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역사 바로잡기’ 교계 대처 시작된다

송경호 기자  khsong@chtoday.co.kr   |  

한기총,‘역사바로알리기운동본부’ 조직키로, 회장 의지 관건

▲ 한기총이 지난 24일 임원회에서 ‘한국교회 역사 바로 알리기 운동본부(가칭)’를 조직키로 하고 국사교과서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적극 나서기로 했다. ⓒ 송경호 기자

▲ 한기총이 지난 24일 임원회에서 ‘한국교회 역사 바로 알리기 운동본부(가칭)’를 조직키로 하고 국사교과서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적극 나서기로 했다. ⓒ 송경호 기자


한국 개신교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교계 차원의 대처가 본격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4월 초 열린 제13회 영익기념강좌에서 한국 역사교과서에서 나타난 종교서술의 문제점이 지적된 데 이어 24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엄신형, 이하 한기총)가 ‘한국교회 역사 바로 알리기 운동본부(가칭)’를 조직해 적극 대응키로 했다.

이날 임원회에서 직전회장 이용규 목사는 기타 안건에서 박명수 교수(한국교회사학회 총무)의 발제문을 바탕으로 “국사교과서에 개신교, 천주교에 대한 내용들이 편향되게 서술돼 있다”며 “정식으로 우리나라 역사를 바로 알리는 운동본부를 설립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서양 종교인 개신교와 천주교의 활동은 교세를 확장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3.1운동도 천주교가 주도했다고만 설명할 뿐 개신교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또 “개신교에 대해 어떤 곳은 기독교, 어떤 곳은 크리스트교라고 하는 등 명칭도 제각각”이라며 “전문위원을 위촉하고 연구해 국사교과서가 수정 작업이 진행 중일 때 강하게 문제점을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대표회장의 의지다. 이 같은 의견에 임원들은 일단 적극 동의를 표했으며, 해당 운동본부를 조직키로 결의하고 세부 방안은 대표회장에 일임키로 했다. 신임 총무 인선과 이대위원장 교체 건 등 해결해야 할 내부 사안들이 산적한 가운데서 한기총이 20주년에 걸맞는 대사회적인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선 전적으로 대표회장에게 달렸다.

‘국적있는 교육’ 실시 후 외래 종교 인식으로 개신교 평가절하

지난 영익기념강좌에서 박명수 교수는 “국사교과서가 국가기관이 편찬하는 국가의 공식적인 역사 교과서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종교에 비해 충분하고 공정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3차 교육과정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국정목표 중 하나인 소위 ‘국적 있는 교육’ 의 영향으로 민족주의적 요소를 강화되는 바람에 한국 개신교가 외래 종교라는 인식으로 왜곡·축소되었다고 설명했다. 국사교과서에는 개신교가 본격적으로 활동한 근·현대사회에서 개신교의 역할이 평가 절하되거나 단순한 종교적 측면만 부각됐다.

1. 근·현대사에서 종교는 사라졌나

현행 국사교과서의 제4부 <민족문화의 발달>이라는 부분에는 시대별로 전통종교를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지만 개신교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근/현대 문화에서는 갑자기 종교를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한국근대화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개신교 언급은 전체를 합해도 겨우 몇 줄을 넘지 못하며 이조차 “선교를 목적으로 사립학교를 세웠다”거나 “교세를 넓혀갔다”는 등 냉소적으로 기술되어있다.

2. 기독교는 ‘포교’, ‘교세확장’에 주력

“천주교는 1886년 프랑스와 수교한 이후 선교의 자유를 얻어 포교활동을 전개했으며 개신교는 1880년대 서양선교사 입국 계기로 교세를 넓혀갔다… 동학은 3대 교주인 손병희 때 친일 세력을 내쫒고 천도교로 개편해 새로운 발전을 이룩하였다.… 유교에서는 박은식이 유교구신론을 제창하며 근대교육과 애국계몽운동을 전개하였고 불교에서는 한용훈이 불교 유신론을 내세우면서 불교 혁신과 자주성 회복을 주장하였다”

천도교와 대종교는 항일 민족운동을 했고 유교는 근대교육과 계몽운동, 불교는 자주성회복을 했으나 서양종교인 천주교와 개신교의 활동은 ‘포교 활동’및 ‘교세 확장’으로만 표현되어 있다. 객관적인 눈으로 한국사를 볼 때 개신교의 한국 근대화 이바지는 명백하나 이는 전혀 알 수 없다.

3. 근대교육은 기독교보다 원산학사, 3.1운동은 천도교만?

근대교육을 언급하면서 배재나 이화와 같은 개신교의 교육은 간략하게 설명하고 그 영향력이 미미한 원산학사에 대해서는 ‘도움의 글’을 통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일제시대 종교 활동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3.1 운동을 천도교가 주도했다고 설명하면서 개신교의 참여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또 개신교의 계몽 항일운동에 대해서도 무시하고 있다.

4. 해방 이후 민주화운동의 기독교는 ‘일부 종교인들’

해방 이전의 종교 서술에선 구체적으로 특정 종교를 말하지만 해방이후 종교를 설명하며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고 ‘일부 종교인들’이라고만 설명해 어떤 종교가 한국사회에 기여했는지 밝히지 않는다. 민주화, 노동, 농민, 통일운동에 어느 종교보다 앞장섰던 기독교(개신교 및 천주교)의 공헌은 전혀 확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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