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한 칼럼] 봄의 신앙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깬다는 경칩(驚蟄)이 지난 지도 벌써 열흘이 되었다. 동물뿐 아니라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는 시기가 바로 경칩이다. 한낮의 날씨가 상당히 포근한 것을 볼 때도 봄이 도래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벌써 제주도에는 봄을 알리는 노란 유채꽃이 활짝 피어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얼마 안 있으면 전국의 산과 들에는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철쭉, 매화와 벚꽃이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낼 것이다. 한겨울 무서운 추위와 혹독한 눈보라가 칠 때면 온 천지가 꽁꽁 얼어붙어서 봄이 올 것 같지 않았는데, 때가 되면 어김없이 봄은 찾아온다.

봄의 어원을 살펴보면 한자로 ‘춘’(春)은 봄 햇살을 받은 뽕나무 새순이 뾰족이 머리를 내민 날(日)의 모습을 그린 것이고, 영어로 ‘spring’은 돌 틈에서 퐁퐁 솟는 옹달샘이나 겨울잠에서 갓 깨어난 개구리가 스프링처럼 튀어나오는데서 유래됐다. 우리말 봄의 어원은 따뜻한 햇살을 받아 초목에 새 생명의 싹이 움트는 경이로운 광경을 눈으로 직접 보는 것에서 그 말이 왔다. 봄은 서두에서 말했듯이 꽃의 계절이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수를 놓는 계절이다. 겨울 동안 깊은 동면에 빠져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던 꽃들이 봄이 되면 기지개를 켜서 꽃망울을 터트리며 만발하게 되는데, 그런 장면들을 볼 때 생명의 신비와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꽃의 색깔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가 있다. 빨강, 노랑, 파랑, 흰색인데, 붉은색 꽃은 그 꽃잎을 구성하는 세포가 산성이라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고, 푸른색 꽃은 알칼리성이기에 그런 빛깔을 띠게 된다. 노란색 꽃은 카로티노이드(Carotenoid)라는 색소 때문에, 흰색 꽃은 그 속에 공기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게 보인다. 꽃은 보는 사람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성경도 꽃을 기쁨이 임하는 하나님의 은혜로 표현하는데, 솔로몬은 아가서에서 “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쳤고 지면에는 꽃이 피고 새의 노래할 때가 이르렀는데 반구의 소리가 우리 땅에 들리는구나 무화과나무에는 푸른 열매가 익었고 포도나무는 꽃이 피어 향기를 토하는구나”(아 2:11-13)라고 말을 한다. “포도나무는 꽃이 피어 향기를 토하는구나”라는 말씀처럼,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면 기쁨이 넘치고 믿음의 향기를 발하게 되어 복음의 열매가 무성하게 맺히게 된다. 이사야 35장 1절, 2절에서도 역시 꽃은 하나님의 충만한 은혜를 상징하는데, 은혜 받은 심령은 봄같이 따뜻해서 그 마음에 여러 가지 꽃들이 피게 된다. 죄악으로 굳어진 마음이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녹아서 그 심령에 감사와 찬송의 꽃이 피고, 사랑과 봉사의 꽃이 활짝 피어 복음의 향기를 발하게 된다.

지금은 사순절 기간(2/25-4/11)이다. 주님의 그 고난을 깊이 생각하여, 우리가 신앙의 겨울잠을 자고 있다면 성령의 능력을 받아 속히 깨어나야 한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맞이하여 우리의 믿음도 활짝 깨어나 꽃처럼 향기 나는 신앙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겠다. 또 혹독한 연단의 겨울을 보내고 있다면 곧 기쁨의 봄이 올 것을 바라보며 그 고난을 이겨나가야 한다. 한 겨울이 지난 후에야 봄이 오듯, 고난의 겨울이 지나야 기쁨의 봄은 온다. 봄이 그냥 오는 것처럼 보이고, 꽃은 그냥 피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매서운 추위와 혹독한 눈보라의 겨울이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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