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치이야기’라는 매우 감동적인 책이 있는데, 영화와 드라마로도 제작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내용을 소개하면 이렇다. 1923년 11월 10일 일본 아키다 현에서 흰 눈처럼 하얀 아키다견 한 마리가 태어난다. 이 예쁜 강아지를 동경제국대학 농학부 교수인 우에노 박사는 제자로부터 선물 받게 된다. 그 때부터 하얀 색 털과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지고 있는 그 강아지는 우에노 박사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된다. 땅을 박차고 힘차게 서있는 모습을 보고 이름을 ‘팔’(八)이라는 뜻의, ‘하치’라고 지었는데, 우에노 교수는 집에 있을 때면 늘 하치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벼룩을 잡아주고, 목욕도 함께 하고, 장난을 치고, 산책도 함께 나갔다. 그래서 부인이 질투를 느낄 정도였다.
하치는 우에노 교수가 출근하면 시부야 역으로 배웅하고, 저녁이 되면 다시 역으로 마중을 나갔다. 그렇게 주인의 출퇴근을 즐겁게 지켜오던 하치에게 운명의 날이 다가왔는데, 1925년 5월 21일 오후였다. 수업 도중 우에노 교수가 뇌출혈로 쓰러져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만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모르는 하치는 주인을 기다리며 10년을 하루도 빠짐없이 우에노 교수를 맞이하러 시부야 역을 찾아 갔다. 그러던 1935년 3월 8일, 눈 내리는 시부야 역에서 하치도 자신이 그렇게 사랑하던 주인의 곁으로 떠나게 된다. 주인에 대한 하치의 애틋한 사랑과 끝없는 충성심에 감동 받은 주민들은 시부야 역에 하치의 동상을 세운다. 하치가 죽은 3월 8일이 되면 하치와 우에노 박사가 함께 잠들어 있는 아오야마 묘지에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하치의 주인에 대한 충성된 마음을 기리고 있다.
개도 자신의 주인을 사랑하여 일편단심으로 끝까지 충성된 모습을 보여 주는데 우리 인간은 인생의 주인인 하나님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가? 이사야 1장 3절에 보면, “소는 그 임자를 알고 나귀는 주인의 구유를 알건마는 이스라엘은 알지 못하고 나의 백성은 깨닫지 못하는도다”라고 하나님께서 안타까운 말씀을 하신다. 동물은 주인을 배신하지 않지만, 인간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쉽게 등을 돌리기도 하고 은혜를 원수로 갚곤 한다. 시이저가 양아들처럼 아끼고 사랑했던 브루터스가 시이저를 죽였고, 박정희 대통령의 심복인 김재규가 궁정동의 비극을 일으켰다. 이렇게 배은망덕한 인간의 속성에 대해 하나님께서는 누구보다도 잘 아신다. 그러니까 소나 나귀는 주인을 알고, 따르지만 하나님의 백성들이 주인인 하나님을 알지 못하고 멀리 한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충성은커녕 주인으로 인정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는 말씀인데, 얼마나 섭섭하셨으면 그런 말씀을 하셨겠는가? 하나님께서는 과거도 그러하셨지만, 지금도 진정으로 충성된 사람을 찾고 계신다(대하 16:9).
진정한 충성을 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충성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충성’이란 말의 뜻은 본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변함없는 지극한 정성을 말한다. 여기에는 주인을 위해 가장 귀한 생명까지 드리겠다는 의미까지 담겨져 있다. 요즘 황금만능주의와 개인주의 영향으로 교회 안에도 충성의 의미가 퇴색돼 가고 있는데, 성경의 인물들이 보여주었던 진정한 충성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사도 바울과 같이 자신을 포기하고 목숨 바친 복음에 대한 헌신이나(행 20:24), 서머나 교회 감독이었던 폴리갑이 불 가운데 보여준 불굴의 믿음, 이러한 모습들이 진정한 충성이라고 할 수 있다.
[최요한 칼럼] 하치와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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