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한 칼럼] 인간의 가격표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가운데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작품이 있다. 1886년 톨스토이가 58세에 쓴 단편인데 그 의미가 상당히 심오하다. 농부인 바흠은 땅만 많으면 마귀도 겁날 것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많은 땅을 소유하는 것이 꿈인 사람이다. 바흠은 자기의 소원대로 점점 더 많은 땅을 소유한다. 처음보다 훨씬 더 부유해졌지만 땅에 대한 그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어느 날 한 나그네로부터 바슈키르족의 초원에 관한 얘기를 듣는다. 바슈키르족장에게 1000루블만 주면 하루 종일 걸은 만큼의 땅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루 동안 무제한 땅을 소유하는 데에는 한 가지 원칙이 있었다. 만약 하루 안에 출발점까지 돌아오지 못하면 그건 무효가 된다는 것이다. 동이 트자 그는 한치의 땅이라도 더 소유하기 위해 부지런히 걸었다. 더 빨리 걷기 위해 장화도 벗었다. 시간이 아까워, 걸으면서 물과 빵도 먹었다. 장화를 벗은 발은 찢기고 베어 상처투성이가 되었지만 그는 쉴 수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 해가 지려고 해서 출발지로 빨리 되돌아가기 위해 그는 장화도 물통도 조끼도 모자도 버려둔 채 뛰고 또 뛰었다. 가까스로 출발지로 돌아왔지만 너무 힘을 소진하는 바람에 그는 쓰러졌고, 입에서 피를 쏟으며 죽고 말았다. 땅을 조금이라도 많이 소유하기 위해 쉬지 않고 걸었지만 결국 자신이 묻힐 2m 정도의 땅만 소유하고 죽고 말았다. 

인간의 땅에 대한 욕심을 볼 수 있는데, 톨스토이는 단지 땅만을 말한 것이 아니다. 보이는 재물의 대표적인 것이 땅이기에 땅을 말한 것뿐이지, 그 땅은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소유하려는 인간의 욕심을 말한다. 황금만능의 시대인 오늘날에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현대인들은 소유의 정도에 따라 그 사람의 가격을 매긴다. 알게 모르게 사람들에겐 물질적 가치가 매겨진다. 마치 백화점이나 시장에 진열된 상품처럼 인간에게도 가격표가 매겨지는 것이다. 보통, 상품의 가격표가 낮으면 품질과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의미하고, 높으면 상품의 품질이나 가치가 높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할 수만 있다면 비싼 가격의 물건을 사고 싶은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물건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을 대할 때도 그런 마음을 가진다. 가격표에 매겨진 대로 사람들은 대우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좋은 대접을 받기 위해 소유에 목숨을 건다. 순수해야할 학교에서도 학생들의 성적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는데, 그것도 어떻게 보면 사회가 보는 학생들의 가격표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땅의 기준으로 가격을 매기면 안 된다. 하늘의 시각으로 인간의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 물질적인 측면이 아니라 존재론적인 측면에서 봐야 하고, 땅의 시각이 아니라 하늘의 시각에서 인간을 바라봐야 한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은 천하보다 귀한 존재로, 창조의 최고의 걸작품이다(마 16:26). 2009년 5월 현재, 세계 인구는 68억2천만 명인데 한 사람 한 사람은 너무도 고귀해서 그 가격을 매길 수가 없다. 비록 외적인 모습, 인종, 재산, 재능, 실력, 인격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그 본질인 생명의 가치만큼은 동일하기에 가격표를 매길 수가 없다. 예수님께서는 세리와 창기, 병든 자들 역시 똑같이 사랑하셨다. 겉으로 드러난 것과 소유한 것만으로 인간의 가격을 매기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하나님을 무시하는 것이 된다.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인간은 고귀한 존재이기에, 값으로 매길 수 없는 무한대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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