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한 칼럼] 고행과 십자가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인도는 12억의 인구로 세계 2위의 인구대국인데, 95%가 힌두교를 믿고 있다. 힌두교인들은 육체를 물질로 보기 때문에 육체에 고통을 주는 고행을 통해 육체의 속박으로부터 해탈하여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세대에서의 더 좋은 삶을 얻기 위해서는 어떠한 고행이라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인도인들의 생각이기에, 치열하게 고행의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인도에 가면 고행을 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바위에 올라 앉아 꼼짝 않고 있는 사람, 숯불을 머리 위에 이고 있는 사람, 못을 박아 놓고 누워 있는 사람, 채찍에 맞아 피를 흘리는 사람, 십자가를 지고 가는 사람 등 고행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마치 누가 최고의 고행을 하며 사느냐, 그것이 삶의 목표인 것처럼 보인다. 기네스북에 올라있는 인간의 한계와 관계있는 기록들은 다 인도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자리에서 제일 오래 버티고 서 있는 기록이 17년인데, 인도인이다. 온 몸으로 기어서 가장 멀리 간 사람 역시 인도인으로서 1,400km를 기어갔다. 이외에도 58시간 9초 동안 손뼉을 친 사람, 34시간 동안 한 다리로 오래 버틴 사람, 모두 인도 사람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 고행이 무슨 유익이 있는가? 약간의 정신적 만족을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 이 세상을 떠날 때 허무함밖에는 남는 것이 없다. 고행은 결코 내세의 행복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

불교도 고행이라면 힌두교에 뒤지지 않는다.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것이 보리수 아래서의 명상을 통해서라고 하지만, 그 전에 6년간 뼈를 깎는 고행의 수련이 밑거름이 되었다. 지금도 많은 스님들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 금욕과 참선을 하면서 고행의 수련을 한다. 우리가 잘 아는 성철은 8년간 ‘장좌불와’와 10년간 ‘용맹정진’의 고행을 하였다. 정말 초인적인 고행수련을 쌓았다. ‘장좌불와’는 드러눕지 않고 앉아서만 잠을 자는 것을 말하고, ‘용맹정진’이란 암자 주위에 철조망을 쳐 놓고 그 안에서만 생활하는 최고의 고행방법이다. 그런데 성철은 죽을 때 열반송에서 자기의 죗값이 하늘에 미쳐, 산 채로 불타는 지옥으로 떨어진다고 하였다. 물론 불교인들은 그것을 겸손의 표현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이 과연 겸손의 표현일까? 인간적 고행의 어리석고 무익함을 깨달았기에 죽으면서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닐까?

성경은 그러한 고행으로는 절대 구원을 얻을 수 없다고 말한다(딛 3:5). 오직 십자가의 능력으로 우리가 구원을 받는다고 말한다(고전 1:18). 중세 시대 때 많은 교인들이 로마에 있는 성 베드로 성당을 방문할 때, 무릎으로 계단을 올라가며 자신의 구원을 위해 기도했다. 종교개혁자인 마르틴 루터도 한 때는 구원의 확신을 위해 고행과 금식을 했었고, 성 베드로성당의 계단을 무릎 꿇고 올라가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날 로마서를 읽는 순간 구원은 인간의 공로가 아니라,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겉으로 보기에 고난의 십자가가 고행의 증거인 것처럼 보일 수가 있다. 그래서 지금도 고행과 선행을 통해 구원을 얻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십자가는 고행의 도구가 아니라, 사랑의 증표이며 구원의 마침표라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십자가를 믿는 사람은 주님이 성취하신 구원의 축복을 소유하게 된다. 이번 주간은 주님이 십자가를 지시고 운명하신 ‘고난주간’이다. 주님이 왜 십자가를 지셔야만 했는지, 십자가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는 한 주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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