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까지 백악관 보낸 강영우 박사, 한국 정치에 조언

송경호 기자  khsong@chtoday.co.kr   |  

“미국의 철저한 인사 검증 시스템, 선진 정치 위해 배워야”

▲前 백악관 국가장애인위원회 정책차관보 강영우 박사가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강연을 전했다. ⓒ 송경호 기자

▲前 백악관 국가장애인위원회 정책차관보 강영우 박사가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강연을 전했다. ⓒ 송경호 기자

지난 해 말 전세계적으로 최대 이슈가 된 사건은 美 버락 오바마 정부의 출범이었다. 그 가운데 강영우 박사의 둘째아들인 강진영 변호사가 백악관 입법담당 특별보좌관에 발탁된 사실은 특별히 한국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시각장애라는 역경을 넘어 백악관 최고위직에 오른 강영우 박사의 인간승리는 익히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강진영 변호사의 백악관 입성은 한국에 친분 있는 지인들도 예상치 못했다.

강영우 박사는 16일 방한해 17일 오전 이경재·임두성 의원실이 주최한 “새로운 정치, 새로운 한국” 초청강연에서 이번 인선과 관련된 이야기를 전했다. 아울러 한국 정계의 인사 시스템에 대한 조언도 덧붙였다.

이날 강연에는 국회의원 20여명과 함께 수백명의 청중이 회의실을 가득 메우고 강 박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강 박사는 수많은 강연을 다녔지만 국회의원들 앞에 서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아들이 여러 면에서 추월, 나와는 급이 달라”
“대통령이 먹는 초콜릿이라며 성도들에게 나눠줘”

강 박사는 “아들이 아버지를 여러 면에서 추월했다”며 “백악관 보좌관 계열이기 때문에 저와는 급을 달리한다”고 말했다. 그의 ‘아들 자랑’에는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는 절대 확신이 담겨 있어, 청중들에게도 마치 친자식의 이야기인 것처럼 반가움으로 다가왔다.

강 박사는 “저는 500명 최고 공직자 중 1명이었지만 아들은 130명 중 1명”이라며 “특히 임명권자가 누구냐가 중요한데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사람은 그중에서도 50여명밖에 안 된다. 대부분은 대통령이 임명한 임명권자들이 선발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가 쓰던 사무실은 백악관 외곽에 있는데 아들은 백악관 본관에서 집무한다. 저는 열댓 명이 한 사무실을 같이 썼는데 아들은 혼자 쓴다. 백악관에서 일하면 모두 다 대통령을 만나는 줄 알지만 직접 만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웃음 지었다.

강 박사는 이어 “아들이 어머니한테 효자노릇도 잘 한다”며 “케네디센터에는 대통령이 직접 이용하는 프레지던트 박스라는 극장이 있는데 항상 극장만 다닐 수 없으니 부통령이나 보좌관들한테 표를 주곤 한다. 아들한테도 표가 와서 대통령이 앉은 자리에서 영화도 보고 오페라도 보고 왔더라”고 했다.

그는 “특히 영화관 냉장고에 여러 가지 들어 있는 음식도 맘대로 먹을 수도 있다. 아들이 초콜릿을 열댓 개 가지고 와서 금요일 교회 순모임에 성도들에게 ‘대통령이 먹는 초콜릿’이라고 하나씩 나눠 드리기도 하더라”라고 했다.

미 상원에서 7년 간 6번 승진 거치며 실력 인정
“철저한 인사 시스템, 선진 정치 위해 배워야”

이경재 의원은 미국 대선이 있기 전 미국을 방문해 강영우 박사를 처음 만났을 때 강 박사가 “자신이 공화당이지만 이번엔 처음으로 민주당에 투표를 한다”며 “공화당이 되면 아들이 백악관에 ‘입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를 들은 이 의원은 “강 박사님 참 뻥도 세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강 박사의 예상대로였다. 이에 대해 강 박사는 “미국에선 인사에 있어 기준이 있고 목표가 있고 절차가 있기 때문에 예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당선 이후 급하게 내각을 구성하는 한국의 정치 상황에서는 그러한 예측이 불가능한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강 박사는 한국의 정치 인사 검증 시스템이 보다 확고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진영 변호사는 미 상원 최하 입법 보좌관에서 시작해 여섯 차례 승진하며 민주당 지도부의 수석 보조관, 원내 부대표 수석 보좌관까지 7년간에 거쳐 실력을 인정받았다. 백악관에 들어서 대통령을 보좌하게 된 것은 이 같은 절차를 거쳐 한 단계 더 올라서게 된 것이다. 대통령의 위임을 받은 참모로 의원들에게 대통령의 의사를 전달하고 소통하는 역할을 감당한다.

미국에서 인사 검증을 위해선 보통 6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강 박사는 말했다. 공직자 선출 기준부터 실력, 인격, 헌신 세 가지로 한국과는 다르다. 첫째 이력서와 추천서 등을 제출하면 여러 사람들이 이를 분석해 복수로 대통령이나 임명권자에게 올린다. 다음에 대통령이 상원에 점검을 요청한다.

상원에서는 앞서 조사되지 않았던 분야에 10페이지에 달하는 문항으로 청문회를 갖는다. 상원에서도 소위원회, 분과위원회, 본회 3단계 과정을 거치며 대부분 소위원회에서 자격 여부가 걸러져 한국과 같이 공개적으로 ‘망신’당하는 일이 없다. 그렇게 해서 어포인트먼트가 되고 임명권자가 임명해 최종 확정된다.

이에 강 박사는 “한국에서도 실력·인격·헌신의 자세 등 이러한 분명한 기준과 시스템, 절차들이 확고하게 만들어져야 한다”며 “글로벌 시대 기독교 정신 위에 서 있는 선진국의 모형을 참고해 새로운 정치가 펼쳐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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