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고교 교과서에 나타난 개신교 서술의 문제점(4)
Ⅰ. 문제제기
Ⅱ. 현행 고등학교 국사교과서에 나타난 종교 서술의 구조와 개신교
Ⅲ. 한국 국사교과서에 나타난 개신교 이해의 변화(2)
하지만 7차 국사교과서는 한국의 여러 종교를 설명하면서 기독교에 대한 평가에는 매우 인색하고, 다른 민족종교 및 전통종교에 대한 평가는 매우 긍정적으로 서술해 역사적 사실을 바로 인식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현행 국사교과서는 근현대 종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321).
개항 이후 종교계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서양종교의 포교가 자유스러워 진점이다. 천주교는 1886년 프랑스와 수교한 이후 선교의 자유를 얻어 포교활동을 전개하였고, 개신교는 1880년대에 서양선교사의 입국을 계기로 교세를 넓혀갔다. 동학은 3대 교주인 손병희 때 친일 세력을 내 쫒고 천도교로 개편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이룩하였다. 그리고 단군신앙을 기반으로 대종교가 창시되어 항일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유교에서는 박은식이 유교구신론을 제창하면서 근대교육과 애국계몽운동을 전개하였고, 불교에서는 한용운이 불교 유신론을 내세우면서 불교혁신과 자주성 회복을 주장하였다. |
불교·유교는 다른 시대 자료 끌어오면서까지 긍정적 서술
여기서는 서양 종교인 천주교와 개신교의 활동이 교세를 확장한 것이고, 천도교와 대종교는 항일 민족운동을 했으며, 유교는 근대 교육과 계몽 운동, 불교는 자주성 회복을 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국사 교과서가 얼마나 서양 종교를 인색하게 평가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우리가 한국사를 보다 객관적으로 보면 누가 근대 교육과 애국 계몽운동에 앞장섰는가는 명백하다. 그러나 단지 국사교과서만 보는 사람은 기독교보다 유교가 한국 근대화에 더 이바지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교과서가 역사서술의 근본적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 항목은 개항 이후, 그리고 한일합방에 이르는 시기의 종교를 다루는데, 한용운의 불교유신론은 1913년에 저작됐으며 박은식의 유교구신론도 1909년에 발표돼 실제 그 영향력은 일제 시대에야 나타났다. 따라서 불교와 유교에 관한 내용은 일제 시대의 종교 부분에 취급돼야 한다.
우리는 이상에서 1968년부터 현재까지 한국 근대사회의 종교에 대해 고등학교 국사교과서가 무엇이라고 설명하는지 살펴봤다. 이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초기에는 한국 근대사의 종교를 논함에 있어 기독교, 특히 개신교와 천도교를 중심으로 설명했고, 시대가 지나면서 한국의 모든 종교를 다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개항기 한국 근대사에서 가장 많이 활동한 종교가 바로 기독교와 천도교다. 따라서 이들 종교가 중심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민족종교에 대한 강조가 이뤄지면서 대종교가 편입됐고, 최근에는 유교와 불교도 언급하고 있다.
타종교 근대화 과정 부정적 영향 서술 내용은 삭제
둘째, 국사교과서가 처음에는 종교의 공과를 다 언급하다가 최근에는 부정적인 서술은 다 삭제해 버렸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동학의 친일적인 부분, 대종교의 보수적 측면, 유교의 반근대성, 불교의 친일적인 모습 등이 이들의 긍정적 모습과 더불어 설명되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이런 부분을 다 삭제하고 오직 긍정적인 부분만을 언급하고 있다. 이것은 이들 종교가 교육부에 강력히 항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셋째, 반대로 개신교의 경우 처음에는 공정하게 한국 개신교가 한국 사회에 미친 긍정적인 요소를 설명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혹은 정권의 성격에 따라 긍정적 요소가 삭제되고 단지 종교적인 측면만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국사교과서는 개신교가 주도한 근대화 운동, 자주민족 운동 등을 강조했으나 최근 나온 교과서에는 단지 교세를 확장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넷째, 국사교과서가 기독교를 외래 종교라 규정하고 한국 민족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국사에서 기독교를 배제하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사실 불교, 유교, 도교 등은 다 같이 외래 종교다. 그러나 이들은 오래 동안 한국 사회에 들어와 한국인들 가운데 뿌리를 내리면서 전통종교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사실 천주교와 개신교도 한국 땅에 들어와서 한국인의 마음에 뿌리를 내려 한국의 종교가 됐다. 이런 측면에서 종교를 전통 종교와 외래 종교로 나누는 구분은 지양돼야 한다.
민주 시민 양성은 사라지고 민족적 자부심만 강조하는 교육으로
이런 종교서술의 밑바닥에는 정부가 제시한 국사교과의 목적이 자리를 잡고 있다. 원래 국사 교육의 목적은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알리고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데 있었다. 하지만 제3차 교과과정을 제정하면서 국사교과서의 목적에서 민주 시민이 삭제되고, 단지 민족적 자부심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가게 됐다. 그리하여 3차 국사교과 목적은 ‘국적있는 교육에 터전한 주체성 확립, 민족중흥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맞추어 민족사관의 확립, 민족적 자부심 함양, 전통문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 새 문화 창조’ 등이 나열됐다. 그러므로 국사교과서는 온통 민족적 자부심을 키워줘야 하는 과목으로 전락했다.
이것은 4차 교육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4차 교육과정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한국사 발전의 내재적 본질을 구조적으로 이해하도록 하는 것’으로 규정됐다. 아예 한국 근대화가 외부적 요인이 아니라 내부적 요인에 의해 발전됐다는 내재적 발전론을 강조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또 우리나라 근대화가 외부의 충격이 아닌 우리 내부의 학문적 축적을 바탕으로 자생적으로 추진된 점을 강조하고, 근대화 태동을 조선 후기 실학운동으로 기술하여 학계의 새로운 연구 성과를 반영하였다.’
다시 말하면 정부는 한민족의 우수성을 강조하고, 한국 문화의 발전을 한국 문화의 내재적 요인에서 찾으려고 노력해 외부적인 발전 요인을 가능한 대로 삭제하거나 축소하며, 그리하여 현재 한국 문화를 자생적인 것으로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역사편찬의 입장, 혹은 역사관에 의하면 개신교는 당연히 외래 종교이며, 이것은 한국사에서 기술되지 말아야 할 요소다. 이것은 역사서술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사실 규명’이라는 역사학의 본질을 간과한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금성출판사 <한국근현대사>, 좌파 역사관으로 개신교 ‘역공’
최근 일부 급진적인 교과서는 이런 배타적인 민족주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좌파적인 역사관과 결합해 한국사를 서술하고 있다. 금성출판사의 고등학교 <한국근현대사>가 전형적인 예다. 금성출판사의 <한국 근현대사>는 “그러나 서양 종교의 이념은 전통적인 가치관과 충돌하여 민중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특히 지나치게 복음주의를 강조하여 제국주의 열강과 일제 침략을 옹호하기도 하였다”고 기술한다.
여기서는 한국 개신교가 첫째, 민중과 대립되는 종교이며 둘째, 한국 개신교 복음주의는 제국주의적이며 셋째, 친일적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이것은 1973년도의 국사교과서가 개신교는 계몽주의적이며, 동시에 자주 독립정신을 일으킨 종교라고 평가한 것과는 정반대 내용이다.
필자는 국사교과서가 한국 종교를 공정하게 다루려면 개항 시기의 한국 사회와 관련시켜 한국의 종교를 설명해야 한다고 본다. 서양 문화의 등장과 더불어 유교 중심사회는 흔들렸고, 개신교는 개화 욕구와 함께 한미조약의 체결로 한국에 들어왔다. 불교는 일본의 도움으로 억불정책에서 벗어났으며, 천주교는 종교의 자유를 다시 되찾아 선교를 시작했고, 천도교는 한때 친일 종교로 전락했으나 다시 민족 종교로 거듭나게 되었으며, 대종교는 대한제국 말에 민족운동의 부흥과 함께 새로 등장했다고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가운데 당시 최고의 관심이었던 개화는 특히 개신교의 도움으로 확산됐다고 설명해야 한다.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 교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