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개신교가 전래된지는 이제 불과 120여년의 세월이다. 그러나 개신교는 전래된 이래 지금까지 빠른 성장을 보였을뿐 아니라 사회 전 분야에 있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쳐 왔다. 부끄러운 역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대한민국의 역사와 함께 숨쉬며 ‘역사 속의 종교’로 확실한 두각을 보여온 것이 개신교의 역사다.
그러나 이러한 개신교가 역사 교육에서 홀대받고 있다는 학자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소장 박명수 교수)가 지난해 고등학교 근현대사 교과서(금성출판사)의 개신교 서술에 나타난 문제점을 지적했던 데 이어, 올해에는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 나타난 개신교 서술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비교종교학 관점에서 발제한 유요한 교수는 현 국사 교과서에 대해 △종교를 선사시대 및 고대의 전유물로 오해할 수 있고 △종교의 모든 행위가 정치적 의도와 경제적 목적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또 박명수 교수는 “근본적으로 한국 국사학계가 기독교를 외래종교로 인식하고 소위 ‘내재적 발전론’을 내세워 개신교가 한국 근대사에 미친 영향을 왜곡·축소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물론 교과서가 종교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상세할 필요도, 특정 종교에 대해 옹호적인 기록을 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국사 교육은 기본적으로 사실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며, 그렇다면 분명히 있었던 사실에 대해 굳이 축소하거나 왜곡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현 국사 교과서는 타 종교에 비해 개신교의 전래와 전파 등을 기록하는 데 매우 인색하다. 뿐만 아니라 구한말 개화·계몽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의료·교육·문맹 퇴치 사업 등에 대해서는 ‘선교를 목적으로’라는 단서를 붙임으로써 모두 ‘교세 확장’을 위한 수단처럼 의미를 축소시켜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국사 교과서의 문제는 가뜩이나 기독교에 대한 오해와 불신·불만이 편만한 이 때에, 기독교에 장기적으로 엄청난 손실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교계 지도자들은 이 문제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바로잡는 데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일방적으로 기독교를 옹호한다거나 실책을 덮자는 것이 아니다. 객관적 사실과 올바른 가치관에 입각해 공(功)과 과(過)를 정확히 기록해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많은 자라나는 세대들은 기독교가 국가와 민족의 역사 속에서 영욕을 같이하며 커다란 족적을 남겨왔음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