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그것은 이상적인 이야기일 뿐이지 실제 생활 속에서는 귀천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소위 잘 나가는 직업이 있고 반대로 내세우기 어려운 직업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멋진 직업이 있고 안됐다는 반응을 일으키는 초라한 직업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이목도 중요하지만 각 사람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도 참 중요한 것인데 사실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소위 잘 나가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열등감을 느끼고 내 인생은 이게 뭔가 하는 탄식이 나오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생각될 때면 비참함을 느끼는 데까지 나아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 생각을 분명히 말하자면 직업이 어떤 것이던 스스로가 긍지를 가지고 최선을 다한다면 그렇게 사는 사람은 멋진 사람입니다. 결코 실패자나 낙오자가 아닙니다. 혹시 어리석게도 외형적인 모습만 보고 우습게 여기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그렇게 보는 사람의 수준이 천박한 것일 뿐입니다. 스스로가 자부심을 저버리지 않는다면 상처받을 것도 열 받을 것도 없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 가난한 집안 살림 덕분에 다양한 일을 접해보았습니다. 판자촌의 낡고 초라한 집에 사는 아이답게 밭에 나가서 무를 뽑기도 했고, 시장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서 시금치를 팔기도 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신문배달을 했는데 한 겨울 추위에 떨며 돌아다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저는 그런 저의 모습에 대해 창피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또한 지금도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심하다고 생각하거나 우습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분들 중에도 소위 막노동에 가까운 일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떤 분은 공사현장에서 온갖 궂은일을 다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나마 궂은일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는데 사고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공사 현장에서 흙무더기가 무너지는 덕분에 그 속에 깔렸고 그 때문에 허리를 심하게 다쳐 일할 수 없게 되었으니 볼 때마다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또 어떤 분은 폐지를 주우러 다니십니다. 연세가 많으시기 때문에 직장에 들어갈 수 없는 처지이고 그렇다고 자녀들이 많은 용돈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폐지를 줍는 일을 통해 용돈을 마련하시는 것입니다. 저 역시 폐지를 주워봐서 아는데 많이 주워봐야 얼마 되지 않습니다. 예전에 6박스를 모아서 갖다 주고 4천원인가를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을 보면 마음 한 구석이 찡해집니다.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분이든 폐지를 줍는 분이든 그 외의 어떤 궂은일을 하는 분이든 그분들이 성실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라면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돈을 많이 가지지 못했다는 것이 성실하게 살아가는 삶의 자국마저 흠집 내지는 못하게 해야 그것이 건강한 사회입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쓰레기 같은 말이 사회를 묘사하는 일상적인 용어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힘들게 사는 분들이 가진 것 없어도 그것 때문에 괄시당하지 않고 꿈을 꾸며 그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우리나라는 비로소 좋은 나라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좋은 나라는 한 두 사람이나 정치가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노력할 때 가능해집니다. 더 이상 가난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없는 대한민국이길 소망합니다.
[안희환 칼럼] 돈 없다고 무시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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