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김명혁 목사
저는 14일 주일 강변교회에서 설교를 시작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큰 슬픔과 불행에 싸여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슬픔과 불행에 싸여있는 우리 모두에게 긍휼과 자비와 은혜를 베푸시기를 바랍니다. 더 이상 우리들이 돈과 맘모니즘의 지배를 받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더 이상 우리들이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지배를 받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 우리들이 당하고 있는 슬픔과 불행이 우리들로 하여금 맘모니즘과 정치적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게 하고 분노과 증오와 대결에서 벗어나게 해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이루어 나아갈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소원합니다.”
우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우리의 불행한 사회상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공동으로 책임질 불행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지금 우리 사회에 편만하고 있는 맘모니즘이 빚은 불행한 결과이고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빚은 불행한 결과라고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절망적인 상황을 보다 길고 넓은 안목을 지니고 인내와 소망으로 극복하기 보다는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결단으로 자기의 생명을 끊으려고 하는 자살 풍조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욕을 먹기도 했지만 사법권의 독립과 선거의 투명성과 한국의 민주화를 이루는 데 크게 공헌했다고 생각하며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이루기 위해 공헌한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경험과 역량에 한계가 있어서 국민 다수를 끌어안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분은 듣는 귀를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2004년 청와대를 두 번 방문하여 권양숙 영부인을 만나서 정치적 반대파에 대해서 좀 관대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건의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해 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을 들었고 2005년 국가조찬기도회시 자신을 겸손하게 성찰하는 발언을 하며 교회 지도자들에게 자기를 위해 기도를 부탁하기까지 했습니다. 사실 저는 그 자성의 소리를 들은 후 강원용 목사님, 김창인 목사님, 조용기 목사님 등을 모시고 “제가 잘못했습니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회개의 모임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생각하면서 남북관계의 개선과 화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 것을 크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물론 “빨갱이”라는 오해와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대사를 돌아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2년 “7.4 공동 성명”을 발표함으로 민족의 화해와 평화 통일을 염원했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8년 “7.7 선언”을 발표함으로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도모하며 북을 통일의 동반자로 보았고, 1991년 김일성 주석과 “남북 기본합의서”를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6.15 공동 선언”을 발표함으로 남북의 보다 긴밀한 화해와 평화를 도모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10.4 선언”을 발표하므로 남북의 평화 시대를 만들어 갈 것을 다짐했습니다. 박근혜 의원은 북한을 방문하여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도모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불행한 서거를 대하면서 모든 것을 전적으로 상대방의 잘못으로 치부하는 감정적인 대결로 치닫는 대신 모두가 나의 잘못이었음을 인정하고 뉘우치면서 서로를 향해 미안함을 표명하고 상대방을 끌어 안는 대승적인 민족의 화해를 도모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 마지 않습니다. 이제는 극단적인 대립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화해와 평화의 시대를 다 함께 열어 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소원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며 슬픔과 아픔을 당한 유족들과 국민 모두에게 하나님의 긍휼과 자비와 위로가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