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한 칼럼] 효자 이야기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서울의 중앙청 뒤쪽, 청와대 올라가는 길목에 보면 효자동이라는 동네가 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젊은 농부가 그 아내와 함께 들에 일하러 나가게 되었다. 워낙 일손이 부족했기에 아내는 젖먹이 외아들을 거동이 편치 않은 시아버지께 맡기게 되었다. 그런데 시아버지가 아기를 보다가 평소 좋아하던 약주를 마시고는 깜빡 잠이 들어 버렸다. 점심 때가 지나 젖먹일 시간임이 생각난 며느리는 배고파 보챌 어린 것을 생각하여 한달음에 집으로 달려왔다.

그런데 아기 울음소리로 요란할 줄 알았던 집안이 너무도 조용한 것이다. 방문을 여는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슬픈 광경을 보게 된다. 시아버지 밑에 아이가 깔려 죽어 있었던 것이다. 시아버지는 자기 실수로 손자가 죽었다는 것도 모르고 곤하게 자고 있었다. 며느리는 시아버지께서 손자가 죽은 것을 알면 얼마나 마음이 아프실까 해서 몰래 아이를 안고 남편에게 왔다. 아내는 남편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는 죽은 아기를 아무도 몰래 산에 묻자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남편은 죽은 아이를 보고, “이 놈아 나도 불효자지만 너는 더 큰 불효자식이구나, 어쩌자고 네가 죽어 할아버지 가슴에 못을 박는단 말이냐? 이 불효막심한 놈아” 하면서 아이의 뺨을 세게 때리며 통곡을 했다. 그 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아기가 울기 시작한 것이다. 질식해 죽었던 아이가 살아난 것이다. 부부의 지극한 효성을 보고 하늘이 감동을 했던 것이다. 그 후 이 일을 알게 된 임금님이 그 동네를 효자동이라고 부르게 하였는데, 그것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갈수록 이기적이고 핵가족화 되면서 부모나 노인에 대한 공경심이 적어지고 있는 오늘의 시대에 이러한 효자동의 유래는 자식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한다.

상주에 가면 ‘효자 정재수 기념관’이 있다. ‘갸륵한 꽃송이’라는 제목으로 도덕교과서에 실렸던 내용이다. 1974년 1월 22일, 30cm 넘게 폭설이 내리고 영하 20도의 추위에 눈보라까지 휘날리던 겨울 밤, 상주 화북에 사는 10살 된 정재수 어린이는 아버지하고 큰아버지 댁에 가게 되었다. 그런데 장터에서 술을 거나하게 마셨던 아버지가 술에 취해 고갯길을 넘다 눈 속에 넘어지더니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아이는 아버지를 깨우려 했지만 깊이 잠이 든 아버지는 일어날 줄을 몰랐다. “누구 없어요?” 하고 소리쳐 불렀지만 밤중에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아이는 누워있는 아버지가 추울까봐 자기 옷을 벗어 덮어주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차가워지는 아버지의 몸을 녹이려 아이는 아버지를 껴안게 되었고, 그러다 아이 마저 의식을 잃고 말았다. 결국 정재수 어린이와 아버지는 밤새 눈을 맞다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발견했을 때 아이의 몸은 아빠의 몸을 녹이기 위해 아빠를 덮고 있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세월이 흐르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한다. 유행이 변하고 인심도 변하고 식생활도 변한다. 그러나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자연의 법칙이다. 봄·여름·가을·겨울이 변하지 아니하고 물이 0도에서 얼고, 섭씨 100도가 되면 끓는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 자연의 법칙이 변하지 않듯이 자식이 부모님을 공경하는 효의 덕목도 변할 수가 없다. 그것은 성경의 말씀이며 세상의 도덕법칙이다. 어버이 주일을 맞이해 어버이 살아 실제 섬기길 다하고 있는지 깊이 돌아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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