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근 목사 선교일기 28] 가도 가도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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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까지 선교지 방문을 무사히 마친 것에 감사

1998년 11월 3일 오후, 온전한 교회의 길을 가려면

결국은 딜라에 갔다. 집회는 없고 인도자들과의 교제만 있었다. 많은 교제가 있었다. 딜라의 구찌 사람들은 에디오피아의 아멜렉 언어와 다른 또 하나의 언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이곳 대학생 형제가 통역을 맡았는데 꽤 잘했다. 많은 말씀을 교제했다. 바벨론과 새 예루살렘, 금등대인 교회를 말했더니 어떻게 이상적인 온전한 교회의 길을 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사도행전 2장 42절의 사도들의 가르침과 갈라디아서, 디모데전서 등의 말씀을 사용하여 가르침이 중요함을 말해주었다.

돌아오는 길에 마침 오늘은 차가 있어서(쓰리쿼터) 꾸불텅꾸불텅한 산길을 운전해 왔다. 그들은 자기들 말대로 정글 사람들이었다. 돌아와 호텔에 오니 밤 7시 30분이었다. 캄캄한데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촛불을 두 개 켜 놓고 저녁은 어떻게 먹는가 연구한 끝에 한국에서 가져온 라면을 끓이기로 했다. 대충 먹고 자고 내일도 또 7시간 고물 차와 씨름하며 아디스로 가야 한다.

11월 4일, 불결한 음식으로 배탈이 난 정형제

‘내가 이제 너희를 위하여 받는 괴로움을 기뻐하고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그의 몸된 교회를 위하여 내 육체에 채우노라(골 1:24)’

“주님, 마지막 시험입니다.” 딜라에서 출발한 고물 자동차는 한 시간도 못 가서 고장나 버렸다. 결국 우리 일행은 다 내려서 지나가는 버스를 잡아서 탔다. 어느 소도시에 와서 버스를 바꿔 탔는데 결국 아디스아바바까지 10여 시간 걸리게 됐다.

황량한 사막의 땅, 가난한 사람들, 먼지, 딱딱한 의자, 시끄러운 흑인들의 말싸움 속에서 10여시간을 달려야 하는 것이 여간 훈련이 아니었다. 지금은 경찰이 들어와서 짐마다 모조리 조사하고 있다. 비포장 도로를 한참 걸어야 하는데 얼마나 먼지가 나는지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계속 호흡이 곤란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정 형제 말로는 한 시간 남았단다.
10여시간이 아니라 10여일같이 느껴졌다. “10일간 시험을 받으리라!” 그리스도의 부활 능력이 필요하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데 11시간 가까이 왔다. 정 형제의 호흡이 이상한 우는 소리처럼 들리더니 차를 세웠다. 설사가 나온다는 것이었다. 차 안의 모든 흑인들이 우리를 주목했다. 화장실도 없는데 어디서 하는건지! 아까 중간 휴게실에서 식사한 것이 문제가 된 것 같다. 그들의 음식을 그대로 먹더니(아닌 게 아니라 더러워 보였다)! 나는 조금 조심하며 먹었는데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많은 시험 끝에 아디스아바바 도시가 눈에 들어왔다.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엎드려 무릎 꿇고 경배드리나이다. 아버지여!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오는 길에 내가 평소 좋아하던 곡(Jesus Christ Super Star)에 맞추어 찬송시를 하나 쓸 수 있었다.

멀고도 험한 길을

멀고도 험한 길을 주님과 달려가네 광활한 사막의 길
아무리 가고 달려가도 끝은 보이지 않네
우리의 원함 오직 주님만 사랑하는 것 주님만 섬기는 것
우리의 일생 모든 소유 주님 위해 다 바치리라
복음을 위해 왕국을 위해 우리의 목숨 아끼지 않고
모두 다 주께 드리리라
이는 우리의 영광일세

주님을 위한 것이면 아무것 아깝지 않네
주님께 다 드리세 짧은 인생 시간을 계산하면서 섬겨보세
형제여 자매들이여 힘차게 전진하세
어려움 있더라도 외로움과 고난 안에서 주님 누리면서

11월 6일, 로마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오직 주님께만 순종하기 원한다고 말씀드리고 고백한 것이 며칠밖에 되지 않았건만 내 속에 몇 가지 분명치 않은 것이 느껴졌다.

잘은 모르지만 분명치 않을 때는 기다려야 했다. 오늘 아침 부랴부랴 형제들에게 편지를 쓴 것이 문제가 아닌가 해서 많이 회개를 했다. 어떤 원칙도 우리 속에 있는 성령의 음성보다 더 클 수 없음을 나는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사역을 잘 하려면 아직도 멀었다.

“주여, 나를 용서하소서. 주님의 음성만 순종하기 원합니다.” 어떤 원칙보다 중요한 것이 성령의 음성이다.

아프리카의 일정이 다 끝나고 아디스아바바에서 로마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잘했다는 느낌이 없고 주님이 나에게서 멀어지는 것 같아서 근심이 많이 됐다. 이것저것 회개하며 빛을 구했다. 주님의 맑은 얼굴만이 얼마나 사모가 되는지! 그러면서도 많은 환경을 통해 많은 훈련을 주신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아멘.

11월 11일_ 파리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저주를 받은 바 되사 율법의 저주에서 우리를 속량하셨으니 기록된 바 나무에 달린 자마다 저주 아래 있는 자라 하였음이라(갈 3:13)’

우리의 육체뿐 아니라 우리 존재 자체가 저주받기 마땅하다. 심판과 저주, 그것이 우리의 분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이러한 관점을 가져야 한다. 나는 자신에게 묻는다. “너는 자신을 이러한 자로 인정하며 영원히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하고 있는가? 자신을 철저히 재와 티끌 가운데 두어야 할 자로 인정하는가?” 주님은 이런 자들 가운데 그분 자신을 두셨다. 놀랍지 않은가?

비행기는 나폴리에서 파리로 날아가고 있다.

11월 16일, 서울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한 달 이틀(33일)의 긴 여행. 참으로 많은 과정, 스토리, 역사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KE 902 대한항공에 몸을 실었다.

무엇보다도 모든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가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온 땅에서 많은 역사를 행하고 계신 하나님께 경배드린다.

사랑하는 나의 딸과 아내에게 간다. 그리고 한국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공항에 형제자매들이 다 나와서 함께 기도하고 헤어졌다. 하나님께서 파리 교회를 축복하시기를….

파리 교회를 인하여 얼마나 힘과 격려를 얻었는지! 오늘 약 18명이 모여 집회를 가질 때 얼마나 공급과 은혜가 있었는지. 정말 주님께 감사를 드린다.

다음에는 <사역지 일기 6>이 이어집니다.

유동근 목사는

대전고, 충남대·대학원
Pacific Theological Seminary(Th.M, D.D)
온누리선교교회 담임목사, 美 퍼시픽 신학교 교수
국제선교신학원(IMC) 학장
現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연합총회 총회장
Fuller Theological Seminary D.Min GM Course
저서: 모세오경, 마태복음, 요한복음, 로마서, 서신서, 요한계시록 등 강해서(총 20권)

저자는 1991년부터 몇몇 동역자들과 함께 몽골,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 네팔, 미얀마, 에디오피아, 잠비아, 이태리, 헝가리, 불가리아, 핀란드, 프랑스, 독일 등 해외 선교를 주로 해온 선교사이며 복음전도자다. 위에서 소개되는 선교일기는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다. 지금도 매년 저자와 그 일행은 일년에 한 번 이상 세워진 교회들을 순방하며 진리의 말씀을 공급하고, 교회들을 굳게 세우며 전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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