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한 칼럼] 책임감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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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책임감이라는 단어가 반갑지 않은 말일 수 있지만, 자의식이 있고 판단능력이 어느 정도 있게 되는 초등학생 때부터 인간은 책임감에서 면제될 수 없다. 죽을 때까지 자기가 살고 있는 공간에서 책임을 져야 될 부분이 있다. 물리적인 공간이든 무형의 자리든 자기가 점유하고 있는 자리에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른다. 책임감하면 군인을 빼놓을 수가 없다. 6·25전쟁 때 육탄 10용사나 서해 교전에서 전사한 해군 용사들이 그렇다. 책임감을 돌아보게 할 만한 감동적인 실화가 하나 있어서 소개할까 한다.

1910년 봄, 일본 히로시마 남서쪽에 있는 구례항에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잠수정 한 척이 진수식을 마치고 훈련 출항을 했다. 잠수정은 잠수함보다 작은 배를 가리킨다. 그 잠수정은 이름이 따로 없었고 그냥 ‘제 6호 잠수정’이라 불렸다. 전장 23.25m, 폭 2.15m, 잠항 배수량 63t의 잠수정으로, 정장은 30살의 사쿠마 대위였고 13명의 승무원들이 승선해 있었다. 훈련 잠항을 시작한지 나흘 째 되었을 때 불행하게도 고장이 났다. 승강통으로 바닷물이 흘러들어와 가라앉고 만 것이다. 잠수정이 침몰되고 하루가 지나 일본 해군은 그 잠수정을 인양하게 됐는데 거기서 감동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침몰된 잠수함을 인양하게 되면 대부분의 경우 시신들이 비상탈출구인 해치 가까이에 몰려있다. 최후까지 탈출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쿠마 정장이 지휘했던 잠수정은 달랐다. ‘제 6호 잠수정’의 해치를 열고 들어가던 조사반장 요시카와 중령은 잠수정 대원들의 숭고한 책임감에 통곡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쿠마 정장은 사령탑에, 기관담당 사병은 가솔린 기관 앞에, 조타병은 조타석에, 공기수는 공기압착관 앞에 있었다. 14명의 승무원 모두 질식사 하는 순간까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사쿠마 정장의 군복 주머니에서 메모가 발견되었는데 죽는 순간까지 시간시간 상황을 기록하였다는 것이다. 마지막 기록은 다음과 같다. ‘승무원 일동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두 자신의 직을 잘 지켜 침착하게 일을 처리함. 12시 30분 호흡이 몹시 고통스러움.’ 아마, 침몰 원인과 침몰 후의 상황을 밝혀두어 잠수정 사고방지와 성능개선을 위한 자료로 삼기 위해 그렇게 한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일본 천황에게 편지를 썼는데 그 내용이 이렇다. “자신이 부주의하여 잠수정을 침몰시키고 부하를 죽여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감히 폐하께 말씀 올릴 것은 제 부하의 유족들이 곤궁해지지 않도록 배려해 달라는 것입니다. 제 바람은 오직 이것밖에 없습니다.”

정말 정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사쿠마 정장의 예에서 보듯이 책임감은 생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책임감의 무게를 단다면 그것을 달 수 있는 저울은 없다. 생명을 다는 저울이 없듯이, 책임감을 달 수 있는 저울도 없다. 제2의 IMF를 염려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IMF 환난 때나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국민들이 분노한 것은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가나 교회나 자기가 맡은 일에 생명까지 바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하나님께서 찾고 있는 사람도 바로 그런 사람이다. 다윗을 보라. 자기에게 주어진 책임감을 다하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다. 들판에서 양들을 지키기 위해 사자와 곰과 맞서 그들을 지켜내었다. 하나님께서는 다윗의 그런 책임감을 보신 것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우셨고 메시아의 조상이 되게 하셨다. 우리 모두 책임감의 무게를 절감하고 맡겨진 책임에 생명을 거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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