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한 칼럼] 고향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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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우리나라 고유의 명절인 설날이나 추석이 되면 고향을 찾으러 많은 사람들이 대이동을 합니다. 금년 구정 때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고향으로 이동한 인구가 4000만 명이고, 차량 대수는 1300만대였다고 합니다. 대단한 민족 대이동입니다. 북쪽에서 귀순한 사람들은 남쪽의 그런 모습에 많이 놀랍니다. 북한에서는 사회주의 이념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정이나 추석과 같은 민족 명절을 중시하지 않아서 명절이 되면 가족끼리 그냥 오붓하게 보낸다고 합니다. 하루밖에 쉴 수 없기 때문에 타지에 나와 있는 사람들은 고향 방문을 꿈도 꿀 수 없다곤 하는데, 그러나 우리와 같은 자유로운 상황이라면 그들 역시 대규모 귀향 전쟁을 벌일 것이 틀림없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에겐 귀소본능이 있습니다. 그래서 멀리 타지에 나와 있는 사람들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있고, 외국에 나가 있는 사람들은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있습니다. 그리움이 가장 심해질 때는 명절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향을 가고 싶은데 갈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인간에겐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하나는 향수병이고, 또 하나는 폭력적으로 분출이 됩니다. 60년대 서독에서 일했던 우리나라의 광부와 간호사들은 경제적인 이유나 근무 여건 때문에 수년 동안 고국을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고국에 대한 향수병에 걸려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었는데, 20여명의 사람들은 정신착란까지 일으켰습니다. 또 고향에 가고 싶은 마음을 강제로 억누르게 되면 사람의 감정이 폭력적으로 표출되기도 합니다. 역사를 보면 한 나라의 운명이 바뀌기까지 했습니다. 중국의 수나라가 멸망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그것입니다. 618년 수양제를 호위하는 친위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양제를 죽였습니다. 수양제는 113만 대군으로 고구려를 침략했다가 을지문덕 장군에게 대패를 당한 바로 그 황제입니다. 황제를 마지막까지 보필해야 될 경호부대가 반란을 일으켰던 데는 그 이유가 있습니다. 친위군의 대부분이 수나라의 수도인 장안 중심의 관중출신이었는데, 수양제가 장안으로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고 멀리 떨어진 강도에만 머물렀습니다. 그렇다보니 친위대원들이 가족들이 있는 고향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부글부글 끓다가, 결국 폭발해서 수양제를 죽이고 말았던 것입니다.

고향에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 힘이 있습니다. 사람의 생각을 이끄는 힘도 있고, 절망을 소망으로 바꾸는 힘도 있습니다. 또 마음을 정화하는 힘도 있습니다. 고향을 방문해 부모님을 만나고 조상의 묘소를 찾게 되면 자신의 부도덕한 삶을 돌아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잠시라도 자신의 삶을 고쳐보려는 생각을 합니다. 실제로 경찰청에서 발표한 통계 가운데는 이런 것이 있습니다. 추석이나 구정이 지나고 나면 일시적으로 범죄 발생률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를 분석했더니 그것은 ‘고향의 힘’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영원한 고향이 있습니다. 성경은 그것을 본향이라고 말합니다(히 11장). 본향이 주는 힘은 고향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고난과 시련을 이기게 합니다. 헬라어로 본향은 ‘파트리스’라고 하는데, 이 말의 어원은 ‘파테르’라는 아버지에서 왔습니다. 본향에는 하나님 아버지가 계시기에 힘이 있고 능력이 있습니다. 히브리서 11장에는 많은 신앙의 인물들이 나옵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본향을 사모했던 사람들입니다. 본향을 바라보면서 극한 시련과 환난을 이겨냈습니다. 본향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주님께서 큰 은혜와 능력을 베풀어 주십니다. 추석을 맞이해 우리의 본향을 깊이 한번 생각해 보는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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