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학과 출신 아내, 이태리어 통역에 나서다
길고 긴 이태리의 3개월우리 가운데 외국 형제들이 들어와 있는데, 그들은 학생비자를 얻어서 들어오지 않는 이상 3개월마다 비자 갱신을 위해 나갔다 들어와야 한다. 그럴 때마다 3개월이 얼마나 빨리 돌아오는지를 느끼곤 한다. 그런데 요안나의 이태리 3개월은 길고도 길었다. 그것은 머무는 장소의 편협한 문제와 아이들의 불편함, 이태리 형제 자매들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이었다. 요안나는 일찍 들어오겠다고 나에게 전화를 했다. 자기가 그곳에 있는 것이 그들에게 유익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 많은 한국 선교사들이 사실 이태리 성도들에게 너무 실망을 많이 주어서 누구든지 한국인들은 그들에게 점수를 얻기가 어려웠다. 그들은 한국인들의 특징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이래저래 요안나는 매우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요안나에게 3개월 만기가 될 때 내가 가겠으니 그곳에 머무는 큰 의미를 두지 말고 그저 언어를 하는 것으로 만족하라고 말했다. 그때 요안나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모르는 듯했지만 내 말을 순종했다.
3개월이 다 찼을 때 나와 내 아내, 그리고 류지현 자매 셋이서 이태리행 비행기를 탔다. 지금은 대구에서 목회자의 사모가 된 지현 자매도 평소 이태리어를 열심히 공부해둔 터였고 본인도 가고싶어 했기에 일행에 포함시켰다. 지현 자매는 조금 하는 이태리어로 우리 말을 통역해주기를 기대했었다. 우리는 로마공항에 도착해 형제들을 만나 나폴리로 향하였고 나폴리에 가서 4-5일을 형제들과 함께했다.
놀라운 것은 요안나의 이태리어 실력이었다. 조금도 불편없이 모든 집회에서 말씀을 다 이태리어로 통역해 냈다. 그리고 우리가 가서 그들과 있었던 작은 불화도 다 개이게 됐다. 이를 인해 하나님께 감사한다. 그들은 나만큼은 그들이 아는 한국인으로 여기지 않고 그리스도의 종으로 여겨 감사하며 존중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여 순종했다. 감사와 찬양을 주께 돌린다. 거기서 전한 메시지는 주로 히브리서의 내용이며, 믿음과 오래 참음으로 약속을 기업으로 받은 아브라함을 본으로 제시하여 그들의 믿음을 견고케 하려 했다. 그들은 주의 말씀을 깊이 간직하며 사모하며 받아들였다. 요안나에게 주신 은사를 인하여 하나님께 감사하며 그들 모두에게 여전한 순종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나의 아내
이왕 이야기가 나온 김에 나의 아내 이야기를 포함하고자 한다. 아내는 이번에 이태리를 방문한 뒤 돌아오면서 한 가지 결심을 했다. 그것은 본인이 이태리어를 공부하겠다는 것이다. 아내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해 지금까지 나의 문서사역에서 많은 부분을 도와왔으며 중요한 영문 서적(<성도들의 영적전쟁> 등) 몇권을 출판하는 일에 있어서 거의 번역을 담당하다시피 했다. 그래서 아내의 언어적인 은사는 좀 있다고 보지만 새로운 언어를 하나 더 배우는 일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됐다. 그러나 그녀는 수차례 이태리 사역의 어려움을 보면서 그것이 특히 언어의 장벽으로 인한 것임을 보았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그 나라를 사역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이태리어를 반드시 배우려 한 것이다.
한 나라의 언어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실로 한 나라를 얻느냐 잃느냐의 관건일 때가 많았고, 우리 역사에서 이태리가 가장 그런 문제가 심각했었다. 아내는 나더러 돌아가면 어학원에 다니도록 허락해달라고 말했다. 나도 기꺼이 찬성했다. 한 나라의 언어를 하는 것은 그 나라와 실제적인 의사소통이 되기 위해 중요하고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선교지와의 교제가 자연 단절되는 수밖에 없다. 우리가 과거 그렇게 많이 수고하고도 많은 사역지들을 잃어버린 것은 언어를 하는 현지의 일꾼들이 떠날 때마다 당하는 어려움이었다. 그러니 한 나라의 언어를 직접 우리가 구사하는 것은 우리에게 있어서 너무나 긴요한 일이었다.
돌아와서 학원을 알아보더니 집에서 인터넷으로 공부하겠다고 했다. 그 비용이 훨씬 싸고 편리했다. 그리고 2-3개월을 열심히 공부를 했다. 나 역시 항상 책을 펴놓고 강해서를 쓰고, 아내는 이제 이태리어를 배우고… 나는 우리 집에 곧 박사가 나오겠다고 농담을 했다. 나는 아내에게 ‘결혼하고 이제까지 무슨 일에 그렇게 열심인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 정도로 아내는 열심히 이태리어를 공부했다.
그러더니 때가 왔다. 불가리아 자나와 가립이 한국에 들어왔는데 초기에는 영어를 잘하고 한국어도 좀 하는 불가리아인 부부(단초, 빌리아나)가 있었기에 그들을 위해서는 영어로 통역하면 됐지만 빌리아나 자매가 임신을 해 배가 많이 불러오는 바람에 불가리아로 돌아가 버렸다. 요안나는 광주에서 목회를 시작한 남편을 따라 광주로 내려갔기에 아무도 그들의 언어를 통역해줄 수 없었다. 그러자 자연히 내 아내가 기적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태리어 성경을 사달라고 하더니만 집회마다 가립과 자나를 불가리아어가 아닌 이태리어로 통역을 해 주었다. 그들은 통역을 듣고는 너무 좋아하면서 메시지 내용을 다 이해한다고 반응했다. 나도 엄청 신기했다. 많은 성도들이 사모님이 대단하다고 놀라워 했다. 나도 이 점에 있어서는 내 아내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고 싶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2007. 7.30 오전)에도 예배당으로 달려가면서 자나, 가립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서로 이태리어가 통해 한국어를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것이다. 언어라고는 영어 조금하고 한국어 밖에 잘하지 못하는 나에게는 모두가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이다. 내가 직접 여러 나라의 언어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으리요마는 하나님이 나에게는 그런 시간을 부여해주시지 않으셨다. 이로 인하여 나로 더욱 겸손케 하시는 것 같다. 나에겐 언제나 조력자들이 없으면 안 된다.
네팔 이야기
2007년 9월 26일
7년만에 네팔 카트만두 공항에 도착했다. 몽골, 캄보디아, 불가리아 등에 이어 네팔 사역이 회복되는 순간이다. 그동안 함께하던 형제들의 변절로 인해 어려움을 겪지 않은 나라가 거의 없다. 나는 2002년 어느 날을 기억한다. 내가 가장 신뢰했던 Y형제의 변절로 인하여 네팔과 인도의 교회와 형제 자매들이 다 나에게서 떨어졌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나는 경기 광주 곤지암이라는 곳에서 주일 낮예배가 끝나고 내려오던 참이었다. 나는 한 형제가(J형제로 사료됨) 이제 네팔의 모든 상황이 끝났다고 알려주었을 때 거의 쓰러질 뻔하였다. 나는 피가 거꾸로 돈다는 말을 실감하였다.
내가 오늘 이 말들을 하는 이유는 바로 7년 전 이렇게 잃어버린 교회가 오늘 회복되어 마치 죽은 아들이 살아난 것 같이 만나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가 카트만두 공항에 도착하니 차트라와 앙템바 형제 등이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7년 전보다 형제들이 진보해 있었고 뭔가 모르게 편하고 부드러웠다. 우리는 한국에서 가지고 온 7-8개의 옷이며 여러 선물 박스를 챙겨서 숙소인 홀리 히말라야 호텔에 투숙하게 되었다. 첫날 저녁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형제들과 많은 교제를 했는데 7년이라는 세월의 간격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만큼 가깝고 또 가까웠다. 형제들은 옛날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그 믿음 그 자리에 견고히 머물고 있었다.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린다.
2007년 9월 27일, 모든 일은 하나님이 하셨다
이번에 네팔에 왔을 때 모든 일은 하나님이 하셨다는 느낌이 있었다. 마가복음 4장 26-28절은 ‘또 가라사대 하나님의 나라는 사람이 씨를 땅에 뿌림과 같으니 저가 밤낮 자고 깨고 하는 중에 씨가 나서 자라되 그 어떻게 된 것을 알지 못하느니라 땅이 스스로 열매를 맺되 처음에는 싹이요 다음에는 이삭이요 그 다음에는 이삭에 충실한 곡식이라’고 한다. 네팔의 형제들을 누가 이렇게 견고하게 세웠다는 말인가? 이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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