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교과서의 기독교 편향서술, 근본적 원인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특별기고] 고등학교 국사교과서에 나타난 개신교 서술의 문제점(1)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 교회사)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 교회사)

불교도, 유교도 엄밀히 따지면 기독교와 같이 ‘외래 종교’다. 오래 전에 들어왔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현재 일선 학교에서의 국사 교육은 기독교를 ‘내재적 근대화론’의 희생양으로 삼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최근 부쩍 높아진 국민들의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이에 이러한 교과서에서의 기독교 서술 편향성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박명수 교수의 ‘한국 고등학교 국사교과서에 나타난 개신교 서술의 문제점’을 기획 연재한다. 박 교수는 지난 2일 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 주최 영익기념강좌에서 이 내용을 발표했다.

I. 문제제기

2008년 필자는 금성출판사에서 간행한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에 나타난 기독교 왜곡 및 축소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리고 이것은 한국교회사학회와 함께 본격적인 논의를 전개했고, 결국은 일부 수정이라는 일정한 성과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금성출판사 교과서는 문제가 많다.

국민교육에 큰 영향 미치는 ‘교과서’에 비친 기독교는

그렇다면 현행 고등학교 국사교과서는 어떤가? 국사교과서는 개신교를 공정하게 다루고 있는가? 이것이 우리가 묻고자 하는 질문이다. 국사교과서는 제3차 교육과정 개편(1974) 이래 국가기관이 편찬하는 공식적인 역사 교과서다. 그러므로 이 교과서는 국민들에게 나라의 역사를 사실적이면서 동시에 올바로 전달해야 한다. 만일 국사교과서가 사실을 왜곡하거나 축소한다면, 이것은 국민교육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현행 국사교과서는 한국 개신교를 다른 종교에 비해 충분하게도, 공정하게도 설명하지 않는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한국 국사학계가 기독교를 ‘외래 종교’라 인식하고, 한국 근대사에 미친 영향을 왜곡 축소하려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국사교과서 편찬의 역사를 간단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원래 국사교과서는 검인정교과서였다. 검인정이란 저자들이 쓰고, 국가가 이것을 심의하는 것이다. 해방 후 미군정하에서 실시된 국사교육의 목표는 ‘민주시민의 양성’이었다. 그 이후 1차 교육과정(1954-63)에는 국사 전체를 통해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발견하려 했다. 소위 민족교육이 강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제2차 교육과정(1963-1973)에서 더욱 강화됐다. 이 시점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1968년에 공포된 소위 <국민교육헌장>이다. 이에 따르면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민족중흥에 이바지하는 것’을 교육의 지상목표로 하고 있다.

이것은 제3차 교육과정(1973-1980)에서 잘 나타나 있다. 3차 교육과정은 당시 박정희의 국정목표 가운데 하나인 ‘국적있는 교육’의 틀 안에서 이뤄졌다. 당시 정부는 ‘국사교육강화위원회’라는 위원회를 설립하고, 국사를 사회과에서 독립시켜 중·고등학교 필수 과목으로 가르치도록 했다. 아울러 교과서도 이전에는 검인정으로 하던 것을 국사편찬위원회가 집필하는 국정교과서로 전환했다. 이때부터 국사교과서는 단일 책이 됐다.

‘국적있는’ 강조에 기독교는 ‘희생양’

국사에서 민족주의적 요소를 강조하려는 움직임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강조돼 왔다. 제4차 교육과정(1981-1987)을 보면 국사 교육의 목적이 바로 ‘민족공동체 의식, 민족사적 정통성, 민족문화의 계승’이었다. 이런 입장은 한국사의 본질을 문명의 교류사가 아니라 내재적 발전에 의해 보도록 만들었다. 그리하여 국사교육의 목표가 ‘한국사 발전의 내재적 본질을 구조적으로 이해하게 하는 것’으로 기술돼 있다. 이러한 입장에 따르면 서양에서 들어온 서양 문명은 한국사의 내재적 발전을 추적하려는 역사인식에 장애물이 된다. 4차 교육과정의 지침에 보면 ‘우리나라 근대화가 외부의 충격이 아닌 우리 내부의 학문적 축적에 의해서 추진된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민족주의적 입장에서 전개되는 내재적 발전론은 이후에도 국사 편찬의 중심적 입장이 되고 있다. 이것은 제5차 교육과정(1987-1992), 제6차 교육과정(1992-1997), 제7차 교육과정(1997-2007)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예를 들면 6차 교육과정은 ‘근대화 과정에서 내재적, 자생적 요소를 부각시키도록’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내재적 발전의 입장에서 현 국사교과서는 편찬됐다.

자생적·내재적 근대화 강조하려 ‘근대화에 기여한 기독교’ 축소

필자는 논지를 전개하면서 다음 몇 가지에 유의할 것이다. 첫째, 국사교과서의 역사적인 변천 과정을 살펴 볼 것이다. 본인은 가능한 대로 본인이 갖고 있는 국사교과서를 중심으로 한국 국사교과서가 기독교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가를 역사적으로 설명할 것이다. 이같은 연구는 국사교과서의 개신교 서술이 얼마나 시대 흐름과 밀접한가를 보여 줄 것이다.

둘째, 비교적 연구이다. 본인은 가능한 대로 근대 사회에서 기독교의 역할을 다른 종교와 비교할 것이다. 역사는 상대적이다. 따라서 이런 비교 연구를 통해 개신교가 한국 종교 가운데서 근대화에 미친 영향이 보다 객관적으로 보이게 될 것이다.

셋째, 사실적 연구이다. 모든 종교를 단지 수량적으로 균등하게 설명하는 것은 잘못이다. 고려 시대가 불교 중심으로 서술될 수밖에 없고, 조선 시대가 유교 중심으로 서술될 수밖에 없다면, 근대 사회에서 개신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중요하게 취급받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개신교가 한국의 근대 사회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 글은 필자가 고등학교 국사교과서를 중심으로 기독교와 관련된 서술이 공정하게 전개되었는가를 살펴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런 주제를 다룸에 있어 필자는 제3차 교육과정에서의 국사교과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고등학교 국사교과서를 분석할 것이다. 아울러 국사교과서가 국정이 되기 전과 그 이후가 어떻게 다른가를 살펴보기 위해 국정교과서로 바뀌기 이전인 1960년대 말의 검인정 교과서도 필요에 따라 살펴보려고 한다.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 교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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