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 없는 총신대 총장 선출 사태가 운영이사 전원 해임에서 총장 문제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부족한 재단이사회 해임에 의한 총회 임원회와 재단이사회 간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때문에 운영이사회가 새롭게 구성되더라도 후보 추천권이 재단이사회에 속해 있는 만큼 신속한 총장 선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러한 갈등의 직접적인 피해는 학생들이다. 총장 직무대행과 총회 임원회간 갈등으로 벌써부터 정상적 업무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치적 문제해결을 위해 증경총회장단을 중심으로 한 교단 원로들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총신대 고위 실무자는 “교단과 학교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데 왜 증경총회장들은 보고만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재단이사회와 총회 임원회가 입장을 굽히지 않으니 부러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않느냐”고 했다.
운영이사 박충규 목사는 “총회를 사랑하는 사람들로서 증경총회장들의 분명한 견해 표명이 있어야 한다”며 “단호히 이야기하지만 혼란 중에 좌시하고 있으면 무책임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박 목사는 “합동 총회의 특수성은 항상 위기와 의사 충돌이 있을 때마다 타결점을 도출해 냈다는 것”이라며 “그때마다 법에 대해 비교적 밝고 정치 경험이 풍부한 증경총회장들이 일정한 역할을 감당해왔다”고 원로들의 문제해결 능력에 기대를 표했다. 이어 그는 “여러 분들과 의견을 나눴다. 내부 조율을 통해 조만간 의사 표시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동권 목사 “새로운 운영이사회 구성될 즈음 해결책 마련될 것”
서기행 목사 “총회장, 재단·운영이사회장 대화해 한 템포 늦췄어야”
▲증경총회장 김동권 목사(진주교회, 좌측), 서기행 목사(대성교회, 우측)ⓒ크리스천투데이 DB
교단 목회자들은 현 상황에서 정치력을 발휘해줄 수 있는 원로들은 증경총회장들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이 거론한 인물은 유일하게 운영이사를 맡고 있는 김동권 목사(진주교회)를 비롯해 장차남 목사(온천제일교회), 서기행 목사(대성교회), 현 증경총회장단 회장을 맡고 있는 김준규 목사(청주중앙교회) 등이다.
김동권 목사는 전화통화에서 “아직 공식화된 모임을 가진 적은 없지만 문제를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로들이 나서야 할 시점으로 그는 “운영이사회가 새롭게 조직될 즈음에 구체적인 해결책이 모색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어 김 목사는 “총회 결의가 존중되는 방향에서 학교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풀어나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원칙론을 제시하며 “현 총회장도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언제든지 대화를 통해 학교를 정상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기행 목사의 경우 “총회장과 임원들의 정치적인 경험이 부족하다”며 제93차 총회의 재단이사회 해임과 총장 직무대행과의 마찰 과정에 다소 미숙함이 있었음을 지적했다. 그는 “경험이 많은 분들을 찾아뵙거나 재단이사장과 총회장, 운영이사장이 만나 대화하며 한 템포 늦추었으면 좋지 않았겠나”하고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는 “양쪽 모두가 힘이 넘치니 그렇다. 힘이 다 소진되면 대화나 협상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며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원로들이) 총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연히 뜻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차남 목사 “총회 임원단, 원로들에게 의견 구하면 큰 도움”
김준규 목사 “계파 간 대립 있어 쉽게 관여하기 어려워”
▲증경총회장 장차남 목사(온천제일교회, 좌측), 김준규 목사(청주중앙교회, 우측)ⓒ크리스천투데이 DB
장차남 목사는 “현 총회 임원이나 총신대 이사 등 직접적 관계자가 아닌 상황에서 증경총회장 개인의 입장으로 쉽게 이야기 할 수만은 없다”면서도 “증경총회장단이 각각의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내어 놓아 교단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장 목사는 “총회장이 현재 방향대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면 어쩔 수 없겠지만 가끔은 원로들에게 의견을 듣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아직까지 그러한 요청은 없었다”며 “사태해결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구해온다면 법적 효력은 없겠지만 총회장이 일하는 데 참고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총회 임원단과의 긴밀한 대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김준규 목사는 “함부로 나서면 덕이 안 될 것 같다. 이야기하기도 매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종의 계파 간 대립 현상도 있기 때문에 아무나 쉽게 간섭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관여할 단계가 된다면 그때 참여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