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근 목사 선교일기 27] 돈을 사랑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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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대륙, 케냐와 에디오피아를 거쳐

				▲유동근 목사 일행은 케냐를 처음 방문했다.
▲유동근 목사 일행은 케냐를 처음 방문했다.

1998년 10월 29일, 위독한 상태에 있는 한 형제를 심방하다


케냐 방문은 처음이다. 어젯밤 나이로비에 도착해 제법 괜찮은 호텔에 투숙했다. 나이로비의 밤은 좀도둑이 매우 많아서 손목시계, 귀걸이, 손가방 등을 채 가기 일쑤다. 여자들은 좋은 귀걸이를 하고 가다 채여서 귀가 찢어져 피를 흘리기도 한단다. K형제는 내 손목시계를 팔소매 위로 걷어올리라고 충고했다. 자기는 아예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나는 어느 정도 흑인들에게 익숙해져서 그냥 차고 다녔다.

낮에 공원에서 모이는 그리스도인 무리에게 갔는데 그들의 인도자가 목이 부러지고 상하는 등 매우 위독한 상태에 있어서 30여분 차를 타고 가서 그의 집을 심방했다. 다 죽어가고 있었다. K형제와 나는 큰 목소리로 그를 위해 기도했다. 그리스도의 이름의 능력으로 사단을 꾸짖고 그를 치료할 것을 명했다. 그는 한두 달 동안 음식을 먹지 못하고 있었다. 피골이 상접했다. 그의 부인과 어머니는 울고 있었다. 그러나 믿음을 갖고 있었다. 우리는 믿음으로 기도했으니 일어날 거라고 말해줬다. 내일은 미음을 좀 먹을 것을 권하기도 했다. 의학적으로는 끝났다. 그러나 이곳은 믿음이 통하고 성령이 역사할 수 있는 땅인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조그만 승합차에 흑인들과 같이 타고 오는데 이젠 무서운 생각이 가셨다. 나는 흑인들 사이에서 적응이 되어 가고 있었다.

‘어디든지 가오리다…’ 찬송을 잘 하지만 막상 이런 나라에 와 보니 그거 참 쉽지 않다.

‘주여 당신의 길들을 나에게 보여주시고 주의 길을 나에게 가르치소서(시 25:4)’

10월 30일, 사역은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나이로비에서 아디스아바바를 가기 위해 새벽 5시경에 일어났다. K형제와 같이 기도했다. 이곳은 잠비아와 시간이 한 시간 차이가 있었다.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모닝콜이 아니면 비행기 시간 놓칠 뻔했다.

나는 헤어지면서 K형제에게 물질에 대해 도움이 되는 교제를 했다. “셋돈을 내게 보이라!” 사람들은 세금을 내는 문제를 심도있게 다뤘다. 그러나 주님의 호주머니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주님은 마치 ‘나는 돈으로 사는 사람이 아니다. 돈과 나는 아무 관계가 없다’라고 말씀하시는 듯하다.

사도 바울은 디모데에게 돈을 사랑치 말고 있는 바를 족한 줄로 알라고 했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된다고 했다. 근본적으로 우리는 이 세상에 돈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 가지고 갈 것도 아니다. 우리가 귀하게 여기는 것은 성령이다. 그리고 주님 자신이다. 돈이 아니다. 사역은 돈으로 하는 게 아니다.

나는 10여년 동안 물질의 공과를 배워 왔다. 주님은 내게 주셨고 나는 교회의 사역을 위하여 주님께 드리며 사용해 왔다. 나에겐 물질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있어도 내 것이 아니요 주님의 것이다. 없으면 그것이 정상인 것이다. 왜냐하면 원래 가지고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쌓아둘 필요가 없는데 이는 오늘밤에도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져갈 수 없기 때문이다.

사역하는 사람들이 물질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을 들었다. 사실은 물질 때문이 아니라 배움이 없는 것이 문제다. 우리는 세상에 대해 죽었고 물질에 대해서도 죽은 자다. 죽은 사람은 돈에 시험을 받지 않는다. 한 형제는 장래 많은 돈을 벌면 타락할까봐 염려한다고 했다. 나는 당신이 죽지 않은 사람일까봐 염려한다고 말했다. 많은 물질이 나에게 와서 형제들에게 나간다. 돈이 많든 적든 내 마음속엔 아무런 만져짐이 없다. 그저 소용대로 나눠주고 사용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성령의 역사요 하나님의 뜻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보혈로 죄 사함을 받은 사실(주신 사실)을 인하여 감사의 눈물을 흘리는 것보다 물질을 손에 주시면(요긴할 때) 눈물을 흘리는 것 같다.

우리가 구속된 것은(어린 양의 보혈로 인하여) 금이나 은과 같이 없어질 것으로 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금이나 은은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구속은 영원한 것이다. 생명도 영원한 것이다.
하나님을 찬미하자! 우리는 영원히 천지를 지으신 하나님의 종들이다. 세상과 금전과 물질은 영원히 우리 안에 지위가 없어야 한다.

아디스아바바에서

10월 30일, 말씀 묵상

‘우리가 저에게서 듣고 너희에게 전하는 소식이 이것이니 곧 하나님은 빛이시라 그에게는 어두움이 조금도 없으시니라(요일 1:5)’

‘야곱 족속아 오라 우리가 여호와의 빛에 행하자(사 2:5)’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시 119:105)’

‘하나님이여 나를 살피사 내 마음을 아시며 나를 시험하사 내 뜻을 아옵소서 내게 무슨 악한 행위가 있나 보시고 나를 영원한 길로 인도하소서(시 139:23-24)’

“하나님이여 나에게 더 많은 빛을 주사 나의 어두움을 드러내시옵소서!”

11월 2일, 멀고 험하고 배고픈 여행

1. 멀고, 2. 험하고, 3. 배고픈 여행이었다.

아디스아바바에서 딜라에 가는 길은 멀었다. 고물 봉고에 여섯 형제, 두 자매, 운전사, 조수 해서 열 명이 타고 아침 7시 40분부터 오후 3시까지 달렸다. 먼 길이라 아스팔트가 울퉁불퉁해 고물 자동차 소리는 다 깨지고 부서지는 것처럼 7시간 내내 났다. 극도로 흔들리는 차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으리요마는 말씀을 많이 읽었다. 그리고 너무 좋았다.

여관에 왔더니 콩고에서 받은 인상과 비슷하게 전형적인 흑인의 불친절함이 느껴졌다. 관리자인듯한 사람은 웃지도 않고 화난 사람같이 우리를 대했다.

인도에서도 처음에 그들과 섞이느라고 힘들더니 아프리카도 그런 것 같다. 이 지구상에 온갖 민족이 사단적인 세상에 살다보니 온통 가시나무를 덤불로 형성하고 있다. 교회를 건축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나무덤불에 걸린 어린 수양―여호와이레의 산에 있던―처럼 그들에게 걸려 고통을 당하는 일이다.

어느 민족이든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못생긴 기질이 다 있는 법이다. 오직 인자이신 주님만이 참 사람이시다. 그분은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참된 양식이 되셨다. 지구상에 그러한 냄새를 닮아가고 있는 한 무리가 있으니 그들이 바로 교회이다.

이방인들과 달리 우리 형제자매들은 얼마나 사랑스럽고 다정하고 편한지 모른다. 믿을 수 있고….

“주여, 당신의 왕국이 속히 임하여 이 어둠과 사단의 왕국이 속히 전멸하게 하옵소서.”

점심을 거르고 아침도 시원찮으니 배가 고팠다. 차가 너무 흔들려 다리에 힘이 다 빠지고 머리가 웽웽 한다. 정희근 형제가 오더니 여기서 걸어서 40분 들어가야 모임이 있는데 200여명이 모인단다. 그런데 문제는 밤 집회가 끝나고 캄캄한 밤에 어떻게 걸어오는가다. 아무튼 모든 일을 주님께 맡긴다.

미숫가루를 타서 좀 마시고 아내가 싸준 포도주스를 마셨다(이런 것들이 이렇게 유용할 줄이야).

11월 2일 밤, 마지막 난코스

이번 여행에 가장 마지막 난(難)코스 같다. 저녁에 구찌마을(딜라에서 걸어서 한 시간)에 갔다. 어둑어둑할 때서야 차가 와서 타고 동네 입구까지 갔는데, 길이 말이 아니다. 갈 수가 없었다. 내려서 걸었다. 캄캄한 길에 가끔은 소들, 양들, 염소 떼와 마주쳤다. 길이 좁은데 짐승들이 가로막아 조심하며 걸었다.

40여분을 걸어 들어가니 촌락이 나왔다. 그런데 장로라고 하는 사람이 오더니 오늘 오후에 기다리다 늦게까지 오지 않아서 다 헤어졌단다. 즉 헛걸음을 한 것이다. 내심 황당했지만 순간 주님께로 돌이켰다. 서서 조금 교제하고 형제들과 다시 밤길을 걸었다. 비는 부슬부슬 오고 밤길은 험한데 조금 가니까 커피 실어 나르는 짐차가 하나 있었다. 짐차 뒤에 에디오피아 사람들과 짐짝처럼 타고 달렸다. 한참 가고 보니 다른 길로 가고 있었다. 우리를 태우고 자기들 볼 일을 보고 있었다. 진흙탕에 바퀴가 빠져서 계속 헛바퀴를 돌리지 않나! 별일이 다 많았다. 그러다 결국은 내려서 걷다 뛰다 했다.

Barbarian!

성경에 있는 말이지만 실감이 났다. 도대체 세련된 인간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소리는 벽력같이 질러대는데 그 싸우는 듯한 목소리에는 0.1%의 인간성도 느껴지지 않았다.

막무가내! 마구잡이! 동물같이 느끼고 말하고 살고 있었다.

결국 돌아와 라면을 끓여먹을까 했으나 식당이 문을 닫았다고 거절당했다. K형제도 아프리카 사람 무정한 것에 놀라며 실망하는 얼굴이었다. 나는 이제 좀 초월했다. 어차피 죽기 아니면 살기다. 미숫가루를 타 먹고 잠을 청했다. 주님께 모든 영광을 돌린다.

유동근 목사는

대전고, 충남대·대학원
Pacific Theological Seminary(Th.M, D.D)
온누리선교교회 담임목사, 美 퍼시픽 신학교 교수
국제선교신학원(IMC) 학장
現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연합총회 총회장
Fuller Theological Seminary D.Min GM Course
저서: 모세오경, 마태복음, 요한복음, 로마서, 서신서, 요한계시록 등 강해서(총 20권)

저자는 1991년부터 몇몇 동역자들과 함께 몽골,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 네팔, 미얀마, 에디오피아, 잠비아, 이태리, 헝가리, 불가리아, 핀란드, 프랑스, 독일 등 해외 선교를 주로 해온 선교사이며 복음전도자다. 위에서 소개되는 선교일기는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다. 지금도 매년 저자와 그 일행은 일년에 한 번 이상 세워진 교회들을 순방하며 진리의 말씀을 공급하고, 교회들을 굳게 세우며 전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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