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근 목사 전도서강해 9] 솔로몬이 말하는 ‘경쟁’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사람들이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는 건 결국 ‘경쟁심’ 때문?

4: ▲유동근 목사(온누리선교교회).

▲유동근 목사(온누리선교교회).

1 내가 돌이켜 해 아래서 행하는 모든 학대를 보았도다 오호라 학대받는 자가 눈물을 흘리되 저희에게 위로자가 없도다 저희를 학대하는 자의 손에는 권세가 있으나 저희에게는 위로자가 없도다

일반적으로 권력을 가진 사람은 사람들을 학대하면서도 그들의 고통을 모르기 십상이다. 그렇지만 하나님의 사람인 솔로몬은 왕이면서도 학대받는 자들의 아픔을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내가 돌이켜 해 아래서 행하는 모든 학대를 보았도다 오호라 학대받는 자가 눈물을 흘리되 저희에게 위로자가 없도다”. 학대를 당하면서 아파하는데, 그러한 자를 위로하는 자가 없었다고 한다. 위로하는 자라도 있으면 학대받는 사람들은 마음에 힘이 되기도 하고, 또 그런 학대를 견디면서 이길 수 있는 은혜를 얻을 수 있을텐데 그렇게 위로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저희를 학대하는 자의 손에는 권세가 있으나 저희에게는 위로자가 없도다”. 학대하는 자들은 그 손에 권세가 있는 자들이다. 그러므로 약자들은 소위 큰 힘·권세·대세 등에 의해 압제를 당하고 학대를 당하는데, 그럴 때 슬퍼하는 사람 편에 서서 그들을 위로하게 되면 그도 역시 사람들의 눈총을 받고 학대를 받기 때문에 함부로 위로해 줄 수도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곤경 밑에서 학대받는 사람들은 외롭기 짝이 없어진다. 이런 모든 상황을 솔로몬이 본 것이다.

2 그러므로 나는 살아 있는 산 자보다 죽은 지 오랜 죽은 자를 복되다 하였으며

그러므로 솔로몬은 그렇게 살아서 권력에 의해 학대를 당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보면서 ‘살아 있기 때문에 고통을 당하는구나. 차라리 죽은 자들이 더 행복하지 않은가’ 라고 생각했다. 죽은 자들은 학대당할 필요가 없다. 오래 전에 죽었기 때문에 그런 고통을 당하는 자들보다 죽은 자들이 더 행복하지 않느냐고 생각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에는 이런 일이 적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고려 시대나 조선 시대, 근세 유신 시대, 또 그 이전에도 순수하고 착한 사람들이 끌려가 심한 고문과 고통을 당하는 경우가 있었다. 다른 많은 나라들에서도 탄압받고 고통당하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

우리가 선교하는 나라인 캄보디아는 수많은 사람들이 폴 포트 정권 아래서 죽어야 했다. 수년간 감옥에 끌려가서 고통을 당했다. 그들이 그럴만한 죄를 지었기 때문이 아니다. 프놈펜의 한 고등학교 전체를 감옥으로 만들어 교실마다 민간인들을 잡아서 가둬두고 고문했다. 10여년 전 갈 때만 해도 감옥에 있던 인분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상태였다. 갖가지 고문 도구도 그대로 있었다. 그 방에서 생활하고, 배설하고, 많은 고통을 당하고, 대부분 다 죽임당했다. 처음 그곳을 보았을 때는 눈물이 나왔다. 너무 가련하고 불쌍했기 때문이다. 그처럼 권력을 잡았던 사람들에게 학대당하는 모습을 보면 그들보다 오래 전에 죽었던 사람이 행복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솔로몬 왕이 이러한 묵상을 하는 것이 귀하다는 것은 그가 왕이면서도 권세에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학대받는 자의 편에서 그들의 아픔을 헤아릴 수 있었다는 점을 귀하게 볼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교만한 것, 부자가 돼 마음이 부유한 것, 높은 위치에 있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또 참으로 겸손하고 낮은 마음으로 모든 사태를 바라볼 수 있는 것, 사람과 정황과 많은 것들을 헤아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를 알 수 있다. 나는 하나님의 마음과 가장 일치할 수 있는 지점은 결국 가장 낮은 곳에서 모든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믿는다. 하나님은 가장 높은 데 계시지만, 가장 마음이 낮은 자들과 함께하시는 분이시다.

3 이 둘보다도 출생하지 아니하여 해 아래서 행하는 악을 보지 못한 자가 더욱 낫다 하였노라

죽은 자들보다, 탄압 아래 학대받는 사람들보다, 오래 전에 죽은 자들보다도 더 복된 자들은 아예 출생하지 않은 자들이라고 말한다. 해 아래서 행하는 악을 보지 못한 자가 더욱 낫다고 했다. 솔로몬은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렀다. 아예 나지 않았더라면 좋았다는 것이다. 욥도 그런 고백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출생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고난을 당하지 않았을텐데 왜 어머니는 나를 낳았는가’ 라고 했다.

4 내가 또 본즉 사람이 모든 수고와 여러 가지 교묘한 일로 인하여 이웃에게 시기를 받으니 이것도 헛되어 바람을 잡으려는 것이로다

전도서의 주제는 공허하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공허하다. “사람이 모든 수고와 여러 가지 교묘한 일로 인하여 이웃에게 시기를 받으니”. 시기를 받는다는 말을 어떤 성경에는 ‘경쟁의 결과’라고 번역했다. 이 땅에서 사람들은 여러 가지 교묘하고 지혜로운 일을 하려고 많은 수고를 한다. 그러한 성취를 위해 수고하는 것을 볼 때 그것이 결국은 경쟁의 결과임을 알았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바티칸에는 정말 놀라운 예술 작품들이 많다. 바티칸 대성당의 총감독이 미켈란젤로였다. 또 한 명은 라파엘이었다. 그들은 분야가 달랐지만 얼마나 경쟁적으로 자기의 기술을 발휘했는지, 두 사람이 서로 말도 하지 않고 지냈다고 한다. 좋게 해석한다면 그런 경쟁자가 없고 이겨 보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그렇게 빼어난 작품은 나올 가능성이 없었다. 사람은 나서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는 말이 있다. 왜 사람은 서울로 보내야 할까? 시골에 있으면 경쟁이 없기 때문에 발전하지 않는다. 조금 공부 잘 하면 자기가 최고인 줄 알고 더 이상 공부하지 않는다. 하지만 서울로 올라오면 수많은 경쟁자가 있기 때문에 만만치 않음을 느끼고 더욱 갈고 닦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역자들을 시골 교회에만 있게 하지 말라는 말도 한다. 그러면 성경도 열심히 읽지 않고 느슨해지며 게을러지기 때문이다. 시골의 생활 방식이 그렇다. 성도들은 논이나 밭에서 일하다가 함께 모여서 예배드리기 때문에, 특별히 말씀을 많이 준비하지 않고 전해도 다들 좋다고 하고 은혜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도시에서 그렇게 사역을 하다가는 쫓겨나기 십상이다. 일반 성도들도 이리 저리 성경공부 하러 다니기 때문에 눈과 귀가 다 높아져 있다. 따라서 도회지에서 사역을 해 봐야 경쟁적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사역자를 시골에다만 묶어두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정교한 일을 위해 노력하는가? 정교한 일이라면 예술도 있고, 문학도 있고, 음악도 있고, 또는 자기가 추구하는 많은 기술도 있다. 글 쓰고 시 쓰는 것 등도 있다. 그런 것들을 성취하려고 열심히 수고하는 것을 솔로몬이 보았더니, 그것은 경쟁의 결과임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경쟁심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하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서 솔로몬이 하는 말은 ‘그것도 헛된 것’이라고 한다.

여러분이 이러한 지혜의 말씀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차이가 있다. 일생토록 힘겹게 수고하고 에너지를 다 소모하고 나서, ‘내가 왜 이렇게 수고하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때 알고 보니 결국 얄팍한 경쟁심 때문이었음을 알게 되면 허탈해진다. 왜 이렇게 돈을 벌려고 했던가? 어디 가서 친구나 이웃이 잘 사는 것을 보고 왔다.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해서든지 저 사람보다 잘 살아야지’ 하는 마음에 그렇게 애를 써서 돈을 번다. 언젠가 자기 친구가 에쿠스를 타고, BMW를 타는 것을 보고는 어떻게든 그 친구를 따라잡으려고 그때부터 죽을 힘을 다해 일을 한다. 세상 많은 사람들이 애를 쓰고 수고하고 열심히 하는 이유는 결국 경쟁의 결과이며, 지혜자는 우리에게 그것도 모두 헛된 것이라고 말을 해 준다.

이런 진리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 깨닫는 것과 못 깨닫는 것에는 차이가 있는가? 많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고 했다. 모든 진리는 우리로 하여금 헛된 것에 힘을 다 쓰고 낭비하지 않도록 해 준다. 우리가 참으로 하나님을 섬겨야 할 때, 정말 주님께 드려야 할 때 아직도 속에서 경쟁 심리가 빠져나가지 않음으로 하나님을 섬기지 못하고 계속 헛되게 엉뚱한 일에 수고한다면 얼마나 손해이겠는가? 그렇게 되면 정작 주님이 시키시는 일을 받들어 할 수가 없다. 아직도 다른 사람을 이겨보려고 하는 경쟁 심리에 불이 붙어서 주님의 음성을 참되게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쟁심에 도취돼 주님의 말씀을 순종하지 못한다. 어떻게 해서든지 모든 힘과 시간을 다해 경쟁 상대를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많아지고 노인이 되고 이도 다 빠지고 힘이 빠지고 나서 전도서를 읽어 보니 ‘아, 내가 경쟁심에 불타서 그렇게 많은 세월을 낭비했구나’라고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것이다.

유동근 목사는

대전고, 충남대·대학원
Pacific Theological Seminary(Th.M, D.D)
온누리선교교회 담임목사, 美 퍼시픽 신학교 교수
국제선교신학원(IMC) 학장, 벧엘서원 대표
現 대한예수교장로회 국제선교연합총회장
저서: 모세오경, 마태복음, 요한복음, 로마서, 서신서, 요한계시록 등 강해서(총 33권)

저자는 1991년부터 몇몇 동역자들과 함께 몽골,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 네팔, 미얀마, 에디오피아, 잠비아, 이태리, 헝가리, 불가리아, 핀란드, 프랑스, 독일 등 해외 선교를 주로 해온 선교사이며 복음전도자다. 위에서 소개되는 선교일기는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다. 지금도 매년 저자와 그 일행은 일년에 한 번 이상 세워진 교회들을 순방하며 진리의 말씀을 공급하고, 교회들을 굳게 세우며 전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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