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형성의 큰 축 전국목회자대회도 주목
감리교회 감독회장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감독회장 직무대행을 맡은 이규학 감독이 시무예배를 드리고 공식 일정을 시작하는 한편, 회개와 자정 및 제도개혁을 우선적인 기치로 내세운 전국감리교목회자대회 준비위원회가 이 직무대행과의 면담을 갖고 실무위원회 회의를 통해 대회를 구체화하는 등 사태 전환을 모색했다.
직무대행 선임 기자회견 직후 지난달 28일부터 이틀간 군산 반석교회에서의 호남선교연회 일정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던 이 직무대행은, 어제 오전 감리회본부에서 직원들과 교단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무예배를 드렸다.
앞서 ‘재선거 최우선’ 입장에 섣부르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던 이 직무대행은, 전화통화에서 “지난 주 선교연회로 직무대행 일을 전혀 하지 못했다. 앞으로 두 주간은 여론 수렴에 집중하겠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앞으로의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선 일체 함구한 이 직무대행은 이번 달 안에 나올 것으로 보이는 신기식 목사가 제기한 선거무효소송 판결과 직무대행 권한의 법적인 해석을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직무대행은 “아직까진 그에 대한 해석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직무대행은 “이왕이면 모두의 의견을 청취하겠다”고 말했으며 김국도, 고수철 목사와의 만남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만나겠다. 모든 일을 비밀로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목회자대회 준비위, 직무대행과 면담 갖고 의사 전달
의회제도·선거제도·감독제도 등 개혁 의제로 선정
한편 지난달 28일에는 감리교목회자100인기도회로부터 시작된 전국감리교목회자대회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가 서울 아현교회에서 출범예배를 드렸으며 1일 감리교 감독회장실에서 가진 이 직무대행과의 면담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했다. 이들은 오는 19일 종교교회에서 대규모 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목회자대회는 상임대회장을 김용우(보문교회), 전용재 목사(불꽃교회), 대회준비위원장에 조경열 목사(아현교회), 최이우 목사(종교교회)로 하는 등 감독을 역임하지 않은 개혁 성향의 목회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감신대, 목원대, 협성대 등을 아우르며 폭넓게 포진되어 교단 내 여론을 주도하는 거대 세력으로 자리매김해나가고 있다. 이들은 회개와 자정, 변화와 갱신을 우선하며 정치적인 중립성과 함께 감리회의 본질적인 변모를 위해 제도개혁의 선행을 내세우고 있다.
실무위원 백용현 목사는 이 직무대행과의 면담에 대해 “첫번째 만남이라 상견례의 의미로 목회자 대회의 취지를 설명드렸으며 직무대행 기간 동안 교단을 수습하고 이번 기회에 감리교가 새로워질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 직무대행이 목회자 대회의 취재를 충분히 이해하고 교단을 새롭게 하는 일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전했으며 “서로 정치적인 입장을 갖지 않겠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백 목사는 밝혔다.
오후 3시 준비위 사무실에서 실무위원회 회의를 가진 목회자대회 준비위는 당일 대회 개혁 의제로 ▲감리교 현안 ▲의회제도 ▲감독제도 ▲선거제도, ▲미자립교회·은급문제 등 교단의 공교회성 회복 등 다섯 가지를 선정했다.
준비위원장 조경열 목사는 이번 대회를 두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일이다. 얼마만큼 잘 이뤄지는가에 따라 앞으로 감독회장의 직무대행 역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제도 개혁에 있지만 우선적으로는 감리교 변화를 갈망하는 이들의 정서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데 대회의 목표가 있다. 백용현 목사는 “단지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게 아니라 교회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분명한 입장과 의지를 가진 이들이 모이는 게 중요하다”며 “결국 이는 숫자로도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이들은 온라인(http://neokmc.org)과 오프라인을 통해 지지 서명을 받고 있으며 온라인 홈페이지에는 현재까지 270여명의 서명이 이뤄진 상태다. 1일에만 해도 오프라인으로 2백여명의 서명이 진행됐고, 지방연회 차원에서의 결의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백 목사는 “현장에서 느끼는 목회자들의 열망은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이들의 또 다른 특징은 중립성이다. 준비위 조직에서부터 지난 선거 전후 과정에서 중립을 유지하던 이들로 구성되었으며, 김국도 목사측을 지지했던 목원대 동문의 참여가 다소 미흡하지만 학연에 치우치지 않는 폭넓은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선거무효소송에서 법원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든지 개혁 움직임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개혁법안을 담은 입법총회를 열기 위해선 제28차 행정총회가 다시 개최되어야 하나, 감독회장 직무대행의 권한으로 소집이 가능한지에 대한 법적 해석의 여지가 남아있다. 교단 개혁에 대한 강한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직무대행 역시 교단 정상화를 위해 적극적인 의견 수렴의 의지를 나타내고 있어 사태 해결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