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호 목사 “존엄사, 사회적 합의 아직 이르다”

송경호 기자  khsong@chtoday.co.kr   |  

“사회적 기반 미비, 쉽게 포기·좌절케 하는 역기능 초래도”

▲오정호 목사. ⓒ새로남교회

▲오정호 목사. ⓒ새로남교회

미래목회포럼(대표회장 신화석 목사) 대변인 오정호 목사(새로남교회)가 11일 칼럼에서 존엄사 논란과 관련 “인간의 생명과 관련된 문제는 결코 서둘러서는 안된다”며 이 문제가 미비한 법제도, 빈약한 사회적 기반 위에 성급히 논의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오 목사는 “존엄사가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엔 아직 이르다. 갑작스런 존엄사 논쟁과 존엄사 인정에 그동안 우리 사회는 존엄사를 포함하여 임종 보살핌에 대해 진지하고 충분한 논의를 해왔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경제적, 심리적 혹은 신체적인 극심한 고통이나 분담으로 인해 존엄사를 찬성하는 것이라면 꼭 인위적으로 죽음을 재촉하는 것밖에 대안은 없는 것인가. 왜 삶이 아니면 죽음이라는 이분법적 생각이 강요되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오 목사는 “우리 사회는 존엄사를 인정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사회적 합의와 기반을 갖추고 있는가”라며 “우리나라의 호스피스, 완화 의료는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을 이루기 위해 악을 행할 수 없다(롬 3:8)는 말씀과 같이 존엄한 죽음을 이유로 죽음의시기를 앞당기고 재촉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며 “존엄사가 윤리적으로 용인되고 법제화된다면 무고한 인간생명이 의료인의 오진이나 경제적 요인 혹은 악의로 인해 희생될 수 있다. 환자의 죽을 수 있는 권리의 허용이 짐짓 환자의 죽어야 할 의무로 전이될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 목사는 “더 나아가 죽음으로써 모든 고통과 부담들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은 삶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보다는 인생의 역경과 고난 가운데 도전과 용기와 인내를 제공하기보다는 쉽게 포기하고 좌절하게 하는 사회적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오 목사는 “빈약한 사회적 기반 위에 충분한 논의 없이 한쪽의 주장에만 귀를 열고 그저 성급하게 앞으로 뛰어나가려고만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법제도가 미비한 상태에서 인간의 편리함이나 법원의 판결만으로 ‘긍정적 안락사’라든지 ‘존엄사’라는 이름으로 이를 시행하려 한다면 이는 하나님이 주신 귀한 생명을 인간이 좌지우지하는 풍조와 함께 ‘존엄사’ 자체가 인간 생명에 대한 새로운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경계한다”고 말했다.

‘생명의 존엄’을 생각하며

오정호목사(새로남교회/미래목회포럼 대변인)

우리는 개인주의화 되어가는 사회 속에,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소중함에 깊은 관심을 두지 못하는 세대에 살고 있다. 연예인의 자살에서 보듯 사실 현대인의 고질적인 병인 우울증도 그 원인이 되기도 하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더 큰 원인은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와 우울증을 조장하는 매스미디어의 영향이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해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식물인간 상태의 76세 김 아무개 할머니에게서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라는 팔결을 내렸다. 의료계는 물론 평소에는 생명윤리 쟁점에 대해 별 관심이 없던 정치권도 환영하고 있다. 반대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단지 세브란스병원이 김모 씨에 대한 1심 법원의 존엄사 인정 판결에 불복해 고등법원에 항소심을 내었으나, 고등법원도 환자에 대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2004년 서울 보라매병원 사건에서 경제적 이유를 내세운 가족의 뜻에 따라 치료를 중단한 의사들을 살인방조죄로 형사처벌한 전례가 있다. 세브란스병원 사건은 존엄사와 관련한 국내 최초의 민사사건이고, 1심 판결의 취지가 보라매병원 형사사건 판례와 다르기 때문에 대법원 전원합의부에서 다룰 가능성이 높다. 존엄사에 관한 법률이 없고, 국내 판례가 거의 없어 이번에 대법원 판례가 나올 경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 같다.

존엄사가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엔 아직 이르다. 적극적 생명 연장 수단을 사용하지 않는 소극적 안락사만 하더라도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 있다. 그러나 존엄사 허용이 패륜적 생명 방기(放棄)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갑작스런 존엄사 논쟁과 존엄사 인정에 그동안 우리 사회는 존엄사를 포함하여 임종 보살핌에 대해 진지하고도 충분한 논의를 해 왔는가? 묻고 싶다.

또 ‘안락사’라는 이름으로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자연적인 죽음의 시기를 앞당기려는 의도가 있을 때 교회와 목회자는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생명의 주인인 하나님이라면 인간의 뜻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죽음의 시기와 방법을 결정하는 안락사 또는 존엄사는 당연히 신앙적인 행위가 아니다. ‘내가 원하는 시기에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하겠다’고 하는 안락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다.

경제적, 심리적 혹은 신체적인 극심한 고통이나 부담으로 인해 존엄사를 찬성하는 것이라면 꼭 인위적으로 죽음을 재촉하는 것밖에 대안은 없는 것인가. 왜 삶이 아니면 죽음이라는 이분법적인 생각이 강요돼야 하는 것인가.

다른 정책이나 제도도 그렇지만 인간의 생명과 관련된 문제는 더 신중해야 한다. 결코 서둘러서는 안 된다.식물인간 상태도 매우 다양해 사안별로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다.

또한 “우리 사회는 존엄사를 인정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사회적 합의와 기반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호스피스, 완화 의료는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태어나서 부모의 신새를 오랫동안 져야 하는 것처럼 죽음의 과정에서도 가족과 이웃의 신세를 질 수밖에 없다. 물론 가족의 힘으로 다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국가와 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는 가족과 이웃이 존엄한 죽을 맞이할 수 잇도록 충분한 통증 조절 등의 완화 의료강화, 호스피스 확대 등의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선을 이루기 위해 악을 행할 수 없다(롬 3:8)는 말씀과 같이 존엄한 죽음을 이유로 죽음의 시기를 앞당기고 재촉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존엄사가 윤리적으로 용인되고 법제화된다면 무고한 인간생명이 의료인의 오진이나 경제적 요인 혹은 악의로 인해 희생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의 ‘죽을 수 있는 권리’ 허용이 자칫 환자의 ‘죽어야 할 의무’로 전이될 개연성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죽음으로써 모든 고통과 부담들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은 삶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보다는 인생의 역경과 고난 가운데 도전과 용기와 인내를 제공하기보다는 쉽게 포기하고 좌절하게 하는 사회적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천하보다 귀한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기보다는 빈약한 사회적 기반 위에서 충분한 논의 없이 한 쪽의 주장에만 귀를 열고 그저 성급하게 앞으로 뛰어나가려고만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법제도가 미비한 상태에서 인간의 편리함이나 법원의 판결만으로 ‘긍정적 안락사’라든지 ‘존엄사’라는 이름으로 이를 시행하려 한다면 이는 하나님이 주신 귀한 생명을 인간이 좌지우지하는 풍조와 함께 ‘존엄사’자체가 인간 생명에 대한 새로운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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