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국적있는 교육’에 기독교 120년 역사 ‘싹둑’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특별기고] 고교 교과서에 나타난 개신교 서술의 문제점(3)

Ⅲ. 한국 국사교과서에 나타난 개신교 이해의 변화

그러면 지금까지 한국 고등학교 국사교과서에서는 한국 종교를 어떻게 설명했으며, 이중 기독교는 어떻게 기술하고 있는가? 우선 필자는 여기에서 소위 3차 국정교과서 이전 출판된 검인정교과서에서 기독교와 기타 종교를 어떻게 설명하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1968년 이원순 교수가 쓴 고등학교 국사교과서에서 근현대의 종교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스도 교회를 통한 지식 보급, 한글 홍포, 새 문화 전달, 봉건 사회 폐습 타파, 평등과 자유 관념 습득은 우리 문화사상 커다란 영향을 주었고, 민족적 전통을 찾으려는 동학과 대종교의 영향도 컸다. 100여 년간의 박해 시대에도 꿋꿋이 발전해 나온 카톨릭교는 개국 이후 전교활동의 자유를 얻게 되어 큰 발전을 보였거니와 프로테스탄트의 그리스도교 각파에도 1884년에는 장로교가, 다음 해에는 감리교가 들어왔으며, 뒤이어 각파가 들어와 복음을 전하는 한편, 교육·사회사업에 주력하였다. 외래 종교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싹튼 동학사상도 손병희의 노력에 의하여 일부 부패적 세력과 손을 끊고 천도교로 개편되어 사회각층으로 파고들게 되었다. 이 때, 이용구는 따로 동학사상을 받은 시천교를 개창하였다. 동학계통과는 달리 단군 신앙을 중심한 대종교는 외세 배격, 민족 자주를 부르짖는 움직임에 따라 광무 10년(1906)에 나철이 시작한 민족고유의 신앙이다.

초기 국사교과서에서는 기독교가 ‘민족 근대화에 큰 공헌’ 평가

여기서는 기독교가 우리 민족의 근대화에 큰 공헌을 한 종교이며, 자유와 평등을 한국사회에 알려 준 종교로 설명하고 있다. 또 동학은 한때 일제와 협력했으나, 나중에 민족적인 종교가 됐다고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비해 유교와 불교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이것은 아마도 당시의 유교와 불교가 조선사회의 근대화에 적극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현희 교수가 쓴 1973년 고등학교 국사교과서에는 애국신앙이라는 항목에서 근대 사회의 종교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정치 언론을 통한 자각운동에 이어 신앙교육운동도 큰 역할을 하였다. 1884년(고종 21)에 알렌(Allen)이 오고, 다음에 언더우드(Underwood)와 아펜셀러(Appenzeller)등이 차례로 입국한 뒤, 신교를 전파하여 많은 신자를 확보하였다. 이는 자유주의 사상과 박애정신에 입각해서 몽매하던 한국 사람을 계몽하였으므로 민중들은 각성하여 우리 것을 찾으려는 열의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먼저 그들은 교육, 의료 사업에 종사하면서 애국 운동을 고취하면서 자주독립을 부르짖게 되었다. 또한 동학교의 수령인 손병희는 일본에 있는 동안 이용구와 친일파 송병준 등이 야합하여 일진회를 조직하고, 친일적인 행동을 하자, 1906년 귀국하여 손을 끊고 천도교를 세웠다. 이에 이용구는 따로 시천교를 만들었으나 날로 늘어가는 애국적 이념을 고취한 천도교에 눌려 친일적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이밖에, 단군을 신봉하는 대종교를 세워 국권회복운동을 전개하였다.

1973년 국사는 근대 종교를 주로 개신교와 천도교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개신교는 민중 계몽운동을 이끌었고, 그 결과 애국운동과 자주 독립운동이 나타났다고 설명한다. 천도교는 이전 교과서와 같이 친일파에 반대해서 민족종교로 거듭난 것을 언급하고 있다. 이 교과서도 유교와 불교의 변화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1974년 국정교과서로 전환되면서 기독교를 ‘외래 종교’로 규정

하지만 1974년에 개정 출판된 국사교과서는 기독교를 외래 종교로 규정하면서 그 역할을 간단히 축소 설명하고, 반대로 천도교와 대종교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1974년 국사교과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그 이전 국사는 검정교과서로서 다양한 교과서가 존재했지만, 1974년 출판된 국사교과서는 국정교과서로서 국가가 편찬한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들은 똑같은 내용을 가지고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이 국사교과서에서는 한국 근대 종교의 흐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종교면에서도 새로운 국면이 열려 오랫동안 박해를 받아오던 천주교도 자유로운 선교를 하게 되었고, 그 후 신교도 전래되어 발전을 보였다. 그들은 전도사업의 방편으로 학교를 세우고, 의료기관을 만들어 사회봉사와 교육사업에도 기여하였다. 한편, 외래 종교 뿐만이 아니라 우리사회에서 싹튼 동학도 동학농민봉기때 큰 탄압을 받았으나, 손병희(19861-1922)등의 노력으로 재건되어 농민사이에 교세를 확장해 갔다. 그러나 러일전쟁전후로부터 이용구등이 일제와 손을 잡고, 그들의 앞잡이가 되어 친일적 성격을 띠자 이를 숙청하고, 천도교로 개명하여 동학의 전통을 계승하고, 민족의식을 강조하는 종교로 발전하였다. 또한 1906년에 나철, 오 혁등은 우리 민족의 단군신앙을 발전시켜 대종교를 창립하였다. 대종교는 보수적인 성격이 없지 않았으나, 민족적 입장을 강조하는 종교활동을 벌여 항일민족운동과 깊은 관련을 맺으면서 성장하였다.

아마도 이것은 박정희 정권의 국사교육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다. 한국적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박정희 정권은 기독교를 ‘외래 종교’라는 단 한 줄로 평가절하 하면서 민족 종교를 길게 설명하고 있으며, 특별히 대종교를 부각시키고 있다. 과거 교과서들은 민족 종교를 간단하게 설명한 데 비해 이 국사교과서는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개신교가 근대화와 민족계몽운동에 기여한 것은 삭제하고 있다. 근대 한국사에서 기독교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생각해 보면, 이와 같은 서술은 기독교에 대해서는 축소하고 민족 종교에 대해서는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1970년대 소위 ‘국적있는 교육’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당시 문교부의 국사과 교육과정 해설에는 “이것은 광복 이후 민주주의 교육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서 선진제국의 교육사조와 제도를 받아들이는데 여념이 없어 우리의 것을 돌아 볼 여지를 갖지 못한 자아반성으로부터 나타났다. … 이에 새 교육과정은 … 국적있는 교육을 내세워 한국화된 교육과정을 나타내, 당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였다.” 이런 흐름 가운데서 1972년 국사교육강화위원회라는 심의기구를 설치하고, 전에 검정교과서이던 국사를 국정교과서로 바꿨다. 이제 국사는 국가의 정책과목이 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국사 교과목표는 “국사교육을 통하여 올바른 민족사관을 확립시키고, 민족적 자부심을 키워서 민족중흥에 이바지하게 한다”고 설정된다.

5차 국사교과서 개편, 근대 설명에서 원래 없었던 불교와 유교를 추가

1982년에 출판된 4차 국사교과서는 3차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기고 있다. 단지 대종교의 오혁을 오기호로 수정하고 있을 뿐이다. 1990년 발행된 5차 국사교과서는 이전 것에 비해 한국의 모든 종교를 포괄해서 비교적 공정하게 다루고 있다.

개항 이후, 종교 면에서도 새로운 국면이 열렸다. 오랫동안 박해를 받아오던 천주교가 1880년대에 선교의 자유를 얻은 뒤 고아원을 설립하여 운영하였고, 교육과 언론을 통하여 애국 계몽운동의 대열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종교운동은 개신교의 수용과 발전으로 크게 활기를 띠어 갔다. 개신교의 선교사들은 서양의술을 보급시켰고, 학교를 설립하여 우리나라 근대교육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또, 개신교는 그 선교과정에서 한글의 보급, 미신의 타파, 평등사상의 전파, 근대문명의 소개 등 사회·문화면에서도 커다란 업적을 남겼다. 개항이후 농민을 기반으로 하여 민중종교로 성장한 동학은 1890년대에 동학 농민군을 조직하여 반봉건·반침략 운동을 전개함으로써 전통사회를 무너뜨리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나 동학 농민운동의 실패로 동학은 커다란 타격을 받았다. 그 뒤 대한제국 시기에 이용구 등 친일파가 일진회를 조직하고, 동학을 흡수하려고 하자, 손병희는 동학을 천도교로 개칭하고, 동학의 정통을 계승하여 민족종교로 발전시켰다. 한편 위정척사운동의 중심체였던 유교는 외세에 저항하는 반침략적 성격은 강하였으나,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이에 저명한 유학자들은 유교의 개혁을 주장하였는데, 박은식의 유교구신론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개화기의 불교는 조선왕조의 억불정책에서 벗어났으나 그 뒤 통감부의 간섭으로 일본불교에 심하게 예속되었다. 이에, 한용운 등은 조선불교 유신론을 내세워 불교의 자주성 회복과 근대화를 위한 운동을 추진하였다. 한편 나철, 오기호등은 단군신앙을 발전시켜 대종교를 창시하였다. 대종교는 보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나, 민족적 입장을 강조하는 종교 활동을 벌였고, 특히 간도, 연해주 등지에서의 항일운동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면서 성장하였다.

4차와 비교해 볼 때, 5차 교과서는 상당히 근대 사회의 종교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천주교의 경우 고아원을 설립·운영한 것과 교육 및 언론을 통한 애국 계몽운동을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고, 개신교의 경우 전도의 방편으로 의료 및 교육, 사회사업을 했다고 기록하면서 기타 한글 보급, 미신타파, 평등사상, 근대 문화 소개등과 같은 내용은 첨가됐다. 기타 다른 종교에 관해서도 많은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불교와 유교에 대해서 새롭게 설명이 추가됐다는 것이다. 이것은 전에는 없던 일이다. 그러나 이것도 긍정적인 모습과 부정적인 모습을 함께 설명하고 있다. 6차 국사 교과서도 5차와 전반적으로 같으나, 한 가지 다른 점은 “천도교는 만세보라는 민족 신문을 발간하여 민족의식을 고취하기도 하였다”는 문장이다.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 교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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