 만한 호텔이 없었다. 봄베이는 외국인 혼자 투숙하면 털리기 쉬운 곳이라 여러 가지로 위험했다. 그렇다고 비싼 곳으로 갈 수도 없고. 밤늦게는 택시 운전사도 믿지 말라고들 한다.

결국 Z형제가 어떤 사람 하나 만났는데 Jet Air 단체 숙소에 침대가 하나 있다 해서 같이 셔틀을 타고 갔더니 거만하게 생긴 금테 네 줄짜리 직원이 안 된다고 딱딱거리고 있었다. 시간은 이제 새벽 한 시가 다 되어가고 Z형제는 나에게 “아예 국제공항으로 갈까요?” 하고 경상도 악센트로 말했다. 피곤으로 지친 나는 아직도 몸살기가 다 가시지 않은 몸, 뻐근한 몸을 한 번 움직여 보았다. 슬그머니 속이 상하려고 했다.

(사단이 아프리카 행을 좌절시키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한참 후에 우리들의 몰골이 안 되어 보였던지 그 거만한 책임자가 침대가 하나 뿐인데 그래도 가보려느냐고 해서 황송 감지덕지한 맘으로 들어가 보니 침대에 이미 인도 사람들 세 명이 벌렁 드러누워 자고 있었다. (내 가방엔 우리 사역 경비가 들어 있는데...).

맘 놓고 잘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나마 불쌍한 Z는 누울 데마저 없었다. 그리고 방에 들어올 수 있는 허락마저도 주어지지 않았다. 내 가방이 위험해 보였던지 Z형제는 내 가방과 자기 007 가방 두 개를 메더니 나가려고 했다.
“어디 가려고 이 밤에… 여기 그냥 내 침대에 걸터앉아 눈을 붙여봐.” “안 된대요.” “그럼 어디 가게….” “그냥 밖에 있든지… 저는 걱정 말고 주무세요. 제가 새벽 4시 30분에 올게요.” 그런 뒤에 나는 잠이 오지 않았다. Z형제가 불쌍했다.

잠시 후 Z형제가 가방 두 개 들고 다시 들어왔다. 의자에 앉아 있어도 된다는 특허를 받아낸 것이다. 그러더니 저 구석 의자에 머리를 젖히고 자고 있었다. 나는 가방을 내 침대 옆에 두고 가방을 살며시 잡고 잠을 청해 보았다. 마음이 안심이 되지 않았다. 다시 베개를 안듯이 가방을 안아 보았다. 그리고 담요로 덮고 잠을 청했다. 그것도 너무 창피스러웠다. 그러다 다시 내려놓고 실랑이하던 중 슬며시 잠이 왔다.

한두 시간 잤을까? 4시경 불이 켜졌다. Z형제가 오더니 “목사님, 4시 45분밖에 국제선 셔틀 버스가 없대요”라고 했다. 일어났다. 밖에 나오니 서늘한 공기가 느껴지고 어젯밤 딱딱거리던 직원이 다시 와서 차가 이미 갔다고 했다. 그러더니 또 저거 타면 된다고 한 대를 가리켜 주었다. 결국 모든 수속을 마쳤고 같이 기도했다.

Z형제는 봄베이 윗지방의 박싱 모임 인도자들과 만나기로 되어 있고 그후에는 벵갈로로, 다시 마드라스―트리반드람―콜롬보―캘커타―다카―델리―파키스탄 등을 방문할 예정을 하고 있었다. 주님께서 축복해 주시기를 빌며….

나는 짐 하나를 등에 메고 가방을 들고 비행기를 타려고 버스에 올랐는데 눈물이 흘러나왔다. “주님을 사랑합니다” 하고 고백해 보았다. 이러한 조그마한 고생(사실 현재 한국의 노숙자들도 이것보다 어려울 것이다)과 피곤함을 주님을 위해 그래도 겪는다고 생각하니 눈물만 나왔다. 나의 고난과 어려움과 눈물을 주님은 알아주시리라 느껴졌다. 그리고 기쁨과 평안에서 얻는 능력보다 고난을 통해 얻는 그리스도가 더 귀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래, 바로 이것이야… 주님을 이렇게 따르는 게 좋은 거야.’

비행기는 서서히 이륙 준비를 하고 나는 Z형제와 헤어져 다시 혼자이지만 주님은 나와 함께하신다.

피곤

이번 하이드라바드에서 4박 5일간 11번 집회를 마쳤는데 물론 떠나기 전도 피곤했지만 집회가 강행군이고(하루에 어떤 때는 세 번, 네 번) 거기에 가정 초청, 기도 요청 등 정신을 차릴 수 없이 바빴다. 마지막 날은 거의 그로기까지 갔다(20일).

박싱은 의식불명이다. 그런데 인도 사람들은 특이하게 그런 사람을 의자에다 꼭 앉혀 놓았다. (내가 보기에는 한 달 살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리고 옆방에 유리창을 해놓고 관람시키는 것이었다(물론 시간을 정해). 무리무리 와서 보고 갔다.

마지막 날 저녁 나도 피곤이 극도에 달하자 일어나 서 있을 수조차 없었는데 의자에 앉아 있으면서 나는 이 건물 안에 두 명의 박싱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였다.

유동근 목사는

대전고와 충남대·대학원을 졸업하고 캘리포니아 유니온 대학에서 M.Div, 퍼시픽 신학대학에서 Th.M 과정을 이수했다. 현재 서울선교교회 담임목사, 벧엘서원 발행인, 미국 퍼시픽 신학대학 교수, 칼빈성서신학연구원장, 국제선교신학원(IMC) 대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연합총회 총회장 등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모세오경·바울서신 강해서(총 20권) 등이 있다.

저자는 1991년부터 몇몇 동역자들과 함께 몽골,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 네팔, 미얀마, 에디오피아, 잠비아, 이태리, 헝가리, 불가리아, 핀란드, 프랑스, 독일 등 해외 선교를 주로 해온 선교사이며 복음전도자다. 위에서 소개되는 선교일기는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다. 지금도 매년 저자와 그 일행은 일년에 한 번 이상 세워진 교회들을 순방하며 진리의 말씀을 공급하고, 교회들을 굳게 세우며 전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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