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칼럼] 시궁창 물에 몸을 담근 군인

|  
				▲안희환 목사(예수비전교회).
▲안희환 목사(예수비전교회).

삼십대 후반의 한 그리스도인을 만났습니다. 시민단체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분인데 나누었던 여러 이야기들 중에 한 가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군부대에서 어떻게 신앙생활을 했는가에 대한 것인데 군입대를 앞둔 청년들이나 이제 막 사회에 나가 생활해야 하는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군에 입대하면서 하나님께서 자신을 그곳에 보내신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은 하나님의 사람이며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야 한다는 분명한 사명의식을 가졌기에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들 속에서도 낙심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오히려 군대 내에서 빛과 소금으로 살아야겠다는 열정이 뜨겁게 일었고 그것을 실천하고자 몸부림 쳤습니다.

그러나 군대내에서 신앙생활을 제대로 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예배를 빠지지 않기 위해, 기도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는데 그 때문에 많은 시달림을 받았던 것입니다. 특히 선배 한 사람은 과도하게 괴롭혔는데 심지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뺨을 때리기도 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그는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자신을 힘들게 했던 사람들을 미워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들을 축복하며 기도하였습니다. 자신의 뺨을 때란 선배에겐 자신이 더 잘 하겠다며 앞으로 뺨을 맞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런 태도에 놀란 선배는 나중에 “너 같은 사람 처음 봤다”며 미안하다는 사과까지 하였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했기에 얻을 수 있었던 선한 결과입니다.

한번은 공동 목욕탕에 물이 고여서 빠지지 않는데 더러운 땟물이 차 있었습니다. 쇠꼬챙이로 찔러보았지만 물이 빠져나가지 않았습니다. 공사를 하려니 너무 큰 공사라 손을 못 대고 있는 상황에서 50대의 원사가 물속에 들어가 쇠꼬챙이가 아닌 손으로 더러운 것들을 끄집어내려고 하였습니다. 어깨까지 더러운 물속에 잠가야 하기에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원사가 나선 것입니다.

원사의 그런 모습을 본 그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습니다. 자신이 그리스도인인데 섬기는 일에 먼저 나서지 못하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그는 원사에게 자신이 하겠다고 말한 후 더러운 물속에 몸을 잠근 채 손을 깊숙이 집어넣어 하수도를 막은 이물질들을 제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결국 빠지지 않던 물이 몽땅 빠져 나가서 청소 후 새로운 물을 채울 수 있었습니다.

그 일은 그에게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중대에 속했던 그에게 대대에서의 중요한 위치가 맡겨진 것입니다. 공동목욕탕의 더러운 물속에 잠겨 이물질을 제거하는 광경을 마침 들어온 대대장이 목격하였고 깊은 인상을 주었던 것입니다. 더 좋은 자리로 가기 위해 궂은 일을 자원한 것은 아니었는데 자연스럽게 좋은 기회가 주어진 것입니다.

어느 곳에 있든지, 무엇을 하든지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군부대 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와중에 미워하고 절망하기 보다 더 섬기고 사랑을 실천하였던 그의 삶이 저에게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자신을 향해 ‘내가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묻고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멋진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10월 3일 오전 은혜와진리교회 대성전(담임 조용목 목사)에서 ‘제2회 한국교회 기도의 날’이 개최됐다.

“한국교회, 불의에 침묵 말고 나라 바로잡길”

대통령의 비상계엄, 자유민주 헌정질서 요청 목적 국회, 탄핵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 증거도 기사뿐 공산세력 다시 정권 잡고 나라 망치도록 둬야 하나 12월 20일 각자 교회·처소에서 하루 금식기도 제안 대한민국기독교연합기관협의회, (사)한국기독교보…

이정현

“이것저것 하다 안 되면 신학교로? 부교역자 수급, 최대 화두 될 것”

“한국 많은 교회가 어려움 속에 있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결국 믿음의 문제다. 늘상 거론되는 다음 세대의 문제 역시 믿음의 문제다. 믿음만 있으면 지금도 교회는 부흥할 수 있고, 믿음만 있으면 지금도 다음 세대가 살아날 수 있고, 믿음만 있으면 앞으로도 교회…

김맥

청소년 사역, ‘등하교 심방’을 아시나요?

아침 집앞에서 학교까지 태워주고 오후 학교 앞에서 집이나 학원으로 아이들 직접 만나 자연스럽게 대화 내 시간 아닌 아이들 시간 맞춰야 필자는 청소년 사역을 하면서 오랫동안 빠지지 않고 해오던 사역이 하나 있다. 바로 등하교 심방이다. 보통 필자의 하루…

윤석열 대통령

“탄핵, 하나님의 법 무너뜨리는 ‘반국가세력’에 무릎 꿇는 일”

윤 정부 하차는 ‘차별금지법 통과’와 같아 지금은 반국가세력과 체제 전쟁 풍전등화 비상계엄 발동, 거대 야당 입법 폭주 때문 대통령 권한행사, 내란죄 요건 해당 안 돼 국민 상당수 부정선거 의혹 여전… 해소를 6.3.3 규정 지켜 선거범 재판 신속히 해야 수…

한교총 제8회 정기총회 열고 신임원단 교체

한교총 “극한 대립, 모두를 패배자로… 자유 대한민국 빨리 회복되길”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김종혁 목사, 이하 한교총)이 2024년 성탄절 메시지를 통해 국내외 혼란과 갈등 속에서 평화와 화합을 소망했다. 한교총은 국제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계속되는 상황과 더불어, 국내에서는 정치권…

차덕순

북한의 기독교 박해자 통해 보존된 ‘지하교인들 이야기’

기독교 부정적 묘사해 불신 초래하려 했지만 담대한 지하교인들이 탈북 대신 전도 택하고 목숨 걸고 다시 北으로 들어갔다는 사실 알려 북한 군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다 체포된 두 명의 북한 지하교인 이야기가 최근 KBS에서 입수한 북한의 군사 교육 영상, 에 기…

이 기사는 논쟁중

윤석열 대통령

빙산의 일각만을 보고 광분하는 그대에게

빙산의 일각만을 보고 광분하는 사람들 잘 알려진 대로 빙산은 아주 작은 부분만 밖으로 드러나고, 나머지 대부분은 물에 잠겨 있다. 그래서 보이지 않고 무시되기 쉽다. 하지만 현명한 …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