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근 목사 선교일기 26] 아,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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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생 이렇게 힘든 날이 또 있을까…

				▲아프리카 남단에 위치한 잠비아.
▲아프리카 남단에 위치한 잠비아.

잠비아에서

잠비아, 세상 처음 들어보는 나라다. 루사카에 교회가 없고 주님의 위임이 없다면 또다시 올 수 있겠는가?

인도에서 예닐곱 시간… 아디스아바바로… 또 루사카로… 멀고도 멀다. 아디스아바바에서 갈아타고 먹고 자고 읽고 한참 왔는데 얼마나 남았냐고 묻자 2시간이라고 했다. 비행기는 광대한 아프리카 대륙을 북에서 남으로 종단하며 비행중이다. 조각 구름은 비행기 아래로 뭉게뭉게 떠 있고….

K형제! 이 광대한 아프리카 대륙을 뒷마당 앞마당 뛰놀듯이 다니며 사역하고 있는 잠시 후면 만날 사랑스런 형제… 사랑스런 아내와 두 딸 떼어놓고 몇 달이고 1년이고…

나도 벌써 아내의 눈물이 생각나서 견디기 힘든데 생각을 자꾸만 바꾸어야만 한다.

잠비아에 왔다

모든 것은 와 보고 만져봐야 안다. 콩고의 몇몇 좋은 인도자들을 만나게 됐다. K형제가 안내한 숙소는 배낭족이 머물다 가는 곳. 모기 천지!

말라리아가 극성이라는데… 나는 오늘에서야 약을 먹었다. 3일 후부터 효력이 난단다. 그런데 오늘부터 모기에 노출되고 있다. 문을 닫으면 덥고 열면 모기가 들어오고 화장실은 밖에 있고 침대는 나무대기를 듬성듬성 놓고 위에 매트리스 깔아 놓은 것이라 허리와 등짝이 성할 것 같지 않았다. 저녁이라고 가져왔는데 도저히 먹을 수 없어 먹다 말았다.

집회에 가니 시커먼 하꼬방 같은 곳에 애들, 어른 50-60명이 모여 춤추고 소리지르며 찬송을 하고 있었다. 주님의 은혜가 없으면 도저히 함께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마음이 깨어진 터라 눈물 섞인 목소리로 한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얼굴이 점점 사랑스러워져 가고 있었다.

모기를 죽이려고 약을 피우니 방은 좁고 냄새 때문에 숨을 쉴 수도 없고 문을 열면 얼싸 좋다 하고 모기가 날아 들어온다. 이런 곳에서 잠을 잘 수 있을까 하는데 다른 호텔은 100불이 넘으니 갈 수도 없고… 이곳은 하루 15불이다.

미숫가루를 물에 타서 마시고(아내 생각에 눈물이 나려고 하다 K형제를 쳐다보니 그 음식 같지 않은 것을 한 쟁반 다 치워가고 있었다) 9시 30분쯤 잠을 청하는데 잠을 자는 게 십자가에 못 박히는 것이라고 느껴졌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잠은 잘 수 있었고 새벽 4시 30분 일어나 기도를 할 수 있었다.

사도행전 14장 22절 말씀이 생각났다. ‘또 우리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려면 많은 환난을 겪어야 할 것이라 하고’

1998년 10월 24일, 내 영혼이 당신께 찬양드립니다

내 일생 이렇게 힘든 날이 두 번 있었을까 싶은 날이다. 하루종일 콩고 국경까지 차를 네 번 갈아타고 갔건만 콩고 이민국 직원들이 K형제는 들여보내고 나는 사소한 이유를 걸어 입국시키지 않고 두세 시간을 붙잡아 놓더니 결국은 추방시켰다. 마음과 몸이 지칠 대로 지쳤다.

함께 간 무완바(자이레 무붐바시 교회 인도자)는 이유도 없이 이민국에서 우리를 초청했다는 죄로 감옥에 가둬 버렸다. 까만 사람들이 우리의 짐을 두리번거리며 바라보면서 낚아채 갈 기회만 찾는 것 같았다. 배낭을 굳게 메고 가방을 굳게 잡고 3시간 이상을 죄수처럼 여권을 빼앗긴 채 고문을 당하듯이 머물러 있었다. 결국은 카산다 형제(잠비아 인도자)와 눈물의 포옹을 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다시 25불 내고 잠비아 국경을 통과하여 택시를 타고 잠비아 제2의 도시에 도착했다. 택시 운전사도 믿을 수 없었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호텔 앞에 올 때까지 안심이 안 됐다.

날은 캄캄해지고 택시 운전사는 내가 두려워하며 의심하고 있는 것을 눈치 채고 “Are you doubting?(너 지금 의심하는 거지?)” 하고 물었다. 까만 사람들 보기만 해도 무서워졌다. 호텔 앞에 세우더니 오늘 아침 여기서 900불 날치기 당한 사건이 있으니 가방 조심하라고 운전사가 일렀다. 소름이 쫙 돋았다.

사람들은 호텔 문 앞에 죽 늘어서 있었다. 급하게 택시에서 내리는데 문짝에 얼굴을 덥석 얻어맞았다. 그래도 옆도 보지 않고 호텔로 들어왔는데 무척 허름한 호텔이었다. 문 열고 방에 들어오려는데 사람들이 “Hi!” 해도 반갑지가 않았다. 바깥은 시끌시끌한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호텔에 들어와도 불안감은 계속되는데 K형제는 뭐 먹을 것 좀 사오겠다고 나를 혼자 써금써금한 방에 남겨 놓고 나갔다.

샤워를 해 볼까 하고 목욕실에 가보니 모기 몇 마리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내일까지는 물리면 안 된다. 면역이 없는 상태다. 말라리아에 걸려 죽은 선교사가 많은 나라가 바로 이곳 잠비아다.

막상 목숨을 내놓고 복음을 좀 전해보려는데 그 목숨 내놓기가 쉽지 않음을 느낀다. 하루 종일 밥은 먹어보지 못한 상태인데 아내가 만들어준 미숫가루를 꺼내놓고 물을 기다리고 있다. 미숫가루를 타먹으려고 봉투를 푸는데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호텔에 들어와 그래도 주님께 기도했다. 무릎을 꿇고 “감사합니다. 모든 주권의 하나님, 당신의 주권과 긍휼에 감사합니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 5시간 또 버스 타고 루사카를 향해야 한다. “주여, 무완바 형제를 풀어주시옵소서. 주 예수여, 찬양합니다. 어려움 속에서 내 영혼이 당신께 찬양드립니다.”

10월 25일, 오래 참음의 훈련은 언제까지…

오래 참음의 훈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침에 키트웨(kitwe)라는 낯선 도시에서 수도 루사카를 향해 떠나기 위해 버스를 탔다. 버스에 탄 시간은 7시 20분인데 지금 10시 20분이 되어도 차는 떠날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 사람이 다 타야 떠난다는 것이다.

세 시간을 기다렸는데 얼마나 더 기다려야 되는지 모르겠다. 나의 아내가 나의 성격을 잘 아는데 기다리는 것 여간 못 참는다. 이건 정말 대단한 인내의 능력이 요구된다. 정말 인내를 위해서는 능력이 필요한 것을 알았다. 우리는 쉽게 주님이 우리의 능력이라고 하지만 주위에 다 익숙하지 않는 흑인들에다가 백인이라고는 나밖에 없다. K형제도 있지만 K형제는 워낙 까매서 흑인으로 칠 수 밖에 없다. 사람들과 이질감은 느끼지, 말은 안 통하지, 덥기는 하지, 한 시간, 두 시간 지나도 차는 움직이지 않지, 와! 미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이런 때이다.

“주님, 제발 차 좀 떠나게 해주세요.” 기도도 아무것도 통하지 않고 다만 죽음 뿐이다. 아프리카 사역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특별한 위임이 없으면 생각하지 않는 게 옳다. 결국 차는 움직이고 5시간 가량 루사카를 향해 달리고 있다.

아침은 미숫가루, 점심은 차 안에서 햄버거 하나, K형제는 옆에서 잠도 잘 자고 먹기도 잘 하고, 삶은 계란을 두 개 꺼내서 나더러 하나 먹으라고 하기에 안 먹는다니까 게눈 감추듯이 두 개를 먹어 버렸다.

나는 자꾸만 눈물이 나오고… 아들의 편지 내용도 나를 울리고… 이 환경에서 죽으면서 난 다만 울어야만 했다. 울면서 말씀을 읽었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 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로다(시 23:4)’

활석이는 시편 84편을 편지에 써서 보내왔단다. 군대에서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으면… ‘주께 힘을 얻고 그 마음에 시온의 대로가 있는 자는 복이 있나이다 저희는 눈물 골짜기로 통행할 때에 그곳으로 많은 샘의 곳이 되게 하며 이른 비도 은택을 입히나이다…’

오직 주님께만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나님, 죄인인 우리 가정을 당신의 은혜의 날개 아래 품어주시옵소서.” 그러나 우리 가정 모두가 주님을 사랑하게 인도되었으니 이 어떠한 감사인가!

유동근 목사는

대전고, 충남대·대학원
Pacific Theological Seminary(Th.M, D.D)
온누리선교교회 담임목사, 美 퍼시픽 신학교 교수
국제선교신학원(IMC) 학장
現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연합총회 총회장
Fuller Theological Seminary D.Min GM Course
저서: 모세오경, 마태복음, 요한복음, 로마서, 서신서, 요한계시록 등 강해서(총 20권)

저자는 1991년부터 몇몇 동역자들과 함께 몽골,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 네팔, 미얀마, 에디오피아, 잠비아, 이태리, 헝가리, 불가리아, 핀란드, 프랑스, 독일 등 해외 선교를 주로 해온 선교사이며 복음전도자다. 위에서 소개되는 선교일기는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다. 지금도 매년 저자와 그 일행은 일년에 한 번 이상 세워진 교회들을 순방하며 진리의 말씀을 공급하고, 교회들을 굳게 세우며 전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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