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진 갈등, 한국교회가 선교사 후손 쫓아냈나

송경호 기자  khsong@chtoday.co.kr   |  

기념사업협의회 억울함 호소, 유니온교회의 고소는 최근 기각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이 유니온교회와 100주년기념교회 간의 오랜 갈등을 겪고 있다. 뒷편의 건물은 두 교회가 예배당으로 사용했던 선교기념관 ⓒ 크리스천투데이 DB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이 유니온교회와 100주년기념교회 간의 오랜 갈등을 겪고 있다. 뒷편의 건물은 두 교회가 예배당으로 사용했던 선교기념관 ⓒ 크리스천투데이 DB


한국교회의 성지인 양화진외국인묘원(이하 양화진 묘원)이 외국인교회인 유니온교회(담임 프린스 찰스 목사)와 100주년기념교회(담임 이재철 목사)간의 오랜 갈등으로 상처를 입고 있다. 이는 곧 경성구미인묘지회(회장 피터 언더우드)와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초대 이사장 한경직 목사, 이사장 정진경 목사, 이하 협의회)간의 갈등으로, 그 모양새가 선교사 후손과 한국교회 원로 지도자들과의 대립 구도로 비쳐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간 일방적인 비난에 직면했던 협의회는 최근 법원의 판결을 바탕으로 사실확인서와 양화진 묘원 설립 배경에 관한 내용을 20여 장이 넘는 자료로 만들어 지난 주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협의회는 “선교 현지에 있는 피선교지 어른들을 상대로 고소하는 일들이 과연 옳은 일인가. 국법에 의해 진위가 가려졌음에도 진실이 호도됨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유니온교회가 협의회와 백주년기념교회를 상대로 제기한 몇 차례 민형사상의 고소 고발은 무혐의나 증거 없음으로 기각됐고 재정신청까지 고등법원에서 기각 판결된 상태다.

정진경 목사, 김경래 장로 등이 참석한 기자회견에서 사업회는 양화진 묘원의 관리를 더 이상 유니온교회에 맡길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양화진 묘원 훼손 및 사유화 및 주차장화하고 연합사업 정신을 상실했다는 등의 기념교회에 대한 비판에 대해 해명했다.

한경직 목사 도움으로 조성, 20년간 선교사 후손들 관리
“묘지 훼손, 불법 방치할 수 없다” 기념교회 설립

이번 갈등은 협의회가 묘원 관리와 보존을 연유로 기념교회 창립과 함께 2005년도부터 유니온교회와 예배장소를 공동으로 사용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결국 유니온교회가 연세대학교로 예배 장소를 옮기게 되면서 기념교회가 선교사들의 후손을 쫒아냈다는 식의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이에 앞서 두 기관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 협의회측의 주장. 방치되다시피 했던 양화진 묘원은 지하철 공사 등으로 존폐위기에 놓인 79년, 구미인회 대표 故 원일한 목사(언더우드 3세)가 보존에 나섰다. 하지만 당시 토지법에 의해 외국인들은 법적인 소유권을 보호받을 수 없어 기념사업회 한경직 목사에게 도움을 청했고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양화진 묘원 보존의 필요성을 절감했던 한 목사는 이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합법적으로 등재된 소유자가 없어 건축에 어려움이 있어 당시 구미인회는 협의회에 소유권을 이전했다. 외부로부터의 묘원 이전 움직임과 보존에 힘겨웠던 구미인회는 협의회에 감사함을 표했으며 사업회 역시 기념관 건립 및 묘원 관리 보존에 적지 않은 지원이 필요함에도 기꺼이 수용했다. 이후 86년 준공식 즈음 원일한 목사가 유니온교회가 선교기념관 전체를 교회 용도로 쓰게 해달라고 부탁했고, 한경직 목사가 이를 수락해 법적인 소유권은 협의회, 관리자는 유니온교회의 형태가 됐다.

협의회가 2003년 한국인연합교회를 건립코자 결의한 것은 묘원의 관리 보존을 위함임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그동안 유니온교회가 시신의 매장과 예매 등의 불법을 행하고 묘원 관리가 안 돼 청소년들의 비행장소가 되는 등 묘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이유였다. 협의회는 “당초 유니온교회에 예배당 사용과 묘지의 관리를 영구적으로 맡긴 것도, 더욱이 역사의 가치를 외면하고 한국교회의 뜻과 무관한 사용을 허가함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번 갈등과 관련 기독교100주년기념사업회의 기자회견에서 이사장 정진경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 송경호 기자

▲이번 갈등과 관련 기독교100주년기념사업회의 기자회견에서 이사장 정진경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 송경호 기자


유니온교회-기념교회 한 지붕 아래 갈등 증폭
고발고소 및 각계서 규탄 이어져 파장 급속화

이를 전담할 곳으로 협의회는 2005년 기념교회를 세웠고 묘지 관리 일체를 한국교회가 맡아야 하겠다는 뜻을 전하고 효율성을 위해 선교기념관 예배당을 오전에는 유니온교회, 오후에는 기념교회가 사용하는 것을 약속했다. 이때부터 갈등이 증폭됐다. 유니온교회는 기념교회가 양화진묘원을 ‘침략’하려 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기념교회측도 마찬가지였다. 유니온교회측이 냉난방이 전혀 안 되는 지하를 사무실로 내주는 등 냉대하고 지나친 발언을 하며 국내외 언론에 알려 혼란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당초 새로운 예배당을 세우면 장소를 옮길 것을 약속했었으나 이것이 무산됐고 갈등이 중첩되는 상황에서 유니온교회에 예배 시간 변경을 통보했다. 이 때 이미 기념교회는 성도수가 25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2007년 8월 마포구청이 선교기념관을 건축법상 교회용도로 사용할 수 없음을 통지해버려 결국 유니온교회는 현재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예배실, 기념교회는 홍보관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후 유니온교회가 기념교회를 상대로 업무 방해 등의 소송을 제기하는 등 파장이 급속화됐다. 여기에 마포교구협의회가 기념교회를 규탄하는 성명서 발표, 이재철 목사가 소속되어 있는 예장 통합 서울서노회의 양화진문제대책위윈회와 동 교단 서울강북지역노회협의회의 문제해결을 위한 총회 헌의 결의, 증경총회장단의 우려 표명 등이 이어졌다. 이들은 협의회가 기독교 성지를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불법으로 사유화하려 하며 선교기념관 건립시 세워 놓은 봉헌판을 무단 철거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교회 정관에 “만50세 이상의 여자로서 집사에 임명된지 5년 이상, 우리 교회에 등록한지 2년을 초과한 자 가운데 성실하게 주일예배에 참여하는 자를 권사라고 호칭한다. 만60세 이상의 남자로서 집사에 임명된지 5년 이상, 우리 교회에 등록한지 2년을 초과한 자 가운데 성실하게 주일예배에 참여하는 자를 장로라고 호칭한다”고 밝히고 있는 것도 교회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혼란을 야기시킨다고 지적했다.

협의회 “선교사 후손들에게만 관대, 한국교회에 실망”
묘역 훼손, 불법매장, 거짓 모함 등에 법적 대응의사 밝혀

협의회는 기자회견에서 한국교회가 외국인에 대해 너무 관대하다며 실망감을 내비쳤다. 협의회는 유니온교회가 선조에게 감사하는 한국교회의 뜻을 담아 성역을 성역답게 관리하리라 기대하였으나 △시신의 임의 불법 매장, △매장지의 불법예매(피터 언더우드의 예약묘지 포함한 37건 등), △살아있는 한국인들의 이름이 새겨진 기념석 등 남발되는 기념물 설치, △원 사료(묘비)의 이동, △양화진을 영리사업에 이용하는 단체관람객들로 묘역의 훼손 등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자행돼 무분별한 처사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협의회는 “자신들이 지킬 수 없었던 한국 개신교의 성지를 역사적 소명의 대상으로 받아들인 협의회의 순수한 뜻과 노력이 그들이 마땅히 누릴 권리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협의회는 “유니온교회는 예전의 유니온교회가 아니다”라며 “외국인과 내국인을 포함해 불과 몇십 명만 출석하는, 그것도 외국인의 경우 특정국가에만 편향된 지금의 유니온교회는 한국에 거주하는 수십만 외국인의 대표성이 전혀 없다. 단지 이름만 이어받았다고 해서 그러한 주장은 역사성을 무시한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이들은 기념교회가 묘지를 훼손하고 주차장화한다는 주장에 대해 ▲기념교회 수천 명의 성도들을 무식하고 부도덕한 사람들로 매도하는 짓이며 ▲홍보관 건립비를 제외하고도 묘원 정비를 위해 14억여원이 소요돼 아름다운 성지로 가꾸어지고 불법과 훼손이 묘원에서 근절되었고 ▲국립현충원을 비롯해 전 세계 어느 나라의 묘지든 묘역 차도에 주차를 금하는 곳이 없으며 4500여명에 이르는 성도들로 주일예배시간에 묘역의 차도에 주차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교회 연합정신을 훼손한다는 지적에는 ▲묘원을 관리할 네 곳의 교회를 선정해 교섭했으나 특정 교파나 특정 교단에 소속된 개 교회가 맡아 운영하기 어려워 보존 및 관리를 전담할 기념교회를 설립했으며 ▲교회 연합기관인 재단법인 한국기독교 1백주년기념사업협의회가 선교 2백주년을 내다보고 창립한 연합교회 공동체로 특정교파, 교단에 예속되지 않고 독립교회형태를 지니고 ▲기독교회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독자적인 정관을 제정하고 그 정관에 따라 교회를 운영하는 것을 협의회는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양화진 묘원의 건전하고 합리적 운영관리를 저해하고 비방하는 3대 세력을 주목한다”며 ▲조상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사랑을 망각하고 한국의 실정법을 거슬려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이들 ▲한국교회의 성지를 사조직을 통해 관광상품화 해 사익을 챙겨온 이들 ▲불신자와 이교도들도 행하지 않는 음해와 시비를 일삼는 이들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협의회는 “서울 유니온교회가 양화진에서 쫓겨났다는 등의 주장은 허위임이 국법에 의해 밝혀졌다”며 “앞으로 불순한 동기와 의도로 협의회와 기념교회를 계속 거짓 모함하고 한국교회를 농락한다면 반드시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에디터 추천기사

감리교 감독회장 이취임식

[기감 최종] 김정석 신임 감독회장 “복음으로 미래 열 것”

김정석 목사(광림교회)가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교) 신임 감독회장에 취임했다. 김 신임 감독회장은 취임사에서 “오직 복음의 능력으로 도전을 넘어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감리교 제36회 총회 감독회장 및 감독 이‧취임식이 31일 오후 2시…

이성경

배우 이성경 “코로나 때 텅 빈 예배당서 찬양했는데…”

첫날 문화공연을 위해 배우 이성경 자매가 나와 ‘내 길 더 잘 아시니’를 불렀다. 이후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이성경 자매”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처음 이 자리에서 찬양으로 하나님께 영광 돌렸을 때가 떠오른다”며 “코로나 때였다. 이 큰 예배당이 비어…

프랜차이즈 가마치통닭의 (주)티지와이 회장 김재곤 장로

가마치통닭 김재곤 대표 “‘원망’ 대신 ‘감사’ 택했더니… 선물받은 ‘기적의 삶’”

중학생 때 부모 잃고 소년가장 전락 힘겹게 꿈 키우다 누명 써 구치소행 우연히 읽은 성경 속 ‘용서’ 구절에 용서 실천 후 평안 얻고 신앙 시작 그 어떤 분야보다 경쟁이 치열한 대한민국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 가마치통닭은 바로 이곳에 2016년 불쑥 뛰어들어…

보편적 인권과 차별금지법 포럼

정치인들 “교회가 차별금지법 문제점 적극 알려야”

11월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보편적 인권과 차별금지법’ 전문가포럼에서는 국회의원들과 목회자들의 인사와 축사, 격려사, 그리고 성명서 발표도 이어졌다. 이날 ‘국민 대다수 보편적 인권을 무시하고, 소수인권을 앞세우며 기독…

‘보편적 인권과 차별금지법 : 일부 야당의원들이 앞장서고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에 대한 문제점’ 포럼

“고민정·김성회·천하람 의원, 기독교 혐오한 것”

일부 야당 의원들이 앞장서고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소수 인권을 앞세워 기독교를 능멸하는 일부 야당 의원들의 사퇴를 촉구하는 ‘보편적 인권과 차별금지법’ 전문가포럼이 11월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

탈북민 강제북송 반대 기자회견

“중국 정부, 양심 있다면 탈북민들 증언 외면 못할 것”

‘중국 정부 탈북난민 강제북송 반대 기자회견’이 10월 3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개최됐다. ‘탈북민 강제북송반대 범국민연합’ 주최로 열린 이날 기자회견은 선영재 사무국장 사회로 김정애 공동대표(강제북송진상규명국민운동본부), 전마…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