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란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고귀한 신분에 따르는 도덕적 의무’를 가리키는 말로서, 최근 10년 사이 고위 정치인이나 기업인들과 같은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계속된 비리와 부도덕한 행위로 언론이나 방송에서 빈번하게 사용되어졌습니다. 상류계층의 병역비리나 탈세, 부정축재, 문란한 사생활 등 좋지 못한 모습들은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의 책임의식 부재와 도덕성 상실을 보여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신분이 높고 권세가 있고, 많은 재산을 소유한 상류계층일수록 보통 사람들보다 더욱 큰 책임과 도덕성이 요구됩니다.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는 것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돌봐야 할 사회적 책무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분배와 나눔이 이루어질 때 사회와 국가는 건강해집니다.
<로마인 이야기>를 쓴 일본의 시오노 나나미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로마인들이 지성에 있어서는 헬라인들에게, 신체에 있어서는 켈트인과 게르만족에게 뒤지고, 경제력에 있어서는 카르타고인들에게 뒤떨어졌지만 그렇게 큰 제국을 이루고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오늘날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 중 하나도 지도자들의 도덕성과 책임의식에 있습니다. 영국이나 독일 등 유럽국가들을 보면 그러한 정신이 강합니다. 1, 2차 세계대전 때 상류층 자제들이 주로 다녔던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의 학생들은 국가를 위해 전쟁에 뛰어들어 수많은 학생들이 전사하여 소수의 졸업생만으로 졸업식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에게는 높은 신분엔 높은 도덕적 의무가 따른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이 몸에 배어 있었던 것입니다.
미국도 보면 상류계층의 철저한 책임의식과 높은 도덕성을 볼 수 있습니다. 정직하지 못하거나, 사람들에게 존경 받지 못할 도덕수준을 보이게 되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세계적 부호인 록펠러나 카네기는 자기의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습니다. 6·25전쟁 당시 유엔군사령관이었던 벤플리트 장군도 두 아들을 참전시켜 한국 땅에서 둘 다 잃고 맙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6·25전쟁이나 베트남 전쟁 때, 전쟁터에서 죽으면 빽이 없어 죽는다 하여 ‘빽 소리하며 죽었다’는 풍자의 말이 나돌 정도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책임을 회피하였습니다. 고귀한 신분에 걸 맞는 삶을 살지 못했던 것입니다.
세상에서 정말로 고귀한 신분이 있습니다. 바로 예수님의 피를 통해 하나님의 자녀 된 우리 그리스도인들입니다. 가장 고귀한 우리들이기에 더욱 더 그에 걸 맞는 도덕적 책임의식을 갖고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합니다. 최근 기독교와 교회에 대한 일반인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종교별 호감도를 보면 기독교가 가장 낮습니다. 인터넷에 기독교에 관한 기사가 뜨면 순식간에 비난 댓글로 도배가 됩니다. 그렇게 된 데는 불신자들보다 더 낮은 도덕성과 위선적인 삶, 제몫 챙기기에 바쁜 이기적인 삶의 모습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주님을 닮아 양보하고 희생하고, 낮아지는 정신을 가져야 함에도 높아지려하고, 대접받으려하고, 손해는 절대로 안 보려다 보니 마음속에 세상영광과 이기적인 정신으로 충만했던 것입니다. 이제부터라도 한국 교회 교인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가장 존귀하신 주님이 보여주신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으로 개조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 마음을 가슴에 품고 날마다 사랑과 봉사의 정신을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최요한 칼럼]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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