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렛 예수와 하나님 나라의 복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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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교수] 나사렛 예수의 역사성과 진실 (14)

				▲김영한 교수(숭실대 기독교학 대학원장).
▲김영한 교수(숭실대 기독교학 대학원장).

세례자 요한의 설교는 임박한 하나님 나라에 대한 증언이었고 하나님의 심판과 진노의 불에 관한 메시지는 요한 설교의 중심이었다. 나사렛 예수는 요한의 설교를 계승하시면서 요한이 예언한 하나님의 나라가 올 때가 충족되었음을 말씀하신다. 예수는 “때가 찼고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고 설교하신다.

때의 충족

예수는 자신의 출현이 “때의 충족”이라고 말씀하신다. 구약의 율법과 예언자들은 앞으로 오실 메시아를 예언하였다. 세례자 요한은 나 뒤에 오실 자에 대하여 예언하였다. 예수는 자신이 바로 모세와 예언자들이 증언한 오실 자라는 확신을 가지고 그 때가 충족되었음을 말한다. 이 때란 “카이로스”(kairos)로서 하나님의 구원의 결정적 시기를 말한다.

스위스의 신약학자 오스카 쿨만(Oscar Cullmann)이 그의 세기적 저서『그리스도와 시간』(Christus and Zeit, 1946)에서 시간의 중심은 나사렛 예수라고 밝힌 것 같이 나사렛 예수는 때의 충족이다. 역사의 의미는 역사 안의 자그마한 선인 “구속사”(Heilsgeschichte, salvation history)이다. 구속사란 역사 안에 지속적으로 흐르고 있는 하나님의 구속 섭리의 선(線)이다. 이 구속의 섭리는 영원부터 있었고 창조의 타락과 더불어 이미 역사 안에 나타났다. 그리고 창세기 12장이 증언해주고 있는, 믿음의 열조인 아브라함의 부르심으로부터 시작부터 역사 안에서 자그만 선으로 시작되어 신약의 나사렛 예수에게로 집중한다. 그리고 나사렛 예수로부터 12제자들의 선택, 그리고 초대교회, 이방선교, 재림, 새 하늘과 새 땅이라는 보편적인 확장으로 나아간다(O. Cullmann, Christ and Time, 김근수역, 솔로몬, 1986, 245ff).

유대인들이 기대하던 하나님의 나라

예수의 설교는 자신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에 집중되었다. 예수는 자신을 믿으라고 하지 않고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 나라를 대망하라고 하였다. 예수의 설교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 나라에 집중되었다. 그는 비유를 말씀하실 때에도 “하나님 나라는 이와 같다”라고 설교하였다. 제자들을 동리에 파송하실 때에도 “어떤 동리에 들어가거든...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말하라”(눅 10:8)고 하셨다.

이 하나님 나라는 이미 유대인들에게는 오래 고대하던 사상이었다. 유대인으로서 나사렛 예수는 구약에서 이미 예언되었던 하나님 나라에 대한 기대와 소망이 자신의 인격과 생애 속에서 성취되는 것을 아셨던 것이다. 구약 예언자 다니엘은 그의 책에서 느부갓네살의 금신상과 뜬 돌을 말하면서 하나님 나라를 말하고 있다: “이 열왕의 때에 하늘의 하나님이 한 나라를 세우시리니 이것은 영원히 망하지도 아니할 것이요, 그 국권이 다른 백성에게로 돌아가지 아니할 것이요 도리어 이 모든 나라를 쳐서 멸하고 영원히 설 것이라”(단 3:44)

당시 유대인들은 이 나라를 다윗왕권을 가지고 오는 메시아가 세울 하나님의 왕국으로 생각했다. 마카비 왕조는 이 하나님의 나라가 무력을 가지고 이 지상에서 쟁취해서 얻어질 군사적 투쟁의 성취물로 보았다. 예수의 제자들까지도 하나님 나라의 성격을 세상적인 왕국으로 오해하였다. 제자들은 예수가 부활하신 후 시기를 이스라엘 민족의 회복 때로 오해하였다. 누가는 다음과 같이 사도행전에 기록하고 있다: “저희가 모였을 때에 예수께 묻자와 가로되 주께서 이스라엘 나라를 회복하심이 이 때이니이까”(행 1:6).

그러나 예수께서 이해한 하나님의 나라는 세상적인 왕국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적인 통치가 시작되는 영역이다. 예수는 옥에 갇힌 요한의 질문 “오실 그이가 당신이오니이까 우리가 다른 이를 기다리오리이까”(눅 7:20)에 대하여 “소경이 보며 앉은뱅이가 걸으며, 문둥이가 깨끗함을 받으며, 귀머거리가 들으며, 죽은 자가 살아나며,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된다 하라”(눅 7:22)고 대답하셨다. 하나님의 나라는 정치적인 실재가 아니라 영적 실재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회적인 열매로서 나타난다. 예수의 부활 이후 하나님의 나라는 예루살렘과 안디옥에 설립된 초대교회의 형태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것은 이방선교를 통하여 확장되었다.

부활하신 예수는 제자들에게 이스라엘 나라의 회복은 하나님의 때는 하나님의 권한이라고 말씀하신다: “때와 기한은 아버지께서 자기의 권한에 두셨으니 너희의 알 바 아니요”(행 1:7). 예수는 복음 전파의 때가 시작되었고 그 사명을 제자들에게 부여하신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언이 되리라”(행 1:8). 사도행전의 선교의 역사는 하나님 나라의 확장의 역사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복음을 영접하는 개인과 공동체 가운데서 구현되는 구원과 평강과 희락과 사랑의 공동체이다.

회개, 하나님 나라 시민의 조건

구약에서 하나님 나라는 약속되었다. 모세와 예언자들에 의하여 약속되었다. 창세기 12장에서 처음으로 아브라함에게 약속되었고, 그의 후손인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 복지로 들어감으로써 역사적으로는 구현되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들어간 가나안 복지는 앞으로 다가올 하나님 나라의 모형에 불과하였다.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에서 이 지역 주민들의 풍습에 물들어 하나님의 약속과 법을 어겼을 때 이스라엘 민족은 이 약속받은 축복의 땅에서 쫓겨나야 했다. 그리하여 하나님 나라는 다가오는 미래의 약속으로 주어졌다. 하나님 나라는 역사적 실재에서 종말론적 실재가 된 것이다(John Bright, The Kingdom of God, Abingdon Press, 김철손 역, 하나님의 나라, 컨콜디아사, 18-19).

미국의 구약학자 존 브라이트(John Bright)가 말한 바와 같이 구약은 지붕이 없고 네 기둥만 있는 성전 같은 것이다. 구약은 약속만 있고 성취되지 못했다. 이 성취는 다가오는 하나님 나라에서 성취될 것이다. 이 성취를 증언한 책이 바로 신약이다(John Bright, ibid, .252). 이 하나님 나라는 이 나라를 소망하고 자기의 허물과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자들의 것이다. 세례자 요한은 당시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조건으로 회개의 설교를 하였다, 그리하여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요단강 사방에서 다 그에게 나아와 자기들의 죄를 자복하고 요단강에서 그에게 세례를 받았다”(마 3:5-6). 다가오는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조건이 있다. 그것은 회개이다. 하나님 나라는 악한 마음과 행실을 뉘우치고 돌아서서 하나님의 복음을 받아들이고 믿는 자가 들어간다. 복음서 기자 요한은 하나님의 아들을 영접하는 자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받는다고 말한다: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다”(요 1:12). 이들은 세상의 혈육으로 난 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영으로 난 자들이다: “이는 혈통으로나 육정으로나 사람의 뜻으로 나지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께로 난 자들이니라”(요 1:13).

구약의 예언서는 하나님의 택함을 받은 그의 백성들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게 될 것을 예언하고 있다. 구약의 예언자 다니엘은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지극히 높으신 자의 성도들이 나라를 얻으리니 그 누림이 영원하고 영원하리라”(단 7:18). 그러나 성도들은 이 나라를 얻기 까지 적그리스도의 박해를 받으며 인내하고 기다려야 한다. “그가 장차 지극히 높으신 자를 대적하며 또 지극히 높으신 자의 성도를 괴롭게 할 것이며 성도는 그의 손에 붙인 바 되어 한 때와 두 때와 반 때를 지내리라”(단 7:25). 하나님은 적그리스도를 심판하시고 인내와 고난의 골짜기를 통과한 성도들에게 하나님 나라를 상속케 하실 것이다: “그러나 심판이 시작된 즉 그는 권세를 빼앗기고 끝까지 멸망할 것이요, 나라와 권세와 온 천하 열국의 위세가 지극히 높으신 자의 성민들에게 붙인 바 되리니 그의 나라는 영원한 나라이라. 모든 권세있는 자가 다 그를 섬겨 복종하리라”(단 7:26-27).

복음을 통해 확장되는 영적 도덕적 실재

복음은 복된 소식이다. 하나님이 죄와 죽음의 권세에 얽매어 있는 인간을 돌보아 주시고 구원하신다는 소식이 복음이다. 모세의 율법은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그의 백성됨에 걸맞는 행위를 요구하였다. 그 행위에 따라서 복과 벌을 주신다는 것이다. 그러나 율법은 인간의 내면을 새롭게 하지 못했다. 그래서 율법은 제사장들 및 이스라엘 백성들에 의하여 왜곡되이 집행되고 의의 열매를 가져다주지 못했다.

그래서 하나님은 이제 율법과 예언이 증거한 하나님의 복된 새로운 의, 복음을 주신 것이다. 그것은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는 하나님의 약속이다. 이것이 바로 복음이다. 그러므로 예수는 안식일에 나사렛 회당에 들어가셔서 선지자 이사야의 글을 읽으신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였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케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눅 4:18-19). 예수는 이 글이 오늘날 성취되었다고 말씀하신다. 선지자 이사야가 예언한 이 복음의 실체가 바로 나사렛 예수이다.

예수는 하나님 나라가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침노를 당하며, 침노하는 자가 빼앗는다고 말씀하신다: “세례 요한 때부터 지금까지 천국은 침노를 당하나니 침노하는 자가 빼앗느니라”(마 11:12). 하나님 나라는 단지 영적 실재만이 아니다. 하나님 나라는 복음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변화된 개인들의 변화 그리고 공동체의 변화를 통하여 확장된다. 하나님 나라는 누룩같이 사회에 확장되며 역사 속에서 유기체적으로 성장한다, 하나님 나라는 구속사적인 실재이다. 하나님 나라는 역사를 떠나 있지 않고 역사 뒷면으로 퇴각하지 않는다. 하나님 나라는 역사를 초월하지 않는다. 하나님 나라는 역사 속에서 역사의 의미와 목적이다. 그 의미와 목적을 이루시는 주체가 역사 속으로 들어오셨다. 그 분이 바로 나사렛 예수다. 복음서 기자는 이 사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라가 그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요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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