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락사’ 논쟁, 더 늦기 전에 합일점 도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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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처음으로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하는 법원 판결이 나와 이른바 ‘안락사’에 대한 논쟁에 다시금 불을 댕겼다. 서울서부지법 민사 12부가 11월 28일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어머니 김모 씨(75)에 대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해달라며 자녀들이 낸 소송에서 김 씨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고 판결한 것. 그러나 이번 판결이 가져올 엄청난 사회적 파급효과를 감안했을 때, 이같은 판결에 대한 사회적 공론이 너무 부족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 이유에 대해 “김 씨가 다시 의식을 회복하고 인공호흡기 등의 도움없이 생존 가능한 상태가 될 가능성이 없어보이고, 인공호흡기 부착의 치료행위는 상태회복 및 개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치료로 의학적으로 무의미하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판결에 대해 기독교계는 우려하고 있다. 기독교계가 이 판결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이유는 크게 환자 자신의 의사가 명확하게 표시되지 않았다는 점, 뇌사 판정 이전에 성급히 판결을 내렸다는 점, 생명 경시 풍조를 낳을 수 있다는 점 등이다.

특히 판결의 옳고 그름을 떠나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범사회적 논의가 부족했다. 미국과 같은 경우도 몇 해 전 테리 시아보의 안락사 판결이 있던 당시 전국민적인 반발이 있었을뿐 아니라 조지 W. 부시 대통령까지도 큰 안타까움을 표명하는 등 엄청난 사회적 파문이 일어났었다. 그같은 사례를 봤을 때 한국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더 활발하고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면 좀 더 좋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생명윤리의 문제이기에 종교계는 물론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반대만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과학과 윤리에 대한 모든 논점을 찾아 논의함으로써 합리적 대안을 찾자는 것이다. 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인 이억주 목사도 “찬성하는 입장도 아니지만, 절대 반대하는 입장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사실 안락사는 비용 문제 때문에 살아있는 사람들을 고려한 것임을 생각한다면 인간이 생명에 대한 것, 태어나고 죽는 것까지 주관하는 것이 조심스럽다”고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번 판결은 잇달은 유명인사들의 자살로 인해 사회적으로 생명 경시 풍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내려졌기에 보이지 않는 부작용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점까지 법원이 세심히 고려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법원에만 책임을 물을 일은 아니다. 애초에 ‘안락사’ 문제는 이번에 갑자기 터져나온 것도 아니고, 그간도 이 문제로 인해 고민하고 아파해온 이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 문제에 대해 고민과 관심이 부족했기에 이번 판결이 성급하게 다가온 측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이제라도 기독교계는 생명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품고 하나님의 뜻을 진지하게 되물으며, 이 땅에 생명윤리를 바로세우기 위해 이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 특히 한국교회의 양대 기구가 이 문제에 대해 적극 나서고 합일점을 도출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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