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지 목사는 대담 도중 풀러신학교에 한국어 목회학 박사과정을 개설하는 일에 참여한 일화를 소개했다. 1995년에 설립된 한국어 목회학 박사과정은 신학대학원의 소속기관으로 전문 박사학위(professional degree)를 수여하고 있다.
정 목사는 “40~50대 목회자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이를 특히 선교학으로 유명한 풀러가 해줬으면 했다”며 한국인들을 위한 과정 개설을 요청한 동기에 대해 설명했다.
정삼지 목사는 그러면서 풀러에 당시 유례가 없던 제안을 했다. 바로 교육 과정을 모두 ‘한국어’로 진행하자는 것. 정 목사는 “한국인 목회자는 목회에 영어를 사용하지도 못할 뿐더러, 영어로 공부해서는 잘 되지도 않는다”며 “그러니 미래를 위해 한국인 목회자들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목회할 실력을 키워주면 좋지 않겠나 생각했다”고 했다.
정 목사는 “풀러의 저명한 학자들이 하는 강의를 통역을 통해 듣게 하고, 한국에도 기라성같은 신학자들이 있으니 그분들의 도움을 받아 논문 심사를 할 수도 있다”고 구체적인 방안까지 내놓았다.
파격적이기까지 했던 제안이었지만 풀러는 이를 받아들여 미국 신학교로서는 최초로 한국어 과정을 신설했다. 정 목사는 이를 두고 “풀러가 미션 마인드를 갖고 있는 대학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이 제안은 큰 성과를 거둬, 개원 이래 현재까지 전세계에 걸쳐 1,400명 이상의 한인 목회자들이 이 과정에서 학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또 290명의 졸업생들은 한국, 북미 지역 및 선교지의 신학교육 기관 및 지역교회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이후 풀러 한국 총동문회장을 역임하기도 한 정삼지 목사는 그 일을 계기로 풀러 본교 관계자들과 자주 교류하게 됐고, 결국 비(非) 미국 시민권자로서는 최초로 본교의 이사가 된다. 이제 정 목사는 평신도들과 아시아 전역을 위한 풀러아시아센터를 국제도시 송도에 세우는 일을 계획하고 있다.
한편 정 목사는 “한국에도 신학교가 많은데 왜 굳이 미국 신학교의 도움을 받으려 하느냐”는 질문에 “한국교회도 많이 성장하고 선교사 파송 2위의 선교대국이 되었지만, 아직 전략적인 면에서는 많이 뒤떨어진다”며 “미국은 그 면에서 강하고, 특히 평신도 사역 등에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쌓인 데이터들이 많다. 풀러아시아센터는 한국의 신학교들이 할 수 없는 부분들을 교육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