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공항 새벽 2시. 아디스아바바를 가기 위해 새벽 3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2시간 전쯤 사랑하는 아내와 헤어졌다. 아내는 X형제와 서울로 향했다.
H형제는 캄보디아에 가기 위해 오늘은 공항에서 밤을 보내야 한다. H형제는 아무 걱정도 하지 말라고 하면서 돌아섰다. 교제하는 가운데 젊은 형제가 여간내기가 아니었다. 캄보디아 M형제의 전화도 주소도 없이 방콕서부터 버스를 타고 간다고 나섰다. 무엇이든지 싼 것을 찾아 다녔다. 참! 감동이 됐다. “주여, 이런 자들을 복 주시옵소서.”
마지막 시대의 일꾼들이다. 시대를 끝낼 자들이다. 매우 모자라고 부족한 자들이다. 그러나 주님의 긍휼과 은혜의 풍성함은 우리의 무능함을 초월하실 수 있다.
30세 어린 형제 속에 사역의 영이 자라나고 있었다. 그는 끝까지 보존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눈물이 많아졌음을 자랑했다. 혼자 있을 때도 둘이 있을 때도 눈물이 많이 나온다고 했다.
양곤에서는 7일간 있으면서 12번의 청년 훈련집회, 5번의 가정집회(복음), 2번 사역자들과의 교제를 가졌다. 주님의 긍휼과 축복이 있었다. 감사드린다.
날씨를 주님이 주관해 주셔서 일 년 중 가장 무더운 4월이 비가 와서 한결 부드럽게 지나갔다(습기는 좀 많았지만). 미얀마 사람들의 Water Festival 기간이었다. 광란의 도시―우리의 차량에도 미친듯이 물을 던지고 뿌려댔다.
이번에는 미얀마인들에게 진리가 많이 새겨지고 하나의 전기가 되는 집회였다. 많은 형제 자매들이 주님을 만나는 계기가 됐다.
아내와 X형제, H형제와 헤어지고 모처럼 혼자가 됐다. 혼자가 아니라 가장 사랑하는 주님의 임재와 가까워진 것이다.
주님과 함께 아프리카, 유럽으로 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4월 28일, 아디스아바바 공항에서
▲유 목사의 다섯번째 선교여행 일정. 서울-양곤-아디스아바바-나폴리-파리-소피아-베를린-부다페스트-핀란드-로마-서울.
영적인 전쟁과 힘든 일정 속에 에디오피아 8일의 일정이 모두 끝났다.
공항에 많이들 나왔다. 섭서베이, 게다쪼, 시샤이, 정선교사, 프레오, 테스티파이, 압벌러, 빨간 가다마이, 다리꽈, 이푸투 등.
집회는 모두 12번 정도 했고, 주제는 내주하는 성령(‘The Indwelling Spirit’, 1999년 10월 출간)이었다. 여덟 지방에서 모여들었고, 많을 때는 100여명이 됐다. 수단 형제들도 참석했고 더러는 이틀씩 차를 타고 왔다. 집회는 전쟁하듯 했고, 주님의 강한 성령의 위임을 느끼게 하셨다.
한 형제의 문제로 심히 힘이 들었고(이곳은 이성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나는 이점에 대해 매우 어려워했다. 고린도 전서 5장의 순수한 그리스도의 간증을 얻기 위해 묵은 누룩을 내어버리는 문제를 강하게 교제했다. 그러나 그 형제는 나를 아버지와 같이 여기며 절대 순종하려 했다. 그 형제와 약혼자인 자매는 모든 것이 악소문일 뿐이라며 강력히 깨끗함을 주장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순수함을 증거해 달라고 나에게 부탁했다.
나는 자매 앞에서 강하게 일어났다. “자매여, 이것은 우리의 길이 아닙니다. 당신들이 무고로 오해를 받는다면 그것은 긍휼과 축복입니다. 우리는 결코 자신을 변명하고 정당화하여 오해를 벗어버리려는 길을 가지 않습니다.”
하여간 공항에는 다 나왔다. 주님의 순수한 금등대의 간증이 세워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매우 힘이 든다.
어젯밤은 마지막 저녁이다보니 늦게까지 말씀을 전했다. 지금도 일기를 쓰다가 10분 정도 깜박 잠이 들었다 깼다.
정희근 선교사는 한동안 계속 피설사를 하고 있었다. 아메바와 박테리아균 때문이라고 하면서 때로는 토하고 때로는 설사를 하는데 아무것도 먹지 못해 어느 때는 변이 안 나오고 피만 나온다고 했다. 그리고 식욕을 잃었다.
그리고 한동안은 회충(편충)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고 했다. 길을 걸어가다가도 항문에 흰 것이 나와서 꺼내보니 편충 조각이라고 했다. 에디오피아 음식(야채 등)은 매우 불결하고 위험하다. 처음에는 편충인줄 모르고 한 조각의 흰 것이 항문을 통해 나오길래 무엇인가 하고 책상에 놓았더니 꾸물꾸물 움직이더라고 했다. 그래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가는 길이 영광의 길이라고 하면서 환하게 웃으며 모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우리 동역자들이 이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무척 마음이 아팠다. 때로는 한국에서 돈이 안 와서 일주일간 밀가루를 조금 사서 풀을 쑤어 먹었다고 했다. 거기에다 웬 벼룩은 그렇게 많은지 그나마 살이 쏙 빠진 몸을 사방 다 물어뜯고 있었다.
나는 최근 교회에 온 고등학교 동창이 보내준 ‘물린디’ 약을 그에게 주었다. 정선교사는 너무나 고마워했다. 뭐가 그리 고맙다고…. 그리고 가져온 회충약을 주고 병원에 보내 정확한 진찰을 한 후 비싼 약 두 가지를 사서 먹였다.
그런데 문제는 다윗 형제(모임 장소에서 머무는 젊은 형제)이다. 그는 3주가 지나도 계속 피설사를 한다고 하면서 집회 때면 한쪽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서 배만 계속 주무르고 있었다. 그리고 또 나를 한 번 운전해준 아와사(아디스에서 6시간 정도)에서 온 형제도 같은 증상이었다. 참으로 말이 아니다.
집회 도중 한국에서 전화가 왔는데 용감하게 버스로 프놈펜에 간다던 H형제가 캄보디아 국경선 근방에까지 가서 3인조 강도를 만나 남은 돈을 모두 강탈당하고 태국 경찰에게 인도돼 다시 방콕에 와 있다고 전갈이 왔다. 원수 마귀가 우리를 넘어뜨리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H형제는 450불 보내주면 한국에 돌아와서 2주 정도 쉬고 싶다고 했고 그래서 나도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리고 주님이 우리 젊은 동역자를 위로해 주시기를 기도했다.
하루가 지나자 B(헝가리에서 일하는) 선교사 어머님께서 위독하기 때문에 속히 한국에 와야 되겠다는 전갈이 왔다. 나는 얼마 후 이태리, 프랑스, 불가리아, 독일을 다녀서 헝가리에 가야 하는데, 그리고 B형제는 이번 우리의 집회를 위해 몇 달 동안 수고를 하였는데 위급한 문제가 일어났다. 하여간 어머님이 편찮으시다니 속히 가봐야 되지 않겠는가? 아내와 아들까지 세 명이 다녀가야 한다니 금전이 적지 않게 들게 생겼다. 그러나 나는 사단이 계속 이렇게 공격하는 것을 알고 계속 기도로 대비를 해왔기 때문에 조금도 당황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기도했고, 기도 안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염려가 되지 않았다. 오늘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고 심방을 가봤더니 그렇게 위급한 상태는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B형제에게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니 염려하지 말고 조금 시간을 보내며 기다려보자고 말해주라고 했다.
에디오피아 형제들은 아무 때나 전화를 해서 만나자고 하고 대화를 요청해 온다.
12월에는 5천명 정도 지방에서 모임을 가질 것인데 올 수 있느냐고 했다. 다음 10월에 올 때는 아디스아바바 시내에 큰 장소를 빌려서 대집회를 하자고 했다. 나는 형제들에게 기도해보라고 했다. 에디오피아에서 하여간 큰 역사가 진행 중이고 사단이 최선을 다해 사역을 방해하려 하고 있었다.
형제들은 벌써 이웃 나라들―소말리아, 케냐, 수단 등을 생각하며 진군할 생각을 하고 있고 한 형제(물을 기계로 파내는 일을 하는 형제)는 문서 사역을 하고 싶어하고 또 한 형제는(물 근원을 찾아내는 형제로 프랑스에서 박사 학위를 받음) 책을 빌려주는 일―서점을 차려서―을 하면서 우리의 진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또 한 형제는(프레오 공무원) 오디오와 비디오 사역을 하고 싶다고 했다.
하여간 아디스아바바 교회는 건전한 가정들이 세워지고 안정된 모임이 시작됐다. 어느 정도의 인도 직분에 대해서는 안배를 했다. 정식적인 장로 직분이 아님을 말해주고 절대 지위감을 갖지 않기를 말해주었다.
문제가 된 형제는 한동안 근신하고 기도하기를 권했다. 본인이 깨끗하다 하더라도 자매들과의 느슨한 관계를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해주었다. 더욱이 인도하는 위치에 있는 형제들의 자매들과의 관계는 더욱 깨끗해야 함을 말했다.
비행기는 예루살렘 텔아비브의 상공을 날고 있다고 알려주고 모두 안전벨트를 매라고 했다.
그런데 아벌러 형제! 아내가 깜박 잊고 한국에 E-mail을 하루 이틀 늦게 보내 가지고 오늘에서야 들어갔을 것 같다. 아벌러 형제는 신학 공부도 많이 하고 교회에서 30년 생활한 전도인인데 영어는 기가 막히게 잘하고 공산당 시절 복음 전하다가 감옥에서 6년이나 살다온 사람인데 매우 재미있게 생겼다.
에디오피아 형제들은 찬송할 때 모두 춤을 추는데 아벌러처럼 웃기게(배가 많이 나왔으니) 추는 사람은 처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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