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그룹 해체, “분노 이기신 하나님 사랑”

송경호 기자  khsong@chtoday.co.kr   |  

최순영 장로, 강남교회서 ‘10년의 은혜’ 간증

▲최순영 장로는 아픔을 뒤로한 채 지금 다시 웃을 수 있는 이유는 “모든 것을 회복시켜주리라” 하셨던 하나님의 약속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간증을 전하기에 앞서 기도하고 있다. ⓒ 송경호 기자

▲최순영 장로는 아픔을 뒤로한 채 지금 다시 웃을 수 있는 이유는 “모든 것을 회복시켜주리라” 하셨던 하나님의 약속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간증을 전하기에 앞서 기도하고 있다. ⓒ 송경호 기자

“원수를 사랑하는 게 그렇게 힘든 줄 몰랐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응어리를 다 지워주셨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자리에 서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지난 세월의 깊은 회한을 남김없이 전하는 그의 표정에는 평안함이 있었다. 그는 “10년의 고난은 하나님의 은혜”라는 말로 지나온 시간들을 표현했다.

1999년 세상을 떠들석하게 한 ‘옷 로비 사건’의 중심에 있던 전 신동아그룹 회장 최순영 장로가 최근 강남교회(김성광 목사)에서 그룹 해체의 진상과 함께 자신의 신앙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성도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신실했던 한 기독 실업인의 몰락으로만 기억됐던 최 장로의 구속 과정과 신동아그룹 해체를 둘러싼 그의 증언들은 최근 국민들에게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옷 로비 사건’ 무죄, 사실은 외면 당해

대한민국 경제개발이 가속화되던 시절, 여의도 벌판에 63빌딩을 세운 장본이기도 한 그는 기업인이기에 앞서 한국교회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왔던 신실한 장로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할 즈음 그의 아내 이형자 권사를 둘러싼 ‘옷 로비 사건’은 당시로서는 큰 충격이었다.

결국 오랜 수사 끝에 2001년 대법원에서는 ‘이형자의 로비는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옷 로비’ 사건이 아닌 ‘옷값 대납 요구 거부’ 사건으로 오히려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사실은 외면당했다. 수천 명의 그룹 직원들은 거리로 내몰리고 기업은 해체 수순을 밟았다.

최 장로는 1999년 2월, 당시 정권이 자신을 전격 구속하고 대한생명이 충분한 유동자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적자금을 투입해 국영화시키고 다른 기업에게 다시 불법으로 매각했다고 말했다. 그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한다. 다른 20여개 생보사들에게는 1년6개월 정도의 자구노력의 시간이 주어졌지만 유독 대한생명에게는 11일의 시간만을 주었다고 한다. 또한 22조원 규모의 신동아그룹을 한순간에 공중분해시켰다.

그는 “지나간 10년은 어떠한 항변도 탄원도 아무런 소용이 없이 앞이 꽉 막힌 세월이었다”며 “철저한 조사 끝에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국민 앞에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는 이 같은 억울하고 불행한 사건이 이 땅 위에 일어나서는 안된다”며 “그 고난의 시간 동안 죽지 않고 설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큰 은혜”라고 했다.

지난 10년은 어떤 항변도 소용 없는 꽉 막힌 세월

“다시 웃을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님 약속 믿기에”

▲2001년 대법원에서는 ‘이형자의 로비는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옷 로비’ 사건이 아닌 ‘옷값 대납 요구 거부’ 사건으로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외면 당했다. 이형자 권사가 최 장로의 간증 직후 기도하고 있다. ⓒ 송경호 기자

▲2001년 대법원에서는 ‘이형자의 로비는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옷 로비’ 사건이 아닌 ‘옷값 대납 요구 거부’ 사건으로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외면 당했다. 이형자 권사가 최 장로의 간증 직후 기도하고 있다. ⓒ 송경호 기자

구치소에 수감되던 날 물통의 물이 꽝꽝 얼어있을 정도로 추웠던 기억이 있던 그는 ‘왜 이렇게 영문도 모르게 고생을 당해야 하는가’하고 밤새도록 눈물만 흘렸다고 했다. 좌절감과 창피함, 수치심이 말할 수 없었다. 그런 나날을 보내다 건강이 악화되자 이곳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기도하는 도중 시편을 121편 ‘나의 도움이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라는 말씀이 그를 깨웠다. 잠자는 시간을 빼곤 하나님께 매달렸다.

그는 “왜 이런 어려움을 당하게 하셨는지 알게 하시고 회개케 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많은 교회를 짓고 물질적인 지원을 하고 한국교회를 위해 헌신했지만 하나님은 ‘너 자신에겐 큰 자랑거리일지언정 그 나라와 의를 위한 순수한 마음이었느냐’고 꾸지람 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가슴이 철렁했다.

63빌딩부터 어떤 것이든 애초에 하나님의 것이었다는 것을, 하나님의 것을 갖고 인심 쓰려 했다는 것을 그 때 깨달았다. 물질의 마음을 내려놓으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이를 깨닫기까지 4, 5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는 “하나님은 중심을 보시는 분이시라는 것을 깨닫고 많은 회개를 했다”고 고백했다.

마음 깊이 자리잡은 분노의 마음도 다 가져가셨다. 옷 로비 수사를 맡았던 당시 법무장관이 김장환 목사를 통해 연락을 취해와 구치소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잊을 수 없는 화해를 나누었다. 당시 정부 실세들과도 그 안에서 ‘동고동락’하는 동안 “저들을 용서케 해 달라”고 끝없이 기도했다. 자신을 고생시켰던 이들이라 생각하면 자다가도 깼던 이들. 1년이 더 지나자 그 마음도 모두 사라졌다.

그룹의 해체 당시 거리로 내몰렸던 수천 명의 직원과 그의 가족들, 범죄자로 몰렸던 아내와 10여년 간 취직조차 불가능했던 자녀들. 그 아픔을 뒤로한 채 지금 다시 웃을 수 있는 이유는 “모든 것을 회복시켜주리라” 하셨던 하나님의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63빌딩 건축 당시 불가능을 가능케 하셨던 하나님을 경험한 확신은 그의 믿음을 굳건히 했다.

“하나님께서는 믿는 만큼만 응답해주십니다. 끝까지 완전하게 믿기를 원하시는 분이십니다. 그 때가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그를 믿는 믿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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