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근 목사 선교일기 34] 핀란드의 기적

|  

50일간의 해외일정 마무리하다

핀란드

1999년 5월 31일, 이 나라에 놀라운 전환이 시작되었다!

1999년 5월은 해외에서 다 보냈다. 집을 나온 지 거의 50일째가 되었다. 핀란드라는 나라는 처음 왔다. 와 보니 호수가 6만개인데 인구는 500만밖에 되지 않고 내리자마자 추위가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며칠 전만 해도 눈이 왔고 어제도 북쪽에는 눈이 내렸다 한다. 반듯반듯한 침엽수들이 가득 들어서 있는 나라다.

헬싱키 공항에서 어려움에 봉착했다. 여권을 조사하는 사람이 나를 세게 몰아붙였다. 여권사진 붙어있는 장이 너덜너덜 떨어질 판이다. 가짜 여권으로 오해받고 있는 중이었다. 거기서 간신히 통과해 나왔더니 Z형제와 같이 나온 헬싱키 형제의 차는 소형 트럭이라 앞자리만 있어서 셋 이상은 탈 수가 없는데 겹쳐서 넷이 타고 기차역까지 갔다. 가면서 경찰을 만날까봐 굉장히 떨었다. 벌금이 상당히 나온단다.

겨우 2분 전에 기차역에 도착, 달려가서 기차를 탈 수 있었는데 에르끼라는 형제가 기차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형제는 오순절 영향으로 영적인 면에서 상당히 외적인 것을 중요시하고 있었다.

기차로 랍바렌타라는 도시까지는 3시간 걸리는데 5시 기차를 탔다. 8시까지 도착하면 바로 집회가 있다고 했다. 기차에 자리를 잡으니 안도가 되었는데 안심도 잠시, 이젠 술 취한 사람이 나타나더니 시비를 걸고 사진을 찍고 난리였다. 우리의 영을 혼란시키려고 난리를 꾸미고 있었다. 사단의 장난인 것을 알고 기도했다. 그리고 전혀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랬더니 30분 후쯤 사라져 버렸다.

어렵게 해서 랍바렌타라는 도시에 왔더니 조그만 집회 장소로 나를 안내했는데 20-30명이 찬송을 부르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30분 정도 짧게 생명에 대해 전했다. 그들 중 많은 사람이 짧은 우리의 메시지에 눈이 열렸다(통역은 삐리오라는 75세 할머니 자매님이 맡았다).

다음날부터 집회는 계속되었는데 점점 사람들이 집회에 흥미를 갖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 중 많은 사람들이 이런 말씀은 핀란드에서 처음 듣는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은 오늘을 위해 수년간 기도해왔다고 하면서 우리가 온 것은 기도의 응답이라고 기뻐하였다.

그들은 이것이 오늘날 핀란드에 필요한 말씀이라고 서로서로 말하면서 매 집회마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 기뻐하며 웃고 즐거워하는 사람, 하여간 매우 인상적인 집회가 계속되었다.

그리고 몇몇 가정이 우리를 초청하여 음식을 접대하였는데 그들은 모두 루터교의 인도자들이었다.

에르끼, 요르마, 요안니, 요아, 타파니, 요안니 아들들은 매우 진지하게 말씀을 경청하고 요안니는 자주 말씀을 들으며 눈물을 훔쳤다. 몇몇 적극적인 자매님들은 집회마다 따라다니며 기뻐하였다.
우리는 핀란드에서 짧은 시간에 8번 집회를 가졌다. 이 나라에 놀라운 전환이 시작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나는 올 때부터 왜 이렇게 사단이 방해하였는가를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이곳에 주님의 역사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처음 Z형제가 공항에서 이곳에 대해 설명할 때 두세 명이 어느 정도 분명하며 한 가정이 가능성이 있고 그나마 대개 할머니들이라고 했을 때 적지 않게 실망스러웠다. 이 아까운 시간에 여기까지 잘못 온 것은 아닌가 하고 아차하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기차는 세 시간 동안 계속 달렸다. 그런데 막상 와 보니 하나님께서 가이사랴에 베드로를 보내시듯이 나를 이곳에 보내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말씀도 생명에 대해 어느 정도 전할 수 있었다. 토요일과 주일은 하루 세 번씩 장소를 옮겨가며 집회를 하는 바람에 상당히 피곤하기도 하고 바빴다. 피곤이 굉장히 몰려왔다. 첫날 왔을 때 Z형제가 핀란드에 왔으니 핀란드 사우나를 한 번 가보자고 하면서 수영복을 가져왔느냐고 물었다. 나는 사실 준비해왔지만 잠시 후 생각해볼 때 갈 수가 없었다. ‘지금은 전쟁 중이 아닌가!’ 나는 Z형제에게 가지 말자고 말했다. 집회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Z형제도 즉시 순종해 주었다.

집회에 갔더니 멀쩡하게 생긴 큼직큼직한 백인들 앞에서 조그만 Z형제(이곳에 온 것도 몇 번 안 될텐데)가 모든 지시를 다 내리고 있었다. 기도 시간이 되면 한 사람 한 사람 Z형제의 지시에 따라 기도를 하곤 했다. 핀란드에 왔으니 핀란드 사우나를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도 솔직히 있었지만 집회 다 마칠 때까지 갈 마음도 갈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숙소에 샤워 시설이 없기 때문에 모든 집회를 마칠 때까지 샤워를 한 번도 할 수 없었다. 다만 긴 의자를 넓힌 침대에서 자고 조그만 방에서 B형제와 몸을 비비며 살아야 했다. 그나마 Z형제, S자매, 그들의 아들은 밖의 집회 장소에 의자를 나란히 깔아놓고 그 위에 매트리스를 펴고 매일 자곤 했다.

매일 아침 빼놓지 않고 운동을 했다. 산책로는 갈대가 있는 호숫가인데 높이 치솟은 침엽수들이 가득한 공기 맑은 공원과 같은 산길이었다. 매우 좋았다.
모든 집회를 마치고 덩치가 크고 구레나룻를 풍성하게 기른 요아 형제가 우리를 차로 바래다 주는데 맞은편 하늘에 쌍무지개가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난생 처음으로 그렇게 아름답고 선명한 무지개를 보았다. 우리는 차를 잠시 세우고 비디오를 찍었다. 마치 모든 집회를 주님과 함께 아름답게 마친 것을 축하라도 하는듯 했다.

다시 오늘은 랍바란타에서 기차로 헬싱키에 와서 사랑하는 Z형제와 B형제와 작별을 했다. Z형제는 이제 프랑스를 거쳐 네덜란드 등을 여행하기로 했고, B형제는 헝가리로 다시 돌아가서 루마니아와 몇몇 도시들을 돌면서 수고하기로 했다.

B형제 어머님은 현재 간암으로 투병 중이신데 상당히 위중하다. B형제가 오기를 간절히 기다린다. 그러나 그는 말하기를 “지금 가야 할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엄청난 주님의 발걸음을 뒤로 하고 어디든지 갈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나는 그래도 다녀와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B형제를 주님이 긍휼히 여기시기 바란다.

비행기는 로마를 향해 가고 있고 앞으로 한 시간 반 후면 로마에 도착한다.

6월 1일, 서울로

귀중한 로마에서의 1박 2일을 마치고 그립고 그리던 한국으로 돌아간다.

로마에서의 교제가 너무 좋았다. 형제들과 이미 하나가 되어 우리와 함께 전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도 하나님의 역사의 작품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우리와 같은 길을 걸으며 주님께 사로잡혔는지 정말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이 날 집회에는 나폴리의 형제들이 올라왔다. 엔조, 다비데, 젊은 다비데, 빠스꾸알레 등이 왔다. 함께 집회를 하였다. 모두 기뻐했다. 주님을 찬미한다.

5월 31일 저녁에 집회를 한 번했다. 6월 1일은 쉬고 함께 운동도 했다. 그러다 나는 크게 넘어졌다. 큰일날 뻔했는데 걷기가 매우 힘들었다. 다 주님 안에서의 일이라고 믿어졌다. 마지막이기에 조심을 했어야 했는데 약간의 방심이 큰 어려움을 불러왔다. 아내나 형제 자매들에게 걱정을 끼쳐주게 되어 정말 미안하게 되었다. 이제 나도 나이가 50이 넘었으니 모든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것 같다. 그리고 나를 거룩케 하셨다. 주님께 회개를 했다.

주님께 감사한다. 그래도 기어서라도 집에 갈 수 있음이. 손목도 조금 다쳤는데 마지막 힘으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어찌하든 주님을 위해 살 수 있으니 주님께 감사드린다.

로마의 섬기는 형제들이 모두 공항에 나왔다. 그리고 같이 기도하고 헤어졌다. 나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비행기에 올랐다. 이렇게 해서 50일의 모든 일정이 끝이 났다. 아멘.

이것으로 1990년 몽골에서부터 시작된 선교일기 1부를 모두 마쳤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2001년부터 2007년까지 기록인 선교일기 2부가 계속됩니다.

유동근 목사는

대전고, 충남대·대학원
Pacific Theological Seminary(Th.M, D.D)
온누리선교교회 담임목사, 美 퍼시픽 신학교 교수
국제선교신학원(IMC) 학장
現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연합총회 총회장
Fuller Theological Seminary D.Min GM Course
저서: 모세오경, 마태복음, 요한복음, 로마서, 서신서, 요한계시록 등 강해서(총 20권)

저자는 1991년부터 몇몇 동역자들과 함께 몽골,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 네팔, 미얀마, 에디오피아, 잠비아, 이태리, 헝가리, 불가리아, 핀란드, 프랑스, 독일 등 해외 선교를 주로 해온 선교사이며 복음전도자다. 위에서 소개되는 선교일기는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다. 지금도 매년 저자와 그 일행은 일년에 한 번 이상 세워진 교회들을 순방하며 진리의 말씀을 공급하고, 교회들을 굳게 세우며 전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많이 본 뉴스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한국기독교 140주년 기념 한국교회 비전대회’

선교 140주년 한국교회 “건강한 교회 만들고, 창조질서 수호를”

복음은 고통·절망의 역사 속에서 민족의 희망 돼 분열·세속화 얼룩진 한국교회, 다시 영적 부흥을 지난 성과 내려놓고 복음 전하는 일에 달려가며 다음세대 전도, 병들고 가난한 이웃 돌봄 힘쓸 것 말씀으로 세상 판단하며, 건강한 나라 위해 헌신 한국교회총연…

 ‘AGAIN1907 평양대부흥회’

주님의 이름만 높이는 ‘제4차 Again 1907 평양대부흥회’

탈북민 500명과 한국 성도 1,500명 참석 예정 집회 현장과 이후 성경 암송과 읽기 훈련 계속 중보기도자 500명이 매일 기도로 행사 준비 1907년 평양대부흥의 성령 역사 재현을 위한 ‘AGAIN 1907 평양대부흥회’가 2025년 1월 6일(월)부터 11일(토)까지 5박 6일간 천안 호서…

한기총 경매 위기 모면

한기총 “WEA 최고위층 이단성 의혹 해명해야”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이하 한기총)이 WEA(World Evangelical Alliance) 최고위층의 이단성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청했다. 2025 WEA 서울총회 조직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한기총은 13일 입장문에서 “WEA 서울총회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WEA 국제이사…

김종원

“다 갈아넣는 ‘추어탕 목회’, 안 힘드냐고요?”

성도들 회심 이야기, 전도용으로 벼랑 끝에 선 분들, 한 명씩 동행 해결 못하지만, 함께하겠다 강조 예배와 중보기도 기둥, 붙잡아야 제게 도움 받지만 자유하게 해야 공황으로 섬기던 교회 결국 나와 책 속 내용, 실제의 ‘십일조’ 정도 정말 아무것도 없이 …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제42회 정기총회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새 대표회장에 권순웅 목사 추대

세속의 도전 속 개혁신앙 정체성 확고히 해 사회 현안에 분명한 목소리로 실시간 대응 출산 장려, 청소년 중독예방 등 공공성 노력 쪽방촌 나눔, 재난 구호… 사회 책임도 다해 총무·사무총장 스터디 모임으로 역량 강화도 신임 사무총장에는 이석훈 목사(백석) …

저스틴 웰비 대주교

英성공회 수장, 교단 내 ‘아동 학대 은폐’ 논란 속 사임 발표

영국성공회와 세계성공회 수장인 저스틴 웰비(Justin Welby) 캔터베리대주교가 아동 학대를 은폐했다는 스캔들 속에 사임을 발표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웰비 대주교는 12일(이하 현지시각) 영국성공회 웹사이트에 게재한 성명에서 “찰스 3세의 은…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