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칼럼] 크라운 산도의 상처를 떠올리며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 안희환 목사(예수비전교회).

▲ 안희환 목사(예수비전교회).

어린 시절 판자촌에서 살던 저에게 간식이라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사치였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동네 아이들 모두가 같은 형편이었기 때문에 누구는 잘 먹고 누구는 못 먹는 차별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늘 배고픔을 느꼈던 저와 동네 아이들은 대체 간식을 마련해 먹곤 했는데 무나 당근을 뽑아먹는다든지 개구리의 뒷다리를 구워먹는다든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주 드물게 돈이라고 하는 것이 생기면 동네 끄트머리에 있는 똥뚝가게로 달려갔습니다. 그 당시 20원짜리 ‘자야’라고 하는 비싼(?) 과자가 있었는데 그것을 사먹기 위해서였습니다. 일 년에 한두 번 먹을까 말까한 ‘자야’를 손에 든 저는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뻤습니다. 그 소중한 자야를 이빨로 오도독 씹을 때마다 행복을 느낌과 동시에 사라져가는 자야로 인한 아쉬움을 느껴야 했습니다.

어느 날 보니 자야보다 훨씬 비싸면서도 양은 더 적은 과자가 나와 있었습니다. 첫눈에 보아도 고급스럽게 보인 그 과자는 50원 짜리 크라운 산도였습니다. 크라운 산도는 저에게 꿈의 과자였습니다. 현실에서 먹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게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자야’라도 종종 먹을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 싶은 저에게 크라운 산도는 상상의 존재일 뿐이었던 것입니다.

그 귀한 크라운 산도를 직접 먹어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친구의 집에 갔는데 글쎄 제 친구가 크라운 산도를 가져오더니 반을 쪼개어 저에게 주는 것입니다. 산도는 입 안에서 순식간에 녹아버렸습니다. 그 다음 순간 저는 못 볼 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친구가 그 비싼 크라운 산도를 개에게 던져주는 것이었습니다. 제 가슴은 샤프로 가슴을 찌른 듯한 통증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30년도 더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할 만큼 아픔을 주었던 산도 사건의 원인이 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안에 자리잡은 열등감 내지는 자격지심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만약 그때 우리집에 치즈 케이크이나 고구마 케이크가 있었다면 저는 가볍게 산도 사건을 넘길 수 있었을 것입니다. 더 좋은 것을 가지고 있는데 산도 하나에 목 맬 필요는 없으니까요.

어쩌면 우리가 세상에 살면서 경험하게 되는 많은 상처와 좌절감이 우리 속에 있는 열등감 때문에 생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게 없는 것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에 그것을 바라보면서 시기, 질투, 분노, 울분, 무력감 등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은 열등감이나 자격지심에서 벗어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이 세상 그 무엇보다 귀한 보물인 예수님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값진 것을 소유하고 있는데 그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고 초라한 것 때문에 기죽거나 속상해할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베드로는 말했습니다.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것으로 네게 주노니 곧 나사렛 예수의 이름으로”. 사실 베드로는 무일푼입니다. 고기잡이를 하던 그가 예수님의 부름을 받고 3년간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이제도 월급 한 푼 안 나오는 설교자로 살아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그의 말에서 움츠러든 기색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당당하기만 합니다. 그 무엇보다 귀한 예수의 이름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살면서 강하고 담대하게 살 수 있는 관건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는 값진 보화를 소유하는 것입니다. 즉 예수님을 인생의 구주로 영접한 후 그 예수님을 모시고 사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자신에게 값진 보화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자신이 무엇을 소유했는지도 모른다면 늘 비교하면서 절망하고 포기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를 모신 사람으로서 그 귀한 보배를 소유한 자신임을 기억할 때 삶은 전혀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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