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인터뷰 3] “개혁운동 원리는 양보도 타협도 없어”

송경호 기자  khsong@chtoday.co.kr   |  

[칼빈신학의 공로자 ①] 이종성 박사

▲이종성 박사(한국기독교학술원장)가 칼빈에 대한 저서가 전무하던 시절, 자신이 집필했던 칼빈 전기를 펴들고 있다. ⓒ 송경호 기자

▲이종성 박사(한국기독교학술원장)가 칼빈에 대한 저서가 전무하던 시절, 자신이 집필했던 칼빈 전기를 펴들고 있다. ⓒ 송경호 기자

칼빈탄생5백주년기념사업회(대표회장 이종윤 목사)는 한국교회 개혁신학 발전의 공로자 6명에게 공로패를 수여하고 기념논문집을 헌정키로 했다.

공로자 6인으로는 이종성 박사(한국기독교학술원장), 한철하 박사(전 아세아연합신학대 총장), 신복윤 박사(전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 정성구 박사(전 대신대 총장), 이수영 박사(아시아칼빈학회 명예회장), 이종윤 박사(한국장로교신학회장)가 선정됐다. 그 중에서 이종성 박사는 선교사들의 교육에만 의존한 채 개혁신학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전무하던 시절, 다양한 저서와 활동을 통해 올바른 신학적 이해를 도왔다.

일본 도쿄신학대, 미국 풀러신학교, 루이빌 신학교 등에서 공부했던 이종성 박사는 현재 한국 장로교를 대표하는 신학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2001년에는 조직신학대계 등 40권에 달하는 신학전집을 출간해 한국 신학계에 이정표를 세웠으며 88세인 현재도 ‘통전적 신학’ 정립을 위해 왕성한 학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자료가 전무하던 시절, 집필 및 학술 활동으로 개척
신학 발전 위해 제자 이수영 목사 프랑스 유학 보내

이 박사는 일본 동경신학대 시절 ‘칼빈의 의인과 성화’라는 주제로 졸업 논문을 쓰며 개혁신학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현대신학, 종교개혁운동 연구를 선호했던 일본 신학계 분위기나 ‘무조건 칼빈’이었던 한국 장로교회의 풍토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미국 유학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왔을 당시 한국 신학계에는 정작 칼빈에 대한 자료가 전무했다. 대표서적 기독교강요는 물론 전문가도 없었고, 깊이 있게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도 찾기 어려웠다. 칼빈의 생애와 신학사상을 가볍게 다룬 전경련 박사의 저서 정도가 유일했다. 이 박사는 “말만 장로교지 신학의 원천인 칼빈의 사상도 제대로 모르고 체계도 없고 선교사들이 가르치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따라가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이래선 안 되겠다”하는 마음으로 연세대에 재직 중이던 1963년, 칼빈 탄생 450주년을 기념해 칼빈학회를 조직하고 포럼을 개최해나갔다. 회장은 한경직 목사가 맡았으며 백낙준 박사, 강신명 목사가 함께했다.

신학서적 보급에 우선순위를 둔 이 박사는 먼저 칼빈의 신학 위에 서있고 장로교의 근간이 되는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을 번역했다. 이후 칼빈의 전기를 집필해 생애를 소개했으며 빌헬름 니이젤(Wilhelm Niesel)의 「칼빈의 신학」을 번역했다. 「기독교강요」는 이 박사가 한철하, 신복윤, 김종흡 박사와 최초로 공동번역했다. 이에 앞서 집필한 기독교강요 요약본은 젊은 신학도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이 박사는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혁신학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고 다양한 학풍이 미흡한 풍토에서는 신학적인 발전이 어렵다는 판단에 프랑스에 한 명의 학생을 유학시키기로 현지 스트라스부르(Strasbourg) 대학교와 약속했다. 현재 새문안교회 담임을 맡고 있는 이수영 목사가 유학길에 오른 당사자이자 이 박사가 칼빈 전문 연구가로 양성한 첫 열매다. 우수한 성적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수영 목사는 이후 아시아칼빈학회와 한국칼빈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세계칼빈학회 중앙위원회 종신위원으로 있다.

칼빈은 신앙적, 신학적으로 엄격한 정도(正道) 걸어
요즘 목회자들은 50년 전 순수한 모습 찾기 어려워

▲ 이종성 박사는 현대 교회를 보며 “도저히 칼빈 신학에서 볼 때 용서할 수 없는 신앙의 범죄를 짓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송경호 기자

▲ 이종성 박사는 현대 교회를 보며 “도저히 칼빈 신학에서 볼 때 용서할 수 없는 신앙의 범죄를 짓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송경호 기자

이 박사가 칼빈으로부터 배운 핵심은  ‘소명감’이라고 했다. 그는 “모든 삶의 활동에 목표를 ‘솔라 데오 글로리아(오직 하나님께 영광을)’에 두는 것. 이를 위해 칼빈은 신앙적으로 신학적으로 엄격히 정도(正道)를 걸어갔다. 장난치지 않고, 수단적으로도 말고, 오직 정의를 위해 하나님의 뜻을 위해 양보하지도 타협하지도 말라는 개혁운동의 원리가 신앙의 기준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한 마음으로 현대 기독교를 바라볼 때 이 박사는 “도저히 칼빈신학에서 볼 때 용서할 수 없는 신앙의 범죄를 짓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에 모인 이들이 과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함인가. 아니면 목사를 중심으로, 혹은 개인적인 어떤 종교심의 만족을 위해 모여 있는가를 따져본다면 후자에 가깝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이 박사는 “교인들의 문제는 둘째고 지도자들이 타락했다”고 아픔을 나타냈다. 그는 “복음주의 위에 있지 않고 CEO 마인드가 되어 버렸다. 목자의 심정보다 성공주의적인 기업가 정신은 어느 교회를 막론하고 큰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박사가 현직에서 교육자로 있는 동안 그에게 학문을 배운 이들만 4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현직 목회자들도 많다는 의미다. 이 박사는 “내 제자들이 이러한 모습을 보이고 있구나 생각하면 마음의 상처가 된다”고 했다. 그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신학생이 많고 목회자가 되겠다는 이들도 많지만 과연 오직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왔을까. 목회가 성공하면 ‘수지 맞는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도 많은 것 같다. 50년 전 신학자들에게 있던 순수한 마음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고 했다.

한국교회는 교세에 비해 학문적인 면 미흡
5, 6년 치열하게 논쟁해야 방향성 보일 것

올 한해 칼빈탄생500주년기념사업회가 펼치고 있는 사역에 대해 이 박사는 “70여개의 논문을 발표할 만큼 한국에서도 칼빈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학자들이 많다는 것은 아주 기쁜 일”이라고 반겼다.

그는 “한국교회가 교세에 비해 학문적인 면이 많이 미흡하다. 세계에서 주목받을 만한 논문이 국내에서 발표되는 경우가 드물다. 개교회적이면서도 ‘신학’보다는 ‘신앙’이 중심이 되는 한국교회의 특징에도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놓고 한국교회가 고민하고 있는데 서로 복잡하게 논쟁하며 앞으로 몇 해 더 가야 한다. 5,6년 정도가 지나면 큰 물꼬가 터질 것이다. 모두가 힘을 합해 건전하고 미래지향적이며 복음적인 신학을 발전시켜나간다면 세계 교회의 큰 흐름 앞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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