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한 칼럼] 사도 바울과 엘루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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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오래 전의 일입니다. 서울에 볼 일이 있어 지하철 역사의 의자에 앉아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때 옆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너무도 진지하게 무언가를 보시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할아버지가 보는 것에 눈길이 가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당시 모 스포츠신문에 인기리 연재되었던 ‘이것이 미국영어다’라는 칼럼이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손에 오려낸 조각이 한 묶음 되는 것을 보니 여러 날 모으셨던 것 같았습니다. 70이 훨씬 넘어 보이시고, 거기다 내일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기력이 없어 보이시는 할아버지가 외국어에 몰두하는 모습은 저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속어를 써 표현한다면, ‘영어에 미쳤다’고 할 수 있고, 성경적인 단어를 사용한다면 ‘영어에 대한 열정이 충만하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방면이든지 유능하거나 최고가 되려면 충만해야 합니다. 특히 신앙의 세계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왜냐하면 도처마다 악령이 충만한 사람들이 있어 믿음의 사람들을 대적하여 넘어뜨리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사도행전 13장에 보면 성령 충만한 사람과 악령이 충만한 사람의 대결을 볼 수가 있습니다. 성령이 충만한 사람은 사도 바울이고, 악령이 충만한 사람은 박수 엘루마입니다. 안디옥 교회의 선교사인 바울과 바나바가 구브로섬의 바보라는 곳에 도착해서 복음을 전했을 때 악령이 충만하여 모든 궤계와 악행이 가득한 강적 엘루마를 만나서 영적 대결을 펼치게 됩니다. 물론 하나님의 영에 충만한 사도 바울 앞에 악한 영에 사로잡힌 엘루마는 상대가 될 수 없었습니다. 엘루마는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앞을 못 보는 소경이 되고 총독 서기오 바울은 사도 바울의 복음을 듣고 예수님을 믿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단지 그러한 결과만을 바라보고 엘루마를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엘루마는 당시 총독관저의 궁중마술사로서 등급으로 따지면 최고인 1급 악령술사였습니다. 그의 또 다른 이름인 ‘바 예수’란 이름이 ‘구원의 아들’이란 뜻을 지니고 있는 것만 볼 때도,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엘루마를 물리친 바울이 성령 충만해 지기까지의 헌신의 과정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세상의 욕심을 포기하고 오직 그리스도의 푯대만을 바라보며 믿음의 길을 달려갔던 바울이었기에 하나님의 영에 충만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성령충만하기 위해서는 예수님으로 가득해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욕심을 내려놓고 주님을 위한 거룩한 열정으로 충만해야 합니다. 사도 바울이나 베드로, 주기철 목사님, 디엘 무디나 스펄젼 같은 신앙의 인물들은 다 그러한 삶을 살았습니다. 주님에 대한 일사각오의 정신이 없이는 믿음의 길을 완주할 수 없습니다.

갈수록 악의 세력이 힘을 얻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는 성령이 충만해야 합니다. 경건의 능력도 없이 경건의 모양만 가지고 마귀와 대적하고자 한 제사장 스게와의 일곱 아들이 마귀에게 K.O 당하여 벌거벗은 몸으로 도망치는 수모를 겪은 것을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행 1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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