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규 칼럼] 반복한 대통령 취임 선서
“대통령직을 성실히 수행하며”
“성실히 대통령직을 수행하며”
한 단어의 위치 때문에 미국의 국정이 중단될 뻔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의 정점은 정오 정각에 오바마 당선인이 대통령 선서를 하는 순서였습니다. 전 세계에서 모인 수백만 명이 워싱턴DC에 모인 것은 바로 선서라는 역사적인 순간의 현장에 있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부분의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흑인 대통령이라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꿈이 아니고 환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워싱턴으로 모여 들었습니다.
막상 정오에서 5분 정도 지연되어 라버츠 대법원장이 선서식을 진행할 때 어색한 장면이 벌어졌습니다. 대통령 취임 선서문을 한 부분씩 대법원장이 불러주고 따라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다가 오바마 당선인이 더듬은 것입니다. 그 장면을 보던 많은 사람들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대법원장이 다시 불러주는 대로 선서를 마친 오바마 대통령이 실수를 한 것으로 알았습니다.
사실은 실수가 아니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하바드 법대를 다니면서 하바드 로 리뷰 편집장을 할 정도의 법률 전문가로서, 대통령을 꿈꾸며 미국 헌법을 품에 안았었기에 대법원장이 불러준 문장이 헌법에 나온 대통령 취임 선서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대법원장은 다시 불러 주었지만 이번에는 “수행하고”를 빠트렸습니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은 처음 불러준 잘못된 문구대로 선서를 했습니다.
대통령 선서에 관계없이 미국은 1월 20일 정오를 기해서 새로운 대통령에게 권력이 넘어갑니다. 그러나 대통령 선서가 헌법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즉각 위헌 시비가 벌어졌습니다.
다음날 저녁에 백악관에서 대법원장과 오바마 대통령은 다시 선서식을 가졌습니다. 선서를 시작하면서 대법원장은 “아주 천천히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비서 실장은 “넘치는 조심”(abundant caution)이라는 표현으로 선서를 다시 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대통령은 “재미있어서” 한 번 더 했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했습니다.
헌법은 이 땅의 최고 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은 헌법의 문구와 자구를 그대로 지켜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헌법의 정신과 규정에 따라 만들어진 법률이나 규정들이 일반 시민의 삶에 더 중요합니다. 헌법의 자구까지 신경 써서 “넘치는 조심”을 해야 할 사람들은 대통령이나 대법원장들입니다.
우리가 손에 가진 성경은 하나님 나라의 헌법입니다. 사람들은 종종 하나님 나라의 헌법보다는 성경에 근거하여 만든 신학, 교리, 전통, 해석 그리고 지혜자들의 잠언들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구원하여 자녀 삼으실 때 “왕같은 제사장”으로 삼으셨습니다. 우리는 하나님 나라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다스릴 자요, 왕되신 그리스도와 함께 같은 상에서 먹을 자들입니다. 우리에게는 성경이라는 헌법이 더 중요합니다. 성경의 문구와 자구가 더 중요합니다. 우리는 “넘치는 조심”을 하면서 성경 말씀을 준수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긴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너무 재미있어서” 또 한 번 하듯히 순종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