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크리스천] 송하성 박사 (14) “구하라!”

|  

이 시대의 로마인 미국에서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다

1996년 8월, 공정위 독점국 공동행위과장으로 일하는 중에 주미 한국대사관 경제외교관으로 발령을 받아 이번에는 미국에서 공직 생활을 하는 행운을 얻게 되었습니다. 박봉의 공무원 생활만 하다가 오랜만에 가족들과 외교관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미국에 가니 제 집이 2.2에이커나 되었습니다. 근 3천평이 되니 파쓰리 규모의 골프장을 2개나 만들 정도였습니다. 좋은 차에 좋은 집에 애들은 좋은 학교를 보내고 저는 파티에 참석하고 토요일이면 골프치고 일요일에 교회나 갔다 오는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기도 중에 늘 이런 응답의 마음이 있었습니다. ‘농사꾼, 나무꾼, 풀거름, 풀떼기 소년에 불과한 나를 하나님이 이 시대의 로마인 미국에까지 인도하셨구나. 여기까지 인도하신 것은 나더러 외교관 생활을 즐기라고 한 것이 아니라 나를 훈련시키려고 한 것이 아닌가. 싫든 좋든 미국이 세계를 움직인다. 미국은 법이 지배하는 나라다, 따라서 미국을 알려면 미국법을 알아야 하고, 미국법을 알려면 로스쿨을 가야 한다. 그래서 미국변호사 국제변호사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저는 미국 최대 명문 법대 중 하나인 조지타운 대학 로 스쿨(Law School)에 원서를 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상·하원 의원, 정치인, 법조인 등 유명한 사람들이 바로 이 대학 출신입니다. 법학 석사과정(LL.M)은 한국에서 법과대학을 졸업한 사람에게만 입학 응시자격이 주어집니다. 지금까지 예외가 없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사법시험을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졸업하여 변호사가 된 사람에게는 사법연수원 교육을 법과대학 교육으로 인정하여 합격시켜준 일이 한번 있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저는 경제학과를 졸업한 사람으로 애시당초 응시자격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한국에서 법을 집행한 것, 또 고시에서 법 과목을 공부한 것을 증거로 제시했으나 자격이 심사대상에서 제외돼 불합격했습니다.

“송하성, 당신은 본래 원서를 낼 자격이 없기 때문에 합격·불합격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보통 이 정도 상황이면 이렇듯 탄탄하고 높은 불가능의 벽에서 도전을 포기하는 것이 건전한 상식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프랑스 솔본느 대학에서의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다시 도전하리라 마음먹고 1년을 준비했습니다. 우선 조지타운대 로스쿨에 가서 기도를 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살아계신 하나님(죽은 하나님이 아닌) 아버지! 불가능을 가능케 하신 당신. 나를 조지타운대 로스쿨에 들어가게 해 주십시오.”

조지타운대 로스쿨 도서관 뒤에는 이런 말이 새겨져 있습니다. ‘법이란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다. 다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Law is not ultimate goal, but a tool for justice).’ 이렇게 기도하고 실무자들에게 매달리고 자주 찾아갔습니다. 처음에는 귀찮아하더니 자주 찾아가니까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당신이 토플점수를 610점 이상 맞고 미국 연방정부 장관들의 추천장을 받아오면 보다 호의적으로 고려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바로 토플시험을 준비했습니다. 대사관 제 사무실에도 단어장을 놔 두고 단어를 외우는가 하면 차에도 가지고 다니며 너무 차가 밀려 오랫동안 정지할 때 단어를 외우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떤 때는 ‘내가 이 나이에 청승맞게 무슨 짓을 하고 있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큰 꿈이 있기 때문에 이 정도 장애물은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다시 입학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토플 610점 수준의 영어실력을 인정받은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또한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안면을 갖게 된 미국 연방공정거래위원장 로버트 피토프스키(Rovert Pitiofski), 법무부 부장관 조엘 클라인(Joel Klein)에게 부탁해 입학 추천장을 받아 다시 응시를 했습니다. 그러나 입학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과에서 근무하는 직원을 통해 알아보니 그렇게 해도 자격미비로 입학허가 심사위원회에서 나를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해결책이 없는 것 같아 앞이 깜깜했습니다.

송하성 박사는

고등학교 시절 예수를 영접하고 ‘인생역전’의 신화를 이룬 인물. 성균관대 경제학과, 서울대학원 행정학 석사, 파리 소르본느대학원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미대사관 시절 조지타운대에서 국제변호사 자격을 따기도 했다.

22회 행정고시에 합격, 경제기획원 공보담당관, OECD 68차 경쟁법 정책위원회 한국대표, 주미대사관 경제외교관, 공정거래위원회 심판관리관을 거쳐 현재 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경기대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교수로 있다. 3선의 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동생이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10.27 연합예배

[10.27 연합예배] 여운 계속되는 연합찬양대 ‘Way Maker’

가톨릭·비기독교인도 감사 댓글 차별금지법, 기독교 덕 보고 산다 총 1,400여 명 빗속에서 찬양해 오케스트라 악기들 가장 걱정돼 간절한 기도, 기대와 소망 놀라워 다음 세대 힘 얻었단 간증에 눈물 온·오프라인으로 2백만여 명이 함께한 ‘10.27 연합예배’의 …

외항선교회

한국외항선교회 50주년… “요즘 선교, 봉사 있지만 예수 없어”

선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독론, 십자가, 그리고 종말론 선교, 고난·환난 없이 힘들어 절박성·긴급성 있어야 복음화 한국외항선교회(이사장 김삼환 목사, 총재 이정익 목사) 창립 50주년 감사예배가 11월 4일 오전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담임 김하나 목사) 샬…

저스틴 웰비

英성공회 보수 지도자들, 동성혼 옹호 대주교에 회개 촉구

세계성공회미래회의(The Global Anglican Futures Conference, GAFCON) 지도자들이 종교개혁기념일을 맞아,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저스틴 웰비(Justin Welby) 영국성공회 캔터베리대주교를 질책하고 공개 회개를 촉구했다. 이들은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캔터베리…

변증 컨퍼런스

“종교다원주의 시대, ‘오직 예수’는 편협한 주장?”

2024 기독교 변증 컨퍼런스가 ‘무신론 시대, 왜 기독교의 하나님인가?’라는 주제로 지난 2일 청주 서문교회(담임 박명룡 목사)에서 개최됐다. 기독교변증연구소와 변증전도연구소 등이 공동 주최한 이번 컨퍼런스는, 전 세계 공동 여론조사 결과 무신론적 성향이…

천병근

1950년대 기독교 시각예술 선구적 화가… 부친은 일제 때 4차례 옥살이한 목회자

작가들 전쟁에도 작품 활동 계속 , 불안 속 주님 신뢰 전달해 1954년 첫 개인전, 신앙 주 테마 기독 미술 토착화에도 깊은 관심 C. S. 루이스는 ‘전쟁의 학문(『영광의 무게』, 홍종락 역, 홍성사, 2019)’에서, 전쟁이 인간 영혼의 관심을 계속 사로잡기에는 본질적…

한국침례신학대학교(침신대)

정부 주도 대학평가제도, 신학대 정체성과 설립 목적 침해

1. 원인: 교육부의 획일적 통제와 대학 자율성 상실 총장으로 재임하던 4년 가운데 3년을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보냈다. 전대미문의 이 기간은 정부의 교육정책 부실은 물론 대학 사회의 고질적인 제반 문제를 그대로 노출했고, 대학은 교육 구조와 교육 방법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