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강요> 현대 불어 번역판, 칼빈기념사업회에 헌정키로
프랑스 개혁신학자들이 존 칼빈(1509∼1564) 탄생 5백주년을 맞아 프랑스 현대어판으로 재번역한 <기독교강요>를 한국에 직접 방문해 칼빈탄생500주년기념사업회(대표회장 이종윤 목사)에 헌정키로 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칼빈은 프랑스 북부 피카르디 지방 누아용에서 출생했다.
오는 6월 ‘칼빈과 한국교회’를 주제로 열리는 기념대회에 맞춰 한국을 방문하는 신학자들은 프랑스 개혁신학교의 폴 웰스(Paul Wells) 박사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웰스 박사는 기념대회에서 ‘칼빈에게 나타난 중보자로서의 그리스도’라는 제목으로 주제강연을 전하며 이후 주최측에 개정판을 전달할 계획이다.
개혁교회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교의신학 지침서이기도 한 <기독교강요>는 칼빈이 26세가 되던 해인 1936년에 라틴어로 출간, 이후 칼빈의 모국어인 프랑스어로 재출판 되었으며 초판부터 최종판을 내기까지 23년이 걸렸다. 그 중 프랑스어판은 약 1800여 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 양을 갖고 있다.
웰스 박사를 비롯한 개혁신학자들은 칼빈 탄생 500주년을 맞아 현대 프랑스어에 맞게 이를 재번역했다. 이에 대해 평택대 안명준 교수(조직신학)는 “조선시대 한글로 된 문학 서적을 오늘날 젊은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번역한 것과 같은 의미”라고 전했다.
개혁신학의 근원지인 유럽의 신학자들이 이번 개정판을 직접 한국 신학자들에게 헌정하는 것은 단순히 학문적 발전을 넘어 한국교회를 향한 기대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종윤 목사는 “유럽교회가 날이 갈수록 쇠퇴해져 가는 상황에서 세계 기독교의 중심으로 성장해가고 있는 한국교회를 축복하고 격려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직접 전달하길 원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초기 개신교 인구가 40%에 육박했지만, 종교개혁 이후 계속된 핍박과 함께 유럽 전역에 밀려들고 있는 세속화로 현재 개신교 인구는 전체의 3%정도밖에 되지 않는 상황이다. 게다가 칼바르트와 볼트만으로 대변되는 대다수 프랑스 신학이 다원주의에 기인하고 있어 지금의 개혁교회 역시 칼빈의 정통 신학 위에 서 있다고 평가받지 못한다.
웰스 박사는 지난해에도 서울교회에서 개최된 제16차 킴치(KIMCHI) 세미나에 참석차 방한해 한국의 대표적인 교회, 신학교, 기독교방송국, 기도원 등을 둘러보고 한국의 교회성장과 부흥의 현장을 확인하기도 했으며 이에 도전을 받고 한국교회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안명준 교수는 “프랑스는 현재 가톨릭의 영향력과 이로 인한 정치와 권력의 전통이 워낙 강해 개신교가 온전히 회복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한국교회가 지원해주고 관심을 기울여야 할 책임도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재번역된 개정판은 칼빈 탄생 5백주년을 맞아 개신교의 회복을 꾀하고 있는 프랑스에 다시 한 번 르네상스운동을 재현하는 씨앗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또 종교개혁 당시 기독교강요의 문체가 워낙 뛰어나 프랑스 문학계에 큰 영향을 주었던 것처럼 현대 문학과 사회학문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