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칼럼] 설교를 난도질하지 말라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 안희환 목사(예수비전교회).

▲ 안희환 목사(예수비전교회).

요즘 유행하고 있는 못된 풍조 중 하나는 설교를 난도질하는 것입니다. 난도질이라고 하는 격한 용어를 사용한 것은 말 그대로 좋은 목적을 가진 비판의 차원을 넘어서 설교와 설교자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설교를 함부로 폄하하면서 마치 자신은 그 모든 한계를 초월한 듯이 단정 짓는 것을 보면 교만이란 저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설교 비평의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는 어떤 분이 한 목사님의 설교를 비판했었고 그 내용을 차분히 읽어보았습니다. 허무주의 영성이라는 말로 목사님의 설교를 비판하던 비평가는 목사님의 설교가 재미있고 웃기지만 알맹이가 없다는 식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자신의 설교를 듣는 사람들은 잠을 자기도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설교에는 내용이 있다는 식의 이야기도 한 것 같습니다.

지금 그 내용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 글을 읽으면서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내용이 좋다고 해도 전달력이 떨어져서 사람들이 듣지 않고 존다면 그 설교야말로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탁월한 내용이라 해도 사람들이 듣지 않는다면 그 설교는 회중들의 삶에 아무 영향도 미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삶에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면서 그래도 내용 좋은 설교를 했다며 자위할 것인지요?

또한 웃기기를 잘 하는 목사님의 설교를 저도 여러 차례 들었었는데 웃기는 설교 속에는 정말 알찬 내용들이 많이 있었습니다(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르겠지만). 웃기는 것이 목적이고 웃기는 것으로 끝나버리는 설교라면 분명 문제이겠지만 사람들로 진리를 듣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머를 사용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가치 있는 일입니다. 솔직히 저처럼 유머 사용을 잘 못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부러운 일이기도 하고요.

성경 해석과 관련해서 설교를 난도질 하는 경우가 많이 있음을 보게 됩니다. 특정 설교를 가지고 비판하면서 성경을 보는 눈이 이렇게 형편 없으면서 어떻게 설교를 하냐고 비난합니다. 설교 수준이 이 모양이나 한국 교회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습니다. 그 정도의 설교를 하면서도 설교를 포기하지 않으니 그것은 용기가 아니라 만용이라는 무시무시한 말도 나옵니다.

제가 생각할 때 설교라고 하는 것이 한 가지 해석을 절대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주관적인 해석으로 다른 설교를 함부로 평가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듣는 청중들의 상황을 염두에 두는 것도 필요합니다. 설교자의 지적 수준이나 훈련된 정도에 따라 설교가 다를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합니다. 또한 하나님께서 때로 심히 미약하고 보잘것없으며 설교자로서 자질을 갖추지 못한 사람을 통해서도 역사하실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설교의 기술]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글이 있습니다.

1850년 1월 6일, 영국의 콜체스터 지역은 심한 눈보라로 도시 전체가 마비되어 버렸습니다. 그리하여 한 십대 소년은 그가 다니던 교회에 갈 수가 없어 가까이 있는 교회에 가서 예배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 교회에서는 출타한 목사님을 대신하여 한 평신도가 서툴게 설교를 하였습니다. 그가 설교한 본문은 사 45:22절의 말씀이었습니다. “땅 끝의 모든 백성아 나를 앙망하라 그리하면 구원을 얻으리라.”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목사였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교회에서 자라났지만 구원의 확신을 갖고 있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설교자는 본문을 반복해 외칠 뿐이었습니다. “사람은 바라보는 것을 배우고자 대학에 갈 필요가 없습니다. 누구든지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어린 아이라도 볼 수 있습니다.”

열변을 토하며 설교하던 설교자는 한쪽 구석에 앉아 잇는 새 방문자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는 그 방문자를 쳐다보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젊은이, 자네는 아주 피곤해 보이는군.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게!” 그 때 그 젊은 청년은 비로소 믿음으로 그리스도를 바라보았고, 그 사건을 계기로 예수 그리스도를 구원의 주님으로 영접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20세기 최고의 설교가인 스펄전의 회심경험입니다.

오늘날 설교 비평을 잘 한다고 자부하는 어떤 사람이 스펄전을 회심시킨 설교를 듣고 비판하기 시작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아마 처절할 만큼의 냉혹한 비평들이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저렇게 무지한 사람이 어떻게 설교를 할 수 있느냐?, 저런 설교는 사람들의 영혼을 망칠 뿐이다, 저렇게 설교하니 교인들 수준이 곤두박질친다”는 말들이 나왔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형편없다고 평가받아 마땅한 설교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설교자가 될 스펄전을 회심시켰습니다. 할아버지가 목사님이셨고, 아버지가 목사님이셨으며 수없이 설교를 들으면서도 회심을 경험하지 못했던 스펄전이, 설교자로서 최악으로 평가받을 만한 한 사람의 설교를 통해 그 인생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 것입니다.

저는 이 글로 게으른 설교자의 죄악을 덮어줄 생각은 없습니다. 성경을 연구하지 않고 설교 준비에 집중하지 않는 설교자는 분명 최악입니다. 성경 본문의 앞뒤 문맥을 살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이기적인 욕망을 펼치기 위해 성경 구절을 이용하는 설교자는 사기꾼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설교에 도움을 주는 수많은 자료들이 나와 있는데 하나도 읽어보지 않은 채 TV에만 푹 빠져 있다가 영양가 없는 설교를 일삼는 설교자라면 설교를 그만 두는 것이 교회에 유익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도 한계를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설교자입니다. 아무리 성경 연구를 열심히 해도 때로 어긋난 성경 해석을 해나갈 때도 있는 것이 설교자입니다. 어떤 사람은 정말 최선을 다하지만 지적 수준이 높지 못한 것으로 인해 더 많은 허점을 드러낼 수도 있을 것이구요. 기억할 것은 그런 연약함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사용하실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바로 그런 설교를 통해도 구원의 역사와 변화의 능력이 드러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설교를 난도질하는 사람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설교 비평에 매력을 느끼며 비평하는 이들의 설교도 다른 누군가가 각오하고 비평하기 시작한다면 살 없는 생선처럼 앙상한 뼈만 남고 말 것입니다. 비평을 하되 사랑을 담아야 하며, 비평을 하되 도움을 줄 목적을 가지고 해야 하며, 비평을 하되 긍정적인 마음이 필요할 것입니다. 설교 난도질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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