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에 도참사상까지 설명하면서… 개신교는 왜?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특별기고] 고교 교과서에 나타난 개신교 서술의 문제점(2)

Ⅱ. 현행 고등학교 국사교과서에 나타난 종교 서술의 구조와 개신교

하버드대학교 교수였던 폴 틸리히의 말에 의하면 “종교는 문화의 내용이며, 문화는 종교의 형태”다. 종교를 배제하고서는 인류 문화를 설명할 수 없다는 말이다. 한국 역사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한국 역사는 한국인들의 심성을 움직였던 종교를 설명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고등학교 국사교과서는 이 점을 인식하고 있다. 현행 국사교과서는 제2부 국가의 형성의 <1. 고조선과 청동기문화>에서 단군과 고조선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어 제4부 민족문화의 발달 부분에서 전통 종교를 자세하게 다룬다. 예를 들면 I. 고대문화의 <1.학문과 사상, 종교> 부분에서 역사 편찬과 유학의 보급, 불교의 수용, 불교 사상의 발달, 선종과 풍수지리설(254-260)을 다루고 있으며, <3. 고대인의 자취와 멋>에서 불상 조각과 공예(265-267)를 다루고 있다.

Ⅱ. 중세의 문화는 <1. 유학의 발달과 역사서 편찬>에서 유학의 발달, 성리학의 전래(271-273), <2. 불교사상과 신앙> 항목 아래 불교 정책, 불교 통합운동과 천태종, 결사운동과 조계종, 도교와 풍수지리설(274-277) 등을 다루고 있다. Ⅲ. 근세의 문화는 <2. 성리학의 발달>에서 성리학의 정착, 성리학의 융성, 학파 형성과 예학의 발달(291-292)을 다루고 <3. 불교와 민간신앙>에서 불교의 정비, 도교와 민간신앙(293)을 다루고 있다. Ⅳ. 근대 태동기의 문화는 <1. 성리학의 변화>를 통해 성리학의 절대화, 양명학의 수용(301) 등을 다루고 있다.

불교와 유교가 국사교과서에 자세히 소개되는 것은 정당

우리 한국 문화에서 단군 신화와 전통 종교인 불교와 유교가 미친 영향은 막강하다. 이것을 제외하고 한국 문화를 말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아울러 풍수지리나 도참사상과 같은 민간 신앙도 한국인의 심성 속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다. 따라서 현행 국사교과서가 이것들을 상당 부분 취급하고 있는 것은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현행 고등학교 국사교과서는 근대의 종교 변화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V. 사회구조와 사회생활의 <4. 근대 태동기의 사회>에서는 종교가 사회변혁에 미친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국사교과서는 조선 후기 전통적인 근대사회가 해체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당시 등장한 종교, 즉 예언 사상, 천주교, 동학 등을 설명하고 있다. 국사교과서는 조선 후기 유교 사회가 붕괴되고 재난이 겹치면서 왕조 멸망을 예언하는 정감록의 출현, 이상 세계를 꿈꾸는 미륵 사상의 발전을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천주교가 어떻게 유입됐고 정부는 이것을 어떻게 관리했으며, 그 박해는 무엇이고, 천주교가 한국 사회에 받아들여진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동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동학의 발생 이유, 근본 사상, 교단 조직과정을 충분하게 설명하고 있다(227-229).

이 중 천주교의 전파에 관한 부분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228).

천주교는 17세기에 중국 베이징의 천주당을 방문한 우리나라 사신들에 의하여 서학으로 소개되었다. 천주교가 신앙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18세기 후반이었다. 당시 정치와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고자 고심하던 남인 계통의 일부실학자들이 천주교서적을 읽고,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으며, 이승훈이 베이징에서 서양인 신부에게서 영세를 받고 돌아온 이후로 신앙활동이 더욱 활발해 졌다. 정부는 천주교가 유포되는 것에 대하여, 내버려 두면 저절로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점차 교세가 확장되고, 천주교가 조상에 대한 유교의 제사의식을 거부하자 양반중심의 신분질서 부정과 국왕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 사교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정조 때에 천주교에 대해서 비교적 관대하였으나, 순조가 즉위한 직후 대 탄압이 가해졌다(1901). 이 사건으로 천주교 전래에 앞장섰던 실학자 및 많은 수의 양반 계층이 교회를 떠나게 되었다. 천주교는 안동김씨의 세도정치기에 탄압이 완화되면서 백성에게 활발히 전파되었다. 조선교구가 설정되고, 서양인 신부가 몰래 들어와 포교하면서 교세가 확장되어 갔다. 천주교의 교세가 커진 것은 세도정치로 말미암은 사회불안과 어려운 현실에 대한 불만, 그리고 신 앞에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논리, 내세 신앙 등의 교리가 일부 백성들에게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개신교 활동 시작하자 갑자기 종교 서술이 자취 감춰

여기에 비해 개신교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근·현대 문화는 5장에서 다루고 있는데, 갑자기 종교를 거의 언급하고 있지 않다. 한국 개신교는 한국사 전체에서 불교와 유교 못지않게 큰 영향을 미쳤고, 현재 한국을 움직이고 있는 대표적인 종교임에도 불구하고 근현대사 부분에서 기독교는 거의 언급되고 있지 않다. 특히 개신교는 한국에 근대 문명을 전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음에도 여기에 대한 언급은 전연 없다.

국사 교과서에서 한국 개신교를 종합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은 한 곳도 없고, 그것도 근대화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한국 개신교에 대해 언급되고 있는 부분은 전체를 합해도 겨우 몇 줄을 넘지 못한다. 현행 국사교과서 중 초기 개신교를 소개하는 글은 다음이 전부다: “한편 개신교 선교사들은 선교를 목적으로 사립학교를 세워 근대학문을 교육하였으며”(318), “성경을 비롯하여 천로역정 (중략) 번역되어 널리 읽혔다.”(320) “개신교는 1880년대 서양선교사의 입국을 계기로 교세를 넓혀갔다.(321)”

이와 같은 기독교 역사에 대한 축소는 국사가 편찬된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속된 현상이다. 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국사교과서 편찬지침은 처음부터 불교와 유교는 말할 것도 없고, 천주교와 동학, 그리고 도참사상에 대해 자세하게 기술하도록 돼 있다.

기독교 역사에 대한 축소, 국사편찬 시작부터 지속된 현상

1988년 문교부가 펴낸 국사과 교육과정 해설을 보면 이런 원칙이 잘 나타나 있다. 단군 신화는 “단군 신화는 단순한 신화나 설화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의 반영임을 이해시키고”라고 돼 있고, 고대 문화 부분에서는 “수준 높은 불교 철학과 불교 예술을 특히 강조해야 할 것”이라고 돼 있으며, 중세 문화에서는 “귀족 중심, 불교 중심의 고려 전기 문화”를 서술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 중세 문화에 있어서도 “유교와 불교의 사상적 융합”과 “정치 이념으로 수용한 성리학”과 “그 영향 하에 불교에서도 개혁의 움직임”이 있었다는 사실을 가르치도록 돼 있다. 아울러 “불교 중심의 고대 문화와 순수한 유교 중심의 근세 문화와 비교하여” 시대 흐름을 파악하도록 한다.

이는 근세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선 전기에 유교 이념이 어떻게 조선 사회를 지배했는지 살피도록 돼 있다. 국사는 근세 사회 다음을 근대 사회라고 부르는데, 근대 사회에서 근대 문명의 뿌리를 보고자 한다. 여기서 어떻게 전통적인 유교 사회가 흔들리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지 설명한다. 그리고 이 시기에 “천주교와 동학의 교세가 확장되게 된” 원인을 설명하고, “민중이 주축이 된 서학과 동학의 종교운동을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하도록 하며, “천주교와 이양선을 통해 인식된 당시 사람들의 서양관”에 대해서도 서술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는 이상에서 국사교과서가 한국 종교의 변화를 자세히 설명하고, 이것이 각 시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살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역사 가운데 근대 사회만큼 종교에 관해 격동적인 변화를 체험한 시대도 많지 않다. 예를 들면 불교와 유교 같은 전통종교가 독점적인 지위를 상실하고 외국에서 들어온 새로운 종교가 한국에 전파되면서 한국 종교의 지형은 근본적으로 변화됐다. 그리고 이런 새로운 변화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종교는 개신교다. 개신교는 한국 사회를 근대사회로 이끄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 개신교도 국사교과서에서 ‘사실 그대로’ 평가받아야

또 이것은 개신교가 한국의 종교인구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을 봐도 분명히 알 수 있다. 현재 한국 개신교는 불교 다음의 종교 인구를 갖고 있으며, 교당 수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따지면 한국의 어떤 종교보다 강력하다고 말할 수 있다. 2000년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한국의 종교현황은 다음의 표와 같다. 이 표에 의하면 개신교는 불교보다 신도 수는 작지만 교당이나 교직자 숫자에서 훨씬 앞서고 있다.

▲종교별 교세현황(2000년).

▲종교별 교세현황(2000년).

하지만 국사교과서는 한국 개신교의 출현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고 있지 않다. 특히 곳곳에서 풍수나 도참사상 같은 것도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는데 비해 개신교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는 부분이 한 곳도 없다. 단원별 지도내용에 보면 근대 문화의 발달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근대적 언론 매체와 근대 교육, 그리고 기독교가 어떻게 활약했는지도” 살펴야 하는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19세기 말 여러 종교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기독교에 관해 단 한 줄만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 개신교도 국사교과서에서 정당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 현재 한국 개신교는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종교인데도 그 기원과 발전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 타 종교와 비교할 때 국사교과서에서 한국 개신교의 기원과 발전에 대한 별도의 항목이 있어야 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적어도 개신교는 천주교와 달리 국가의 허락으로 들어왔으며, 조선 정부는 개신교를 통해 근대 문화를 받아들이려 했고, 그래서 들어온 첫 선교사가 1884년의 알렌이며 1885년 언더우드와 아펜젤러이고, 이들은 이 땅에 들어와 교육과 의료 사업에 종사했다. 이후 근대 계몽사업을 통해 개신교는 한국사회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으며, 결국 한국에서 선교의 자유를 얻게 됐다는 정도의 설명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런 한국 개신교의 유입에는 근대화가 자주 독립의 근본이 된다는 개화론자들의 이해가 바탕에 깔려 있으며, 한국 개신교는 이들의 기대에 맞게 서구 문화를 한국에 전달하는 중요한 통로가 됐다는 사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 교회사)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많이 본 뉴스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

“‘현장에만 110만’ 10.27 연합예배, 성혁명 맞서는 파도 시작”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가 21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렸다. 지난 10월 27일(주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열린 예배는 서울시청 앞 광장을 중심으로 광화문-서울시의회-대한문-숭례문-서울역뿐만 아니라 여의대로…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윤석열 대통령 참석’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공의, 회복, 부흥을”

“오늘날 대한민국과 교회, 세계 이끌 소명 앞에 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며 온전하신 뜻 분별해야” 윤상현 의원 “하나님 공의, 사회에 강물처럼 흐르길” 송기헌 의원 “공직자들, 겸손·헌신적 자세로 섬기길” 제56회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가 ‘…

이재강

“이재강 의원 모자보건법 개정안, 엉터리 통계로 LGBT 출산 지원”

저출산 핑계, 사생아 출산 장려? 아이들에겐 건강한 가정 필요해 저출산 원인은 양육 부담, 비혼 출산 지원은 앞뒤 안 맞는 주장 진평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 등이 제출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21일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

다니엘기도회

다니엘기도회 피날레: 하나님 자랑하는 간증의 주인공 10인

①도대체 무엇이 문제입니까? - 이미재 집사 (오륜교회) ②모든 것이 꿈만 같습니다! - 박광천 목사 (올바른교회) ③어린이다니엘기도회를 기대하라! - 강보윤 사모 (함께하는교회) ④천국열쇠 - 강지은 어린이 (산길교회) ⑤용서가 회복의 시작입니다 - 최현주 집…

예배찬양

“예배찬양 인도자와 담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는?”

“담임목사로서 어떤 예배찬양 사역자를 찾고 싶으신가요?” “평신도의 예배찬양 인도에 한계를 느낀 적은 없으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을 음악 정도로 아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가르치고 계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자들이 묻고, 담임목사들이 답했다…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

“학생 담뱃갑서 콘돔 나와도,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훈계 못 해”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세미나가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를 주제로 21일(목) 오후 2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됐다. 이상원 상임대표는 환영사에서 “학생인권조례는 그 내용이 반생명적 입장을 반영하고 있고, 초‧중‧고등학교에서 사실상 법률…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