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도 넘은 종교편향 논란, 지혜롭게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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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장로라는 이유로 ‘역차별’ 자행돼서는 곤란

2008 베이징 올림픽이 끝났다. 꿈처럼 이어지던 감동과 환희의 시간들을 뒤로하고 우리는 다시 냉엄한 현실 앞에 섰다. 태극 전사들이 보내오던 승전보에 온 국민이 어린아이처럼 얼싸안고 기뻐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새 종교와 종교가, 여당과 야당이, 부자와 서민이 갈라져 다툼을 벌이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심각하고 시급한 현안으로 불거지고 있는 것이 종교 편향 논란이다. 장로가 대통령이 된 시점부터 조금씩 고개를 들던 타 종단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일부 교계 인사들과 기독 공직자들의 실수에, 언론들의 선정적 보도가 덧칠되고 반기독교 정서와 맞물리면서 불만으로 분노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급기야는 불교계에서 수십만 규모의 불자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나서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불교계를 비롯한 타 종단들이 느낄 불만은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이 현 정부와 기독교계를 향해 던지는 비판 또한 마땅히 받아들여야 할 부분도 많다. 그러나 사태가 꼭 이렇게 극단까지 치달았어야 했는가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기독교인들이 타 종교인들에 비해 현 정부에 대해 높은 지지를 보냈던 것도, 장로 대통령의 탄생에 자랑스러워하고 많은 기대를 걸었던 것도, 이명박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기도했던 것도 모두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이 장로라는 것을 구실삼아 무슨 특혜를 입었다거나 호위호식한 바는 없다. 오히려 이 대통령 당선 직후의 열기가 가라앉은 뒤부터는, 기독교인들이 보다 더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대세였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서울시 봉헌 발언 이후 자신에게 끝없이 제기돼왔던 종교 편향 우려를 의식한 듯, 당선 직후 가진 감사기도회 외에는 기독교계와 여느 대통령들과 다름없는 거리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기독교계를 연관지어 종교 편향적이라는 주장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전직 노무현 대통령도 자연스럽게 꾸준히 참석했던 국가조찬기도회에 이 대통령이 참석한 것을 두고, 국토해양부가 최근 만든 교통정보시스템에서 단순한 행정 착오로 사찰 정보가 빠진 것을 두고, 대통령이 경호 등의 문제로 교회에 출석할 수 없게 되어 목회자를 청와대로 초청해 주일예배를 드린 것을 두고 종교 편향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경찰 복음화성회 행사 포스터에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진이 실린 것 역시 특정 종교의 행사에 ‘공직자로서’ 참석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이같은 사례는 굳이 이번 정권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공직자 개개인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이전 정권에도 얼마든지 있었던 사례를 현 정권에만 국한시켜 종교 편향을 말한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

단순한 행정 착오로 일어난 일들과 예전부터 관례적으로 흔히 있어왔던 일들을 가지고, 유독 이번 정권에 대해서만 비판의 날을 세우는 것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 대통령이 장로라는 점 때문에 기독교계가 받는 ‘역차별’ 또한 적지 않은 것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명박 장로가 대통령이 된 뒤로 정부에 대한 종교 편향 논란은 계속돼 왔다. 사진은 당선 후 감사기도회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기도하는 모습.


누가 종교간 분쟁을 선동하는가

또 하나의 문제는 몇몇 언론들을 비롯한 일부 세력들이 이같은 갈등을 선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교회 내에서 기독교인들만을 대상으로 한 설교 혹은 기독교 매체를 통해 언급한 신앙적 고백 중 일부분이 거두절미되어 종교 편향적 발언으로 편집되고 있어 크게 우려된다.

물론 기독교인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말이나 글이라고 해서 어떤 표현도 용납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앞뒤 문맥이 무시되고 오직 선정적 표현만 도려내 종교 편향 주장의 소재로 쓴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며, 오히려 강단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신앙의 자유마저 위협할 수 있다.

게다가 이같은 교회 내의 분위기와 정서를 잘 알고 있는 기독교 언론 중 일부가 선정적 보도로 사회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기독교인들 중 몇몇에 불과한 이들이 한 발언을, 특정 부분만 집요하게 물고늘어져 기독교 전체가 그런 의견을 갖고 있는 듯이 몰아가는 것이다. 이런 보도행태는 기독교 선교에도, 사회 화합과 발전에도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직자의 종교 편향, 반드시 사라져야

온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공직자가 집단 이기주의에 매몰돼 공사를 그르치거나, 특정 종교에만 편중된 인사를 한다는 등의 ‘명백한’ 종교 편향은 분명 잘못된 것이요 마땅히 사라져야 할 일이다. 그리고 기독교계에서 그러한 일이 있다면 극히 일부라 하더라도 모두가 자성하고 자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잘못이 있다고 해서 잘못하지 않은 것까지 지적하고 사죄를 강요해선 안 된다. 작금에 끊임없이 일고 있는 현 정부와 기독교에 대한 종교 편향 주장은 도를 넘은 느낌이다. 기독교계는 이 해묵은 논쟁이 더 이상 거듭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종교 편향 논란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더라고 목회자들과 기독 공직자들이 처신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고, 무엇보다 더욱 거룩해지고 섬김으로써 대사회적인 이미지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장로 대통령의 탄생과 그에 대한 기독교계의 지나친 기대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타 종단에 대해서도 지혜롭고 현명한 대처로 화목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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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종교 편향 논란은 그 도가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사진은 조계사에 내걸렸던 정부의 종교 편향 비판 현수막. ⓒ크리스천투데이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