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훈 칼럼] 성의 진화와 세계관적 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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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양승훈 교수.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양승훈 교수.

금년에는 시카고 자연사박물관(Field Museum of Natural History)을 두 차례나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는 자연사 박물관에 가면 늘 생명의 진화 코너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이번에도 그러했습니다. 이번에는 특히 성의 진화 코너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성의 진화와 관련하여 자연사박물관이 제시하고 있는 설명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대부분의 진화론 교과서들의 내용도 대동소이합니다:

지구에 최초로 생겨난 생물은 원핵생물(原核生物, Prokaryote), 즉 세포핵이 없는 원핵세포(原核細胞, prokaryotic cell)로 이루어진 생물이었다. 수십 억 년 동안 이 세포들은 거의 동일한 DNA를 가진 두 개의 세포로 분리되는 단성생식(單性生殖)으로 번식하였다. 이를 통해 세포들은 후손들에게 유전적 물질의 복사판을 물려주었다. 이렇게 하면 DNA가 복사되는 동안 일어나는 유전적 “오타”, 즉 돌연변이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모든 후손들은 조상들과 동일한 DNA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면 이런 단성생식의 장점은 무엇일까? 이것은 교미를 하지 않고도 많은 후손들을 빨리 얻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결함도 있었다. 이것은 모든 후손들이 동일한 DNA를 갖고 있기 때문에 모든 후손들이 동일한 생존확률을 갖는다는 것이었다. 만일 주변 환경에서 일어난 어떤 한 가지 변화가 한 개체에게 치명적이게 되면 나머지 모든 개체들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는 것이다. 즉 작은 환경의 변화가 개체 전체의 멸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은 진핵생물(眞核生物, Eukaryote)로 진화하게 되었다. 세포핵 등을 위한 작은 방으로 분화된 공간을 가진 진핵세포들(眞核細胞, eukaryotic cells)은 단순히 스스로를 복제하는 데서 나아가 다른 세포들의 DNA와 자신의 DNA를 결합시키는 양성생식(兩性生殖) 쪽으로 진화하게 되었다. 여기서는 후손들이 “부모들”의 DNA를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부모들로부터 절반씩만을 물려받으며, 부모들의 DNA가 복제되는 과정에서 때마다 서로 다르게 결합하기 때문에 후손들 사이에 무한한 변이를 가능하게 된다. 즉 각 개체들은 동일한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더라도 유전적으로 부모나 다른 후손들과 다르다. 이러한 양성생식은 진핵세포들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면 양성생식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강점은 역시 유전적 변이라고 할 수 있다. 각 후손들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DNA 세트의 다른 조합을 갖기 때문에 같은 부모를 둔 수많은 개체가 있더라도 하나도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가 없다. 그러므로 한 개체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치명적인 세균에 감염되더라도 다른 개체들은 생존할 수 있다. 어떤 개체는 다른 것들보다 기후 변화나 포식자들 혹은 환경적 도전들에 대해 생존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양성생식에도 불리한 점이 있다. 첫째, 생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교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혼자 후손을 만들 수 있는 단성생식과는 달리 양성생식에는 반드시 양성이 존재해야 하기 때문에 후손들을 빨리 생산할 수 없다는 것이 큰 단점이다. 둘째, 양성생식은 무한한 변이를 얻을 수 있는 신뢰할만한 방법이지만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DNA가 복제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라는 복병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돌연변이는 임의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신뢰할만하지 않으며, 또한 돌연변이 특성은 정상 특성에 비해 생존에 불리하며 때로는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성생식으로 인한 유전적 변이는 중요하다. 개체들이 유전적으로 다른 변이로 인해 진화를 일어나게 하는 자연선택이라는 메커니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변이로 인해 개체들은 서로 다른 생존 확률을 가지며, 생존자들은 자신들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달해 준다. 이것이 자연선택이다. 각 세대는 이전 세대와 다른 DNA 조합을 가지며, 이 조합들 중 자연선택이 적자 DNA 조합을 선택하는 것을 반복함으로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작은 변화들이 누적되어 큰 변화가 생기는데 이것이 진화이다. 그러므로 성은 진화의 핵심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자연주의적 진화론의 관점에서 볼 때 그럴 듯한 설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몇 가지 의문을 피할 수 없습니다. 단성생식에서 양성생식으로의 변화가 과연 진화를 증명하는가? 라는 질문입니다. 위 설명은 진화라는 “틀릴 수 없는” 전제 위에서 두 생식 방법을 비교, 설명하고 있을 뿐입니다. 생존확률을 높이기 위해 단성생식하던 원핵세포들이 스스로 진핵세포로 진화하여 양성생식으로 생식 방법을 바꾸었으며, 그 후에는 자연선택이라는 메커니즘이 작동하여 진화가 일어났다고 주장하는 것은 누구 말대로 소설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원핵생물들이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진핵생물로, 그리고 양성생식으로 진화하기로 했을까요? 원핵생물이 그렇게 머리가 좋을까요? 그리고 과연 자연은 스스로 더 나은 DNA 세트를 선택할까요?

자연선택을 통해 종의 진화가 일어났다는 결정적 증거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한 번도 증명된 적도, 관측된 적도 없는 신화요 도그마일 뿐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단성생식을 하던 원핵세포들이 자신들의 모든 유전 정보가 동일하기 때문에 지구 환경의 변화로 인해 자칫하면 멸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양성생식으로 전환(진화)하기로 결정했을까요? 도대체 그 결정은 누가 내린 것이며, 내린 결정을 추진할 수 있는 의지와 힘(에너지)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차라리 이 모든 것 뒤에 창조주가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우리는 이보다 더 원초적인 질문도 던져야 합니다. 도대체 개체가 번식하려는 본능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개체 내에 내재하는 특성 혹은 자연에 내재하는 본성이라고요? 그것을 어떻게 증명합니까? 종족보존을 위한 성욕에 더하여 개체보존을 위한 식욕과 같은 생존본능은 자연에 내재된 특성일까요? 아니면 창조주에 의해 외부로부터 주어진 특성일까요? 그 본능이 생명체들의 DNA에 새겨져 있다고 한다면 누가 그곳에 그 본능을 새겼으며, 그 새겨진 본능을 누가 발현하게 했을까요?

이러한 것들은 과학적 질문이 아니라 세계관적 질문입니다. 이것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으며, 세계관적 결단에 의해 받아들이기로 “작정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과학자들이 세포나 DNA 등 과학적인 용어들을 사용하여 설명하는 것들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혹은 증명될 수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과학자들은 과학적 연구보다 훨씬 더 원초적인 세계관적 전제 위해서 작은 수수께끼 풀이를 하고 있을 뿐이며, 이 시대 과학자들의 지배적인 세계관은 자연주의입니다. 과학이 자연주의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자들이 자연주의적 전제 위해서 연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세계관적 함의를 의식하면서 연구하고 어떤 사람은 의식하지 않으면서 연구할 뿐이지 세계관과 무관하게 연구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연주의적 설명은 과학적이고, 과학적인 설명은 진리라는 말도 되지 않는 억지가 오늘 우리 지성계는 물론 현대 교육과 문명 전체를 휩쓸고 있습니다. 자연주의적 진화론은 우주내재적 세계관, 자존철학의 표현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자연주의적 진화론이 유신론적 창조론에 비해 더 타당하다는 주장은 허구입니다. 설사 진화가 생명체 내에서 일어났다고 해도 그것을 일으킨 지능이 자연계 내부에 있는 지능이라고 보는 것은 과학적 주장이 아니라 세계관적 결단입니다. 성의 진화를 포함하여 모든 과학적 연구는 세계관적 전제 없이는 출발조차 할 수 없습니다.

양승훈 교수(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원장, www.view.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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