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전쟁 패전 후 일본이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룬 데에는 2명의 위대한 기업가가 있었다. ‘경영의 하나님’이라고 불리는 세계적인 전기 메이커 마쓰시타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와 ‘기술개발의 하나님’으로 불린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 혼다의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다. 두 사람은 2003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결과에서도 가장 존경할만한 경영자 공동 1위를 차지했다. 두 사람 가운데 혼다 소이치로는 아름다운 퇴장으로도 유명하다. 1971년 그의 나이 65세 때 혼다기술연구소 사장직에서 물러났고, 2년 뒤 완전히 은퇴를 했다. 평소 “회사는 내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소신대로 그는 재산을 아무 것도 챙기지 않은 채 홀연히 떠났다. 젊고 유능한 후진들이 마음껏 일을 할 수 있도록 정상의 자리에서 미련 없이 퇴장 했던 것이다. 그는 죽을 때도 멋진 유언을 남겼다. 교통체증으로 서민들이 애를 먹을 수 있으니까 장례식을 치르지 말라고 해서, 지인들끼리만 모여 고인을 추모하는 조촐한 감사모임만 가졌다. 세상을 떠날 때도 아름다운 퇴장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권세와 명예에 대한 욕심이 더욱 강해진다. 그런 점에서 박수칠 때 자신의 자리를 내려놓고 떠나는 아름다운 퇴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아름다운 퇴장은 뛰어난 능력만큼이나 귀하다. 영국의 존 메이저 전 총리는 57세에 정계를 물러나면서 멋있는 귀거래사를 남겼다. “떠나야 할 때를 넘겨 머물기보다 남들이 머물라 할 때 떠나겠다.” 우리가 잘 아는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도 연임할 수 있었음에도 후임자를 키워 그에게 정권을 넘겨주었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독선과 아집은 개인과 사회 나아가 국가를 파멸시키게 된다. 인간이 한창 때 보여줬던 자신의 능력만 믿고 떠나지 않거나, 또 권세에 도취되어 현재의 자리에 계속 머무르려고 하면 추해질 뿐만 아니라 부족한 실력과 퇴화되는 재능을 모략과 술수로 채울 수밖에 없어서 모두를 힘들게 만든다. 그러다 결국에는 돌이킬 수 없는 무리수를 두게 되어 비극적인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 그것은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
아무리 능력이 많고 훌륭한 사람이라도 세월이 흐르면 녹이 슬게 돼 있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적절한 때에 많은 사람들의 갈채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물러나는 아름다운 퇴장이야말로 개인이나 단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그것은 신앙공동체인 교회도 마찬가지다. 때가 되어, 박수 속에 원로들이 아름다운 퇴장을 하고 젊고 유능한 일꾼들이 그 자리를 대신할 때 교회는 더욱 부흥되고, 새로운 도약이 이루어지게 된다. 중국의 한나라 때 유향이라는 사람이 지은 <전국책>의 ‘제책편’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아무리 날랜 말도 늙으면 둔한 말만도 못하다.’ 떠오르는 태양도 아름답지만, 때를 알고 물러나는 석양은 더욱 아름다운 법이다.
사도 바울은 딤후 4장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아름다운 퇴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바울은 디모데, 디도, 아굴라, 오네시모 등 많은 제자들을 키워서 그들에게 믿음의 사역을 맡기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기다린다. 바울은 자신의 사명의 때가 다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퇴장할 때가 되었음을 알고 미련 없이 떠났다. 세상의 것보다 하늘의 보화가 더욱 귀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퇴장은 영원한 것을 바라보고, 하늘에 소망을 두는 사람이 할 수가 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권세욕과 명예욕으로 인해 떠나야 될 순간임에도 떠나지 못해, 인생을 망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