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로 촉발된 감리교 갈등, 해법은 어디에

송경호 기자  khsong@chtoday.co.kr   |  

물러서지 않는 김국도·고수철 목사… 10월 총회 난항 예상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선거를 두고 시작된 대립이 좀체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김국도 목사와 고수철 목사 양측은 28일 주일에도 모두 자신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행보를 보였다.



28일 주일예배에서 김국도 목사와 고수철 목사는 모두 당선을 자축했다. 김국도 목사가 시무하는 임마누엘교회에는 ‘위대한 감리교 지도자 김국도 목사님의 감독회장 당선을 축하드립니다’라는 등의 플래카드 3개가 나붙었다. 화환도 30여개에 달했다. 김국도 목사는 이날 “부족한 종이 다수의 지지로 감독회장에 당선된 것을 하나님께 영광 돌린다”며 “이제 큰 일을 감당하는데 기도하며 하나님의 인도를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기도로 후원해준 성도들에게 감사의 뜻도 표했다.

고수철 목사가 시무하는 흑석동제일교회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수철 목사님의 감독회장 당선을 축하드립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나붙었고, 10여개의 화환이 늘어섰다. 고수철 목사는 김국도 목사의 후보자격에 분명 결격사유가 있었음을 강조하며, 자신이 정당한 권위를 지닌 감독회장 당선자임을 누차 강조했다.

결국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이라 할 수 있는 ‘어느 한쪽의 양보’는 이뤄지기 어려운 분위기인 것. 두 사람 모두 각각 ‘다수의 지지’, ‘교회법’ 등 자신이 당선자임을 주장하는 명분이 뚜렷한 데다, 4년에 한 번밖에 없는 감독회장 선거에서 당선을 포기하는 선택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이번 대립에는 감리교 교단 내 해묵은 갈등마저 뒤엉켜 있어 어느 한쪽이 양보하려 해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김국도 목사와 고수철 목사뿐 아니라 두 사람을 지지하는 세력들도 필사적이어서, 둘 중 어느 한쪽이 그만두려 한다 해도 오히려 지지세력의 반발이 일 뿐더러, 교단 분열에 가까운 혹은 그 이상의 파국이 예상된다.

현재 김국도 목사는 지지율이 44%인 것으로 나타났듯, 교단법에 따라 선거권을 가진 ‘정회원 11년급 이상’으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은 교단의 중진급 이상의 목회자 혹은 평신도들로, 교단 정치에 강한 영향력을 가진 이들도 많으며 대체로 보수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 반면 그간 감리교회의 개혁을 부르짖어왔던 소장파 목회자들은 김국도 목사의 당선이 교단의 퇴행으로 보고 이를 막기 위해 필사적이다.

▲임마누엘교회와 흑석동제일교회는 현수막을 내붙이고 각각 김국도 목사와 고수철 목사의 당선을 축하했다. ⓒ송경호 기자



문제는 현재 이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기구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신경하 감독회장은 이미 광우병 사태와 관련해 독단적으로 성명을 발표했다가 10개 연회 감독들의 반발에 부딪히는 등 레임덕에 시달려 왔는 데다 선관위 임원회로부터 제소까지 당할 형편이며, 선관위 장동주 위원장은 신 감독회장으로부터 직무정지 통보를 받았다. 교단 내 실력자들인 10개 연회 감독들도 갈등이 극에 달한 현 시점에서 처신이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결국 이 사태는 교단을 떠나 다시 사회법정으로 갔다. 현재 김국도 목사측은 감독회장 후보자격 정지 판결에 대해 항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법의 판결도 어느 쪽으로 나든 반대편의 반발을 낳겠지만, 지금으로선 그나마 이번 사태를 종결지을 수 있는 가장 큰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사회법 판결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만큼, 그 기간 동안의 교단 리더십 공백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다. 또 교단 내의 갈등이 사회법까지 비화되는 데 대한 비판 또한 적지 않은 상황이며, 이로 인해 대사회적 위상도 크게 실추되고 있다.

게다가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기독교대한감리회 제28회 총회도 문제다. 신경하 감독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10월 29일 총회가 파국을 맞지 않기 위해서는 교단 내 지도자들의 지혜와 용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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