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근 목사 선교일기 2-5] 이태리에서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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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찾아간 이태리 성도들, 한결같은 모습으로 반겨줘

2005년 5월 25일

4년 이상 가보지 못한 유럽 땅을 밟게 됐다. 인천공항에 아홉 명의 형제자매들이 전송을 나왔다. 일행은 우리 부부와 정희근 형제까지 3명이었다. 한 형제가 공항에 나와서 자기도 돈이 충분하지 못할텐데 유로화 700불 이상을 헌금했다. 나는 형제에게 벼룩의 간 같이 느껴진다고 말하고 받지 않으려고 하다가 간청하기에 받아 넣었다. 이번은 성도들의 물질적인 협력이 컸다. 많은 이들이 헌금을 하였고 물질적인 협력을 해주었다.

아직도 직장생활을 하는 정 형제가 탑승시간이 다 돼도 보이지 않다가 아슬아슬하게 시간 내에 공항에 도착했다. 워낙 성질이 급한 나는 몇 번 눈이 노래졌다가 풀렸다가 했지만 주님의 은혜로 참았다. 공항 게이트에서 마지막 탑승콜까지 듣게 됐는데도 우리의 사랑스런 정 형제는 어슬렁 어슬렁 왔다. 나는 아내와 뛰었다. 비행기 안에서 왠지 어지럽더니 배가 아프고 현기증이 났다. 식은땀이 나고 정신을 도무지 차릴 수가 없었다. 아내가 승무원을 찾았고 승무원이 의사를 불러왔다. 전날 3-4시까지 자지 못한 것이 문제가 됐나? 의사는 ‘panic’이라고 이름을 붙여주면서 안정제를 먹을 것을 권했다. 아내와 승무원 하나가 계속 붙어서 주무르고 안정을 취하도록 도와줬다. 나는 이것이 사탄의 방해라는 것도 알게 됐다. 2-3시간 후에 몸은 점차 안정이 되었다.

비행기 안에서 정희근 형제(현 광주선교교회 담임목사)와 교제를 나누었다. 간단히 교제 내용을 적어 본다.

‘우리는 이 시대에 교회의 길을 잘 가야 한다. 교회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교회의 기초가 가장 중요하다. 개신교의 문제는 분열에 있으며 카톨릭의 문제는 비진리와 우상이 교회에 광범위하게 들어온 데 있다. 개신교의 분열적인 육체를 십자가에 못박지 않으면 그리스도 위에 교회가 세워질 수 없다. 몸의 하나와 통일성은 종파성을 벗어날 때 얻을 수 있다. 개신교 사역자들은 조심하지 않을 때 저마다 자신의 장점을 내세워 사람들을 모으고자 하는 영이 발전되는 위험이 있다. 이것은 분쟁의 영이요 시기의 영인 것이다. 이런 속에서 우리는 영적으로 깊은 성도들을 키워내기 힘들다(천주교의 우상과 진리를 거스르는 것에 대하여는 일일이 말하지 않겠다. 이는 내가 계시록 강해서에 자세히 말했다).

그러나 천주교 가운데는 하나와 일치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이 있다. 개신교는 이것을 잃어버린 것이다. 개신교에는 교회를 자신의 집으로 생각하고 그곳에 심겨져서 자라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아니라 방랑자들이 많다. 성경적인 합일은 한 지역에서 몸의 하나를 지키는 것이 있어야 한다.’

2005년 5월 25일 유럽 땅을 밟았다. 의심할 필요없이 하나님이 나를 보내셨다. 셋이서 로마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에 도착하니 반갑게도 스페인에서 온 B형제와 리노 둘이 나와 있었다. 리노는 옛날 4년 전보다 살집이 푸실푸실하게 붙어 있었다. 리노 차를 타고 로마에서 나폴리로 향했다. 리노 차는 겉모양은 그대로인데 가다가 물을 넣는 등 완전 고물티를 내었다. 다행히 나폴리까지 사고없이 도착했다.

나폴리 엔조 집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4년만에 와서 달라진 점은 그 가정의 자녀들이 자랐다는 것이다. 사라와 에스테르는 벌써 열여덟 살이나 됐다. 사라는 벌써 남자친구를 사귀어 아이를 가져 배가 동산만큼 불러가고 있었다. 아빠 다비드와 엄마 삐나는 많은 눈물과 아픔이 있는 얼굴이었다. 루이지와 마르코는 청년이 돼 있었고, 둘 다 용접공이 돼 있었다. 루이지는 키가 얼마나 큰지 전봇대 같았다. 이들은 4-5년 전만 해도 한 차에 다 타고 다니며 부모들과 함께 찬송도 부르고 율동도 하던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거의 다 세속화되어 교회 모임에 나오지 않았다.

먼저 좁은 엔조 집 거실에 앉아 삐나와 사라 문제를 교제했다. 속히 결혼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삐나는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다. 남편 다비드는 직장을 잃었다. 함께 살던 어머니 마리아 자매는 세상을 떠났다. 심한 환경이 그들을 완전 강타했다. 엔조, 까르멜라는 자기들 큰 거실과 방을 우리에게 내어주고 2층 작은 방으로 쫓겨갔다. 첫날은 이렇게 지났다.

2005년 5월 26일

다음 날 보스꼬 공원에 오랜만에 가서 교제도 하고 기도도 했다. 너무 편안하고 좋았다. 저녁 집회 때 성도들이 모였는데 많지는 않아도 옛날보다 견고함이 보였다. 기둥 같았던 마리아 자매가 안 계신 것이 못내 서운했다. 피자집 빠스꽐레, 안토니오(70세) 형제 등이 옛날보다 많이 견고하여 섬기는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젊은 리노와 빠스꽐레는 너무나 신실하고 깊이가 있는 형제들이었다.

정규 집회 외에 두 가정에 초대를 받았다. 한 가정은 치렛다 자매 가정이고 또 한 가정은 매우 어린 초신자 형제 가정이었는데 다 자녀들에게 문제가 있었다. 치렛다 자매 아들은 출산할 때 뇌 신경이 손상돼서 31세인데 식물인간으로 누워있었고 초신자 형제 가정은 딸이 귀신들려 있었다.

나는 나폴리에 갈 때마다 사탄이 그 땅을 사로잡고 있음을 강하게 느끼곤 한다. 그 지역은 마피아의 본거지이다. 지금도 낮에 총소리가 가끔 들리는 곳이다. 걸어다닐라 치면 늘 긴장감이 도는 지역이다. 우리 가립 형제같이 돈이 없는 형제도 소매치기를 당해 가지고 있던 돈 전부(유로화 500불)를 잃어버린 적이 있다.

우리는 한 가지를 아는데 그것은 교회가 그 도시의 금촛대라는 것이다. 교회가 견고하게 세워지는 것은 그 흑암의 도시를 비추기 위함이다. 나폴리 교회가 강하게 세워지는 날 많은 귀신의 역사가 끝내어질 것을 믿는다.

우리는 기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여기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교회가 그 땅에 강하게 세워지는 것이다. 이것이 근본적인 문제이다. 하나님은 많은 역사를 교회를 통해 수행하신다. 나는 많은 나라에서 교회가 그 도시 가운데 세워질 때 많은 원수 마귀가 쫓겨나가고 사탄의 일이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들을 위해 기도했지만 결국은 왕국의 문제는 영역의 문제요 지역의 문제임을 지적했다. 그 지역을 강한 교회의 간증이 빛으로 비춰내야 하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것이 근본적인 문제이다.

교회가 그 도시의 악과 어둠에 대하여 실질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면 금촛대의 기능이 없는 것이다. 우리가 한 도시에 교회가 세워지도록 역사함은 다만 어떤 선교를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사탄을 대항하는 것이요 그 도시를 흑암의 권세에서 그리스도의 권세 아래로 돌리는 것이다. 하나님은 교회와 함께 역사하기를 기뻐하신다(마 16:16-18). 나는 많은 이들이 교회가 에베소면 에베소, 서머나면 서머나의 금촛대로서 하나님의 빛을 그 어둔 지역에 비추는 금등대인 것을 알기 바란다. 그러므로 나는 강한 어조로 교회에 대한 메시지를 네 번 전했다.

주일 오전 마리아 자매 무덤에 갔다. 소위 천주교 신자들의 납골당 같은 곳이었다. 우리는 함께 가서 지하 묘소에 모여서 기도했다. 그리고 이기는 자(vinchdori)에 대한 찬송을 불렀다.

떠나는 날 아침 사라, 에스테르 둘을 앉혀놓고 눈물로 교제했다. 주님께 돌아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루이지와 마르코를 위해서도 따로 따로 교제하고 루이지 망막을 위해 기도해주었다. 그는 용접하다 망막을 다쳤다. 마르코는 눈에 눈물이 고였다. 세상적인 모습과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들을 향해서 소망을 끊지 않았다.

이태리 사람들은 신실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와서 회유하면서 그들을 우리에게서 떼어놓으려 했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런 소식도 없이 4년이나 떨어져 있는 우리와의 사랑을 변함없이 지켜주었다. 나는 큰 격려를 받았다. 유럽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처럼 변심이 덜한 걸까? 감성적인 민족인 한국인들 사이에서 일하다 보면 얼굴 돌리는 일 당하는 것이 많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면서 신실한 하나님을 좇아 하나님을 섬기는 하나님의 자녀들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는가라고 생각했다. 나는 엄청 큰 위로와 격려를 얻었다. 불쌍한 우리를 긍휼히 여겨주신 나의 하나님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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