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칼럼] 80세의 몽골선교사 김성호 목사님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 안희환 목사(예수비전교회).

▲ 안희환 목사(예수비전교회).

김성호 목사님을 처음 만난 때는 서울신학대학시절입니다. 80년대 말 아니면 90년대 초에 헌법 강의를 들었는데 그때 김성호 목사님이 교수님으로 헌법을 가르쳐주셨습니다. 김목사님은 그때도 이미 연세가 적지 않으셨는데 적은 체구에 굵은 목소리를 지니고 계셨고 차분하면서도 꼼꼼한 강의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후로 김성호 목사님을 접하게 된 때는 강서지방회에서였습니다. 저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강서지방회에서 전도사 승인을 받았고 처음으로 사역을 하였습니다. 목사 안수 역시 강서지방회에서 받았습니다. 김 목사님은 제가 전도사로 일하고 있을 때 강서지방회로 오셨습니다. 화곡교회의 담임목사로 부임하신 것입니다.

당시 화곡교회는 사역하기에 좋은 곳이 아니었습니다. 교회가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은 터라 교인들의 마음이 닫혀있는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제게 들려오는 소식은 김 목사님이 어려움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교인들이 노골적으로  김목사님을 냉대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소식을 접하면서 왜 일평생 사역을 잘 하신 분이 그렇게 어려운 교회에 오셔서 험한 일을 겪으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교인들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교회가 점차 하나가 되면서 힘을 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중심에는 김성호 목사님이 계셨습니다. 예배 후 인사를 하려고 뒤에 서 있을 때 인사도 안 가고 가버리는 성도가 있으면 뒤쫓아 가서 ‘머리 희끗한 노인이 손 내미는데 그냥 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환히 웃으며 인사를 건네기도 하였는데 그런 겸손과 사랑이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세월이 지나 김 목사님은 은퇴를 하시게 되었습니다. 후임으로는 조범식 목사님이 오셨는데 열정도 있고 실력도 있는 젊은 목사님이십니다. 이미 든든해진 교회는 더욱 성장하기 시작하였고 어려움을 겪어 약해졌던 교회는 이제 그 지역에서 가장 건강하게 성장하는 교회 중 하나로 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저로서는 목회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겨볼 수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에 저는 목사 안수를 받았고 안수 받은 지도 십년이 훌쩍 지나가버렸습니다. 가끔 김성호 목사님에 대한 소식을 듣고는 했는데 몽골지역의 선교사로 열심히 사역하고 계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젠 쉬셔도 누가 뭐라 하지 않을 만큼의 연세이신데 참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주 전 저는 갑작스런 문자를 받았습니다. 김성호 목사님이셨습니다. 처음에 전화를 거셨는데 제가 낯선 전화번호라서 받지 않았더니 성함을 밝히시면서 문자를 보내신 것이었습니다. 저는 얼른 전화를 드렸고 귀에 익은 굵은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흘러들어왔습니다. 제가 쓴 글을 인터넷상에서 보시고는 연락을 하신 것이었습니다. 내심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제가 존경하는 목사님이시기 때문입니다. 그 후로 두 차례 정도 통화를 더 했습니다.

며칠 전 극동방송에서 프로그램을 마치고 핸드폰을 켰더니 김성호 목사님의 번호가 찍혀 있었습니다. 전화를 드렸더니 만나자고 하셨습니다. 제가 있는 극동방송 쪽으로 오시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황송해서 제가 가겠다고 하였습니다. 결국 만날 장소는 중간 지역인 신도림의 테크노마트로 결정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오랜만에 연세 많으신 김성호 목사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김성호 목사님은 큰 꿈을 가지고 선교사역을 감당하시는 중이었습니다. 몽골에 30만평의 땅을 확보해 놓으셨습니다. 그 옆에는 공항이 들어선다고 합니다. 김 목사님의 목표는 단순히 몽골 선교가 아니라 거대한 대지 위에 선교 캠프들을 세우고 그곳을 통하여 중앙아시아로 수많은 선교사들을 보내는 것입니다. 마침내 예루살렘까지 갈 것이고요.

저는 김성호 목사님께 연세가 어떻게 되시느냐고 여쭈어보았습니다. 올해 80세라고 하셨습니다. 연세가 많으신 줄은 알았지만 그렇게 많은 줄 몰랐던 저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 많은 연세에 큰 꿈을 꾸시면서 그 꿈을 향해 달리시는 김 목사님의 모습이 아름답게만 보였습니다. 동시에 아직 젊은 목사로서 저 자신을 돌아보면서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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